“내 아이는 왕의 DNA” 발언한 교육부 사무관, 직권남용으로 고발됐지만 처벌은 글쎄...
폭언·갑질만으로는 범죄 성립 안 돼
명백한 불법행위 동반해야
교육부 5급 사무관이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의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등 교육활동 간섭을 이유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법조계는 그의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것과 별개로 형사처벌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직권남용, 강요, 협박, 무고, 명예훼손 등 혐의로 교육부 사무관 A씨를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형법 제123조에 근거한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사항이 아닌 일을 하게 하거나 그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10월 자신의 초등학생 자녀 담임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담임교사가 교체되자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 해달라’, ‘하지 마, 안돼, 그만!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하지 말라’고 하는 등 요구를 담은 글을 새 담임교사에게 보냈다. 이러한 내용이 국민신문고 제보를 통해 교육부에 접수됐고, A씨가 공직자 통합 메일로 담임 교체 건과 ‘왕의 DNA’ 글을 새 교사에게 송부했다는 내용도 제보됐다.
서민위는 “피고발인은 교육부 사무관 직위를 이용해 ‘갑질’하는 등 직권남용을 행사했다”며 “교육에 종사하는 대다수 공무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상실감을 유발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육부 차원에서 자체 징계가 이뤄질 수 있어도 처벌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사회·도덕적으로 잘못된 행위라고 지탄받을지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다른 일이라는 게 법조계 견해다.
박재현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직권남용’은 형식적·외형적으로 직무집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A씨가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권한을 행사했다는 ‘외관’이 존재해야 하는데 (교사 교체 등에) 그러한 외관이 존재했는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역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를 좁게 해석하고 있다. 2019년 부산지법은 부하 공무원에게 고압적이고 굴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모욕을 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B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B씨는 부하 직원에게 “너는 앞으로 업무가 없으니 일하지 말라”며 “9시부터 50분간 법전을 읽고 10분간 화장실 가고, 앞으로는 그런 식으로 하라” 등 부당 지시를 내렸다.
재판부는 “B씨의 행동은 지극히 잘못됐고 직장 내에서 있어서는 안 될 행위”라면서도 “그러나 비난 가능성만을 이유로 형법상의 직권남용죄 구성요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무죄 이유를 밝혔다.
이른바 ‘공관병 갑질’ 논란을 일으킨 박찬주 전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육군 대장)도 직권남용에 의한 권리행사 방해죄가 성립되지 않았다. 2017년 박 전 사령관과 그의 부인은 공관병과 조리병에게 골프공을 줍거나 손님 시중을 들라는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려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이 사건에서 군 검찰은 해당 사안이 법적으로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박 전 사령관 아내에 대해서만 감금 및 폭행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판사는 “(왕의 DNA 등) 공무원들의 특정 행위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크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의 지위를 남용해 부하직원을 명백히 불법적인 일에 가담하도록 지시하거나 타인의 권리를 방해해야 죄가 성립된다”고 말했다.
실제 울산지법은 2021년 해양 순찰선 내 음식물 쓰레기를 바다에 무단 투기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해양경찰청 소속 경찰관 C경위에게 직권남용 책임을 물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C경위는 2019년 해양순찰선 취사장 내에 있던 음식물 쓰레기를 담당 의경을 질책하며 해상투기를 지시했다.
재판부는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바다에 배출하는 행위는 해양환경관리법 제22조 제1항에 따른 오염물질의 배출금지 조항에 위반된다”며 “피고인 지시는 위법·부당한 행위라 할 것이고, 그 결과 위법한 명령을 따를 법률상 의무가 없는 의경에게 이를 이행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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