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국가들 횡재세 도입 어디까지 왔나···에너지 부문 너머 식품·제약업까지 대상
횡재세를 도입하는 유럽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이 높은 이윤을 올리는 데 대한 대중의 분노를 달래는 한편 정부의 재정 적자를 메우는 방편으로 횡재세가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와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회계법인 KPMG와 미국 싱크탱크 조세재단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 이후 유럽에서 30건 이상의 횡재세가 도입됐거나 제안된 상태다.
대부분은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다. EU 내 24개국이 에너지 기업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거나 시행 중이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 금리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 은행권도 점차 횡재세의 표적이 되고 있다. 지난 8일 이탈리아가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은 이미 은행으로부터 횡재세를 징수하고 있다. 라트비아도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준비 중이다.
횡재세는 에너지와 금융 이외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 헝가리에서는 보험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은 물론이고 제약업계도 횡재세를 내고 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 11월 에너지 기업과 함께 식품 기업에 대해서도 횡재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크로아티아는 지난해 4000만유로(약 582억원) 이상의 수익을 보고한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했다. 불가리아도 이처럼 모든 업종을 대상으로 하는 횡재세를 계획 중이다.
KPMG 글로벌 조세정책 책임자 그랜트 워델존슨은 “유럽에 횡재세 열풍이 불고 있다”면서 “이는 명백히 재정 적자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FT에 횡재세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면서 미래의 투자를 위축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호기관 옥스팸 조세정의 정책 전문가 크리스찬 할룸은 FT에 “횡재세는 공정해 보이기 때문에 호소력이 있다”면서 “수백만명이 경제적 고통을 겪는 반면 기업들은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EU는 지난해 12월부터 에너지 기업에 ‘연대 기여금’이라는 이름의 횡재세를 걷어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반 가정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연대 기금 징수는 애초 올해 12월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스페인, 슬로바키아, 헝가리, 체코는 이를 최소 내년까지 연장할 방침이라고 FT는 전했다. 북해 유전에서 이익을 얻는 기업에 대한 영국 정부의 횡재세 징수는 2028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초과 이익에 대한 세금이 일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세 제도의 항구적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MF 재정업무국 샤픽 헤부스 부국장은 “이는 특정 기업이나 부문에 대한 사후적인 일회성 횡재세에 의존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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