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수술 실습에 동원됐던 믹스견 '쿵쿵따'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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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믹스견 두 마리가 한 동물병원 앞에 버려졌다.
동물병원은 두 마리를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면 안락사될 것으로 우려해 병원에서 기르면서 입양을 보내고자 했다.
쿵쿵따가 유기견이었음에도 아무 제재 없이 수술 실습견에 동원됐던 것 자체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이는 대학 내 실험동물을 비윤리적으로 동원하는 풍토와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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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쿵따 이야기, 법 개정과 인식변화 단초 되길
2009년 믹스견 두 마리가 한 동물병원 앞에 버려졌다. 동물병원은 두 마리를 유기동물 보호소에 보내면 안락사될 것으로 우려해 병원에서 기르면서 입양을 보내고자 했다. 두 마리에게는 '쿵쿵따', '장군'이라는 이름도 생겼다. 3년이 지났지만 입양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병원은 이때부터 이 둘을 수술 실습견으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장군이는 수술 실습 후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해 세상을 떠났고, 쿵쿵따만이 홀로 남아 수술 실습을 견뎌야 했다. 병원 직원들은 쿵쿵따마저 장군이처럼 죽일 수 없다며 입양 홍보에 나섰고, 쿵쿵따는 2017년 8세의 나이에 기적처럼 가족을 만났다.
저자는 책 '수술 실습견 쿵쿵따'에서 쿵쿵따가 입양되기 전 상황과 입양을 결심하게 된 과정, 입양 후 이야기를 다룬다. 마당에서 길러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저자와 가족은 쿵쿵따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가족은 근사한 집은 아니었지만 '때가 되면 예방 접종을 하고,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자주 안아주면서 다른 개처럼 살게 해 주면 되지 않겠냐'며 입양을 결심했다.
입양 후 엄마는 쿵쿵따의 살을 찌운다고 보양식을 준비했고, 아빠는 평생 좁은 철장에 갇혀 살아 이상하게 걷는 쿵쿵따에게 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가족은 또 믹스견을 정성스럽게 기른다는 편견에도 맞섰다. 그렇게 쿵쿵따는 10년의 반려견 생활을 하고 떠났다.
쿵쿵따가 유기견이었음에도 아무 제재 없이 수술 실습견에 동원됐던 것 자체도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이는 대학 내 실험동물을 비윤리적으로 동원하는 풍토와 연관이 있다. 실제 대학 내에서 동물을 생명으로 보지 않고 실험 기구처럼 취급한 사례는 끊임이 없다. 2016년 울릉도에서 공수의사가 2년간 유기견들을 외과 수술 실습용으로 이용하다 적발된 데 이어 2019년에는 경북대 수의대가 실습견을 건강원에서 구입해 이용한 것이 드러났다. 그해에는 2013년부터 5년 동안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던 메이와 천왕이, 페브 등 탐지 사역견 세 마리가 은퇴 후 서울대 수의대로 돌아가 실험에 이용된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2020년에는 제주대 수의학과에서 해부실습용 동물을 직접 학생들에게 구해오라고 지시한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는 정부가 동물 실험의 윤리성과 적절성 등을 관리 감독하게끔 하는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에는 대학 등 교육기관은 제외돼 있다는 점과 연관된다. 즉 동물실험시설에서 실험동물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동물실험시설 또는 등록된 실험동물공급자를 통해서 공급된 실험동물만을 사용해야 하는데, 여기에 교육기관은 빠져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수차례 실험동물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매번 폐기됐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이처럼 법의 사각지대 속 국내 대학에서 한 해 실험에 쓰는 동물은 지난해 기준 약 138만 마리다.
김보경 책공장더불어 대표는 "법 개정과 인식 변화를 통해 더 이상 유기동물을, 사역견을, 개농장에서 데려온 동물을 수술대에 올리지 못하도록 쿵쿵따의 이야기가 변화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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