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리뷰] '보호자', 신인 감독 정우성의 넘치는 열정 그 자체
[스포티비뉴스=유은비 기자] 액션으로 시작해서 액션으로 끝나는 정우성 표 액션 맛집이다. 그러나, 신인 감독 정우성의 넘치는 열정을 담아내기에 97분은 너무 짧았던 것일까. 과식한 듯 더부룩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보호자'는 10년 만에 출소해 몰랐던 딸의 존재를 알고 평범하게 살기를 원하는 수혁과 그를 노리는 이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은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조직을 떠나 평범하게 살기로 결심한다. 수혁의 출소를 기다리던 보스 응국(박성웅)은 수혁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자신의 오른팔이자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에게 그를 감시하라 지시한다.
수혁에 대한 열등감으로 가득 찬 성준은 일명 세탁기라 불리는 2인조 해결사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수혁을 제거할 것을 의뢰하고 자신들의 방식대로 무자비하게 타겟을 처리하는 이들은 수혁을 죽이기 위해 접근한다.
'보호자'는 20여 년 넘게 한국 관객에게 세대 불문, 한 시절을 대표하는 영화들로 기억을 남긴 배우 정우성의 첫 장편 상업 영화 연출 도전작이다. '청담부부' 이정재가 지난해 '헌트'로 감독 데뷔 도전장을 던진 지 어언 1년 만에 작품을 내놓게 됐다.
'보호자'는 정우성 감독의 설명대로 '뻔한' 플롯으로 전개된다. 주인공의 가장 소중한 가족을 데려가 협박하는 빌런, 그리고 그를 좇으며 펼쳐지는 화려한 액션들이 '보호자'의 전부다. 그러나, '보호자'의 가장 큰 강점이자 차별점은 주제 의식에 있다. 딸을 구하기 위한 액션 영화지만, 폭력을 낳는 폭력이 난무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영화의 존재 이유이자 수혁이 가장 지켜야만 했던 존재인 딸을 주체적인 존재로 그려내며 아이를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우성다운" 주제 의식이 눈에 띈다.
액션으로 시작해서 액션으로 끝나는 영화다. 베테랑 배우 정우성의 연출작답게 맨몸 액션부터 카체이싱, 총격 액션까지 다양한 장르의 액션을 총망라한 "액션 맛집"이다. 그중 주가 되는 것은 카체이싱 액션, 수혁의 분신 같은 자동차와 우진·진아의 스쿠터가 쫓고 쫓기는 긴장감을 부여한다. 여기에 사제 폭탄 전문가 진아가 만든 폭탄이 적재적소에 활용되며 시원한 액션의 정점을 찍는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힘 조절 없이 이어지는 액션의 향연에 맛집 와서 과식한 듯 더부룩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는 점이 아쉽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소화제 역할을 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진 역의 김남길. 세탁기라 불리는 해결사 우진 역을 맡은 김남길은 아이 같은 천진함과 짐승 같은 잔혹함을 동시에 가진 우진의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아직까지 본적 없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줬다. 특히, 과거 트라우마 속에서 성장하지 못한 우진의 광기 어린 연기는 레전드 캐릭터의 경신을 알린다. 여기에 그를 납치한 정우성과 함께 보여주는 브로맨스에 가까운 케미스트리도 관전 포인트.
'선과 악'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김준한의 악역 연기도 눈에 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국민 짝사랑남은 모두 지우고 조직의 2인자 성준으로 분한 김준한은 '보호자'의 전개를 이끄는 인물. 사건의 시발점이 된 2인자 성준의 불안하고 초조한 내면을 섬세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낸다. 여기에 대선배이자 감독인 정우성을 상대로 한 무자비한 액션까지 선보이며 완벽한 악역으로 다시 태어났다.
"정우성의 첫 연출작"에 쏠린 많은 기대. 이에 부응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보이지만, 신인 감독의 많은 열정을 모두 담아내기에 97분은 너무 짧았다. 다만, '보호자'에서 보여준 "정우성다운" 연출을 갈고 닦는다면 한국 영화계에 긴장감을 부여할 큰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정우성 감독의 다음 연출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8월 15일 개봉,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9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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