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난동 후 트라우마·슬픔 남은 서현역[현장에서]
14일 찾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AK백화점. 지난 3일 14명의 사상자를 낸 ‘분당 흉기 난동 사건’ 이후 백화점 일대에 배치됐던 경찰들은 모두 철수했지만 곳곳에서 사건 이후 바뀐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백화점 1층 로비에는 정장 차림의 보안 직원 외에도 조끼를 입고 순찰하는 보안 요원들이 추가로 배치돼 순찰 중이었다. 반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광장은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 한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열흘이 넘었지만 이날 만난 시민들은 아직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서현역 인근에 거주하고 있다는 김모씨(50대)는 “아직도 지인들이 ‘안전한 것 맞느냐’고 안부를 묻는 연락이 많이온다”라면서 “뉴스에서도 계속 그 일이 나오니까 끔찍했던 일이 계속 생각나는 것 같다”라고 했다.
직장인 유모씨(29)는 “매일같이 다니던 출퇴근길에서 흉기 난동 사건이 벌어졌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라면서 “일상생활까지 위협받는 것 같아 두렵다”라고 말했다. 서현역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50대)는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동네였는데 세상이 이렇게 바뀐 건지 불안하다”라면서 “사람도 체감할 정도로 줄었다. 이전보다 오가는 사람이 절반은 줄어든 것 같다”라고 했다.
이 사건 피의자 최원종씨(22)가 차량을 이용해 시민들을 들이받았던 곳에는 아직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이 사건 피해자인 고 이희남씨(65)는 최씨가 몰던 차에 치이어 치료를 받다가 지난 6일 끝내 숨졌다. 이씨가 숨진 뒤 그가 사고를 당했던 자리에는 추모의 편지가 한두개씩 붙기 시작했다. 이날 현장에는 추모 편지가 10여m 길이의 울타리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자신을 경찰관이라고 밝힌 이는 편지를 통해 “흉악한 범죄에 죄 없고 선량한 시민분이 희생될 때면 이 직업에 대해 끝 모를 회의감이 밀려온다”라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참사를 잊지 않겠다”라고 했다.
성남시는 ‘흉기 난동 사건’ 발생 이후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겪는 시민을 대상으로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수정구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비상 근무 체제로 전환해 심리 지원을 하고 있으며, 증상을 겪는 시민들이 방문 또는 전화로 심리지원을 요청하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불안 등 정신건강 상태를 평가하고 심리적 어려움에 대한 1대1 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를 통해 지난 11일 기준 29명의 시민이 76건의 상담을 받았다. 상담을 받은 시민 중 직접 사건을 목격해 트라우마를 겪는 이는 22명, 간접적으로 소식을 접한 뒤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이는 7명이다. 1명은 트라우마 증상이 심해 의료기관에 연계된 상태다.
성남시 관계자는 “상담 과정에서 정신건강 고위험군으로 판단되면 개인맞춤형 지속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적극적인 심리지원으로 불안과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살인 및 살인미수, 살인예비 혐의로 최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5시59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차량으로 인도에 있는 시민들을 들이받은 뒤 서현역 AK백화점 1∼2층에서 시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는다. 그의 범행으로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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