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다저스 유니폼 입은 장현석 “코리안 특급 같은 별명 빨리 얻고 싶어”
“한국 선수들한텐 LA다저스라는 구단이 친숙합니다. (MLB) 30개 구단 중 투수를 가장 잘 키운다는 구단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마산용마고의 우완 투수 장현석(19)은 MLB(미 프로야구) LA다저스 입단 소감을 이렇게 정리했다.
말끔한 양복을 입고 등장한 장현석은 14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호텔에서 열린 LA다저스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늘 정장을 처음 입는다. 이렇게 다저스와 계약으로까지 이어질지 몰랐다”며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앞서 1일 오는 9월 열리는 국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내지 않고, 미국 무대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던 장현석은 지난 9일 LA다저스와 계약금 90만달러(약 11억9900만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장현석은 올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유력한 ‘1순위’로 꼽혔지만 MLB 데뷔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행을 선택했다. 장현석은 “한국 프로야구를 거쳐서 미국을 갈 수도 있었겠지만, 제 최종 꿈은 메이저리그였다. 미국에 나가서 좋은 시스템과 좋은 시설에서 더 완벽하게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이런 도전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당당한 체격(190㎝·90㎏)을 갖춘 장현석은 최고 시속 157㎞짜리 강속구를 뿌리고, 커브와 슬라이더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슬라이더와 비슷한 구질이지만 수평으로 꺾이는 ‘스위퍼’를 연마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존 디블 태평양 지역 스카우팅 디렉터는 “2020년부터 장현석을 봐 왔다. 장현석의 구속(velocity), 체격(size), 변화구 능력(ability to spin the breaking ball)을 높이 평가했다”면서도 “그러나 가장 두드러진 점은 이기고자 하는 그의 투지(competitiveness)였다. 메이저리그에서 대성하기 위해선 이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올해 고교 무대에서 9경기(29이닝) 3승(무패) 평균자책점 0.93 탈삼진 52개로 활약한 장현석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명단에 아마추어 선수론 유일하게 이름도 올렸다. 대학생 선수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뽑힌 적은 있었지만, 고교생이 선발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디블 디렉터는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장현석이) 국가대표로 차출되는 것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다”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것에 저희 구단은 지지를 보낸다”고 했다.
장현석이 향후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착실하게 수련을 받는다면 구속을 100마일(약 시속 161㎞) 이상으로 끌어올릴 자질을 가졌다는 게 미국 내 분석이다. 디블 디렉터는 “선수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단계는 이미 시작됐다. 추후 스프링 캠프 때 저희 메디컬 스태프와 컨디션 스태프 등이 장현석의 몸상태를 분석해서 그가 어느 단계에서 시작할지 정할 것”이라고 했다. 아직 프로 선수로서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고교 및 대학 졸업 선수들은 바로 MLB 무대에 오르는 대신 치열한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쳐야 한다. 미 마이너리그는 하위 레벨부터 시작해 루키-싱글 A-더블 A-트리플 A로 구성된다. 장현석은 루키 단계에서 담금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장현석은 “빨리 (MLB 무대로) 올라가면 좋겠지만 가서 제가 어떻게 하는지 봐야 된다”며 “부상을 당할 수도 있기에 (MLB에 오르기까지) 몇 년이 걸릴 것이라 얘기는 못하겠다”고 했다.
LA다저스는 한국 최초의 메이저리거 ‘코리안 특급’ 박찬호(50)와 최근 부상을 털어내고 복귀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의 MLB 첫 팀이다. 장현석이 여기서 ‘코리안’ 계보를 이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장현석은 “앞선 선배들처럼 다저스라는 구단에서 꼭 선발 투수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히며 “다저스에선 (클레이튼) 커쇼 같은 (간판)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클레이튼 커쇼(35·미국)는 2008년부터 다저스에서만 줄곧 뛰며 사이영상을 세 차례(2011, 2013, 2014년) 받은 초특급 선수다. 디블 디렉터는 “(마이애미) 말린스에서 마이너리그 감독을 했다. 장현석의 커브볼은 조쉬 베켓의 투구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조쉬 베켓(43·미국)은 2003년 말린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를 제패하며 MVP(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장현석은 언제쯤 MLB 무대에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을까. 장현석은 “(지난달 24일) 청룡기 대회 장충고전(8강전)이 끝나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이 경기에서 팀은 비록 2대3으로 졌지만, 장현석은 팀의 두 번째 투수로 올라와 6과 3분의 2이닝 1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선보였다.
MLB에서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론 일본 출신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에인절스)를 지목했다. 장현석은 “오타니는 MLB에서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고, 같은 아시아권 선수이기도 하다”고 했다.
장현석은 오는 18일 개막하는 올 시즌 마지막 전국대회 봉황대기까지는 마산용마고 동료들과 그라운드를 누빈다. 그리고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나선 뒤 비자 발급을 받아 10월부턴 다저스 교육 등에 참가하며 몸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빅리거가 되기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장현석은 “다저스 유니폼을 입게 돼 영광이다. ‘코리안 특급’ ‘코리안 몬스터’처럼 저만을 위한 별명을 어서 받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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