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 믿자, 하자… SSG 그들도 모르는 저력이 있다, 기회는 반드시 한 번은 온다

김태우 기자 2023. 8. 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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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삼성전을 앞두고 특별 제작 티셔츠로 선수단에 웃음을 제공한 SSG 컨디셔닝 코치들 ⓒSSG랜더스
▲ 가발을 직접 쓰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든 선수들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코치님, 체면 좀 지키세요”

1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출근한 선수들은 하나의 이벤트에 ‘빵’ 터졌다. 그냥 대놓고 웃는 선수도 있었고, ‘그게 뭐냐’는 식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선수들도 있었다. 기술 파트의 코치들과 구단 관계자들, 취재진까지 그냥 웃을 수밖에 없었다.

시선이 향한 곳은 SSG 컨디셔닝 코치들이었다. SSG 컨디셔닝 코치들은 12일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근육맨 티셔츠와 가발을 쓰고 나와 모든 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모았다. 근육맨 티셔츠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기에 충분했고, 코치들마다도 디자인이 조금씩 달라 코치들 사이에서도 ‘누가 낫나’를 놓고 웃음꽃이 피었다. 뽀글이 가발 또한 색과 디자인 모두가 튀기는 마찬가지였다. 경기 전 최고의 화제였다.

코치들이 ‘체면’을 버리고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한 건 이유가 있다. 무더운 날씨, 그리고 8월 들어 성적이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걸 보고라도 한 번 웃어보자’는 의도다. 날이 더우면 아무래도 몸이 퍼지게 되어 있고, 불쾌지수가 높아져 작은 자극에도 짜증이 나게 되어 있다. 또 SSG는 8월 들어 타격 침체와 투타 엇박자로 성적이 처진 상황이었다. 1위 LG와 경기차는 더 벌어지고, 반대로 kt‧NC‧두산 등 3위권 팀들과 격차는 좁혀지고 있었다.

여러 사정이 겹쳐 선수단 전체로 웃음기가 사라진 가운데, 코치들이 먼저 나선 것이다. 지난해는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바 있는데 올해는 웃음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더 파격적인 의상을 골랐다. 막상 의상을 고르자 ‘이것만으로는 좀 밋밋하다’는 의견이 나와 가발까지 추가 주문했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선수들도 모처럼 활짝 웃고 농담도 주고받고, 때로는 코치들을 놀리며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진행할 수 있었다.

박창민 SSG 수석 컨디셔닝코치는 “컨디셔닝 파트가 선수들을 위해 치료와 트레이닝을 담당하고 있지만, 후반기 생각만큼 경기가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본업 외에 추가로 선수단 분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웃음을 통해 유연한 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고, 근육맨 셔츠와 가발 이벤트 의상을 고르게 됐다. 다행히 선수들 모두 출근 시간부터 환한 웃음으로 보답해 줘서 고맙고, 이런 분위기가 좋은 결과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 SSG는 '티셔츠 효과' 덕인지 12일과 13일 연승을 기록했다 ⓒSSG랜더스
▲ 최근 20이닝 2실점 맹활약으로 팀을 지탱하고 있는 김광현 ⓒSSG랜더스

선수들도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직접 가발을 쓰며 동참한 박종훈은 “체면을 무릅쓰고 이렇게 노력해 주신 컨디셔닝 코치님들께 감사하다. 좋은 취지이고, 우리 선수단도 다 같이 동참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했고, 역시 가발을 마다하지 않은 서진용 또한 “오늘 출근하자마자 코치님들 의상을 보고 웃었다.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마워했다. 그 덕인지, SSG는 12일 삼성과 경기에서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되돌렸다.

한 번 크게 웃은 SSG 선수단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이다. SSG는 지난해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라는 KBO리그에서 전무했던 대업을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쌓인 무형의 자산이 상당하는 게 구단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위기가 와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다’, ‘우리는 그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KBO리그 역대 첫 대업을 달성하며 우승한 팀이다’는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그러나 지난해에 비하면 승률도 떨어지고 2위에 처져 있으니 선수들 스스로도 자신들에 대한 ‘의심’이 들 때도 됐다. 그러자 베테랑들이 앞서 선수들을 다독이고 있다. 최선임이자 최근 팀 공격을 앞에서 끌고 가고 있는 추신수는 13일 삼성전 승리 후 “작년 우리 팀이 너무 완벽한 시즌을 보냈기에 최근 흐름이 익숙하진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우리 자신을 믿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긴 시즌을 치르다보면 이런 흐름이 정상적인 모습이다. 이때까지 우린 잘해왔다. 다른 팀을 의식하기 보단 오늘 경기 승리에 집중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웃고, 믿고, 이제는 해야 할 단계다. 베테랑 선수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을 명확하게 자각하고 활로를 뚫고 있는 가운데 SSG는 지난 주 삼성과 주말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광현과 커크 맥카티라는 원투펀치의 건재를 확인했고 한유섬 최지훈 등 부진했던 주축 선수들의 꿈틀대는 감도 확인했다. 김원형 SSG 감독도 현재 선수단 운영은 물론, 시즌 뒤 젊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마무리캠프 강훈련 등 밑그림을 하나하나씩 그려가고 있다. 6경기 차이가 큰 것 같지만, 자신도 모르게 숨어 있는 저력을 믿고 버틴다면 한 번은 반드시 기회가 온다.

▲ 12일 삼성전 끝내기 안타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한유섬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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