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150억' 어떻게 거절하겠어...네이마르도 사우디 오일머니 유혹에 넘어갔다
[인터풋볼] 김대식 기자 = 결국 네이마르도 커리어가 아닌 돈을 선택했다.
프랑스 이적시장에 능통한 프랑스 '레퀴프'의 로익 탄지 기자는 13일(이하 한국시간) "네이마르는 사우디 알 힐랄과 2년 계약에 동의했다. 2년 동안 총액 1억 6000만 유로(약 2332억 원)를 수령하게 된다. 이제 이적은 PSG와 알 힐랄에게 달렸다. 네이마르가 PSG에 도착한 지 6년 만에 떠나는 게 확실해보인다"고 보도했다.
PSG 내부 정보에 능통한 프랑스 'RMC 스포츠'의 파브리시 호킨스 기자 또한 14일 "네이마르는 알 힐랄으로의 이적에 동의했다. 이적료는 9000만 유로(약 1312억 원)에 보너스다. 2년 계약을 체결했다. PSG에서 6년을 보낸 네이마르의 생활을 끝났다"고 전했다.
네이마르는 한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리오넬 메시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슈퍼스타였다. 브라질에서 어릴 적부터 엄청난 기대를 받고 성장했다. 제2의 펠레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네이마르는 2009년에 데뷔했다.
브라질 명문인 산토스에 데뷔하자마자 리그 최고의 스타가 됐다. 네이마르가 가지고 있는 천재성에서 비롯되는 현련한 드리블과 패스, 유려한 몸놀림을 통한 공격 전개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브라질 리그는 좁았던 네이마르는 2013-14시즌을 앞두고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네이마르는 순식간에 월드 클래스가 됐다. 메시-루이스 수아레스와 함께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공격 트리오로 평가받는 MSN 라인을 완성했다. MSN 트리오는 유럽을 그야말로 폭격했고, 바르셀로나에 트레블을 선물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성장을 거듭한 네이마르는 호날두-메시가 있는 신계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2015, 2017년 발롱도르 3위라는 성적표가 네이마르의 실력을 입증해주는 증거였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2인자에 익숙한 선수가 아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메시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판단한 네이마르는 2017-18시즌 세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결정을 내렸다. 바르셀로나를 떠나서 오일머니 구단인 PSG로 이적하기로 결정했다.
PSG는 네이마르를 영입하기 위해서 2억 2200만 유로(약 3231억 원)의 이적료를 바르셀로나에 지불했다. PSG를 유럽 최정상으로 이끌면서 세계 최고의 선수에 등극하고 싶다는 네이마르의 욕망과 세계 축구판의 판도를 뒤흔들겠다는 PSG의 야망이 합쳐진 결과였다. 이때 기록한 축구 역사상 최고 이적료는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한 선수의 욕망과 한 구단의 야망의 만남은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끝날 모양새다. 네이마르를 비롯해 수많은 대형스타를 영입한 PSG는 독일에서의 바이에른 뮌헨처럼 프랑스 리그앙에서는 절대적인 존재가 됐다. 네이마르가 PSG로 이적한 뒤로 리그 우승은 딱 1번만 실패했다.
문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성적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축되었던 2019-20시즌을 제외하고 PSG는 UCL 결승에 밟아본 적이 없다. 결승마저도 뮌헨에 0-1로 패배해 구단 역사상 최초 우승 달성에 실패했다.
매년 우승에 도전하는 수준이라도 보여줬다면 모르겠지만 PSG는 UCL에서 유독 약했다. 2019-20시즌 준우승과 2020-21시즌 4강 진출 말고는 매년 16강에 머물렀다.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 리오넬 메시를 가지고 있는 구단이라고 말하기엔 초라한 성적표였다.
PSG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네이마르의 위상도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PSG 이적 직후부터 네이마르의 발롱도르 성적은 하락했다. 2018년은 12위, 2019년은 최종 30인 명단에서 제외됐다. 2021년은 16위에 올랐지만 2022년에는 또 한번 최종 30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한때 메시-호날두 다음 가는 슈퍼스타였던 네이마르한테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PSG도 네이마르 영입이 실패하면서 방출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2022-23시즌이 시작하기 전부터 PSG는 네이마르를 매각하려고 시도했지만 네이마르를 데려가려고 하는 팀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다.
심기일전한 네이마르는 2022-23시즌 초반 다시 한번 전성기를 소환시키는 실력을 보여주면서 PSG의 왕이 누군지를 입증했지만 역시 부상이 문제였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인해 매 시즌마다 절반 가까운 시간을 허비하자 PSG 팬들도 결국 네이마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슈퍼스타인 음바페와의 불화설은 팬들의 분노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팬들의 분노에도 네이마르는 PSG에 남겠다는 의사를 보여줬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생각을 번복했다. 한국와 일본에서 프리시즌 경기를 치른 뒤 네이마르는 프랑스에 도착해 구단에 이적을 요청했다. 과거에도 네이마르는 조용히 바르셀로나 복귀를 추진한 적은 있었다.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이적을 요청한 적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네이마르를 원하는 유럽 빅클럽은 나타나지 않았다. 한때 네이마르에게 관심을 가졌던 첼시도 영입 포기를 선언했다. 네이마르의 현재 실력과 몸상태에 비해 과한 연봉과 이적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현재 네이마르의 추정 연봉은 약 5600만 유로(약 816억 원)가 넘는다. PSG에서 엄청난 조건을 제시해 네이마르를 영입했기 때문이다. 네이마르가 바르셀로나 시절에 보여줬던 퍼포먼스가 유지됐다면 연봉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시절 네이마르는 호날두와 메시 다음가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네이마르는 아니다. 차세대 슈퍼스타로 꼽히는 음바페와 엘링 홀란드와 비교해 성적이 너무 떨어진다. 계속된 부상으로 신체 능력은 크게 저하됐다. 경기장 안에서의 특별함은 여전하지만 전성기 시절에 비해 위력도 크게 감소했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는 반 시즌을 소화하는 것도 힘든 내구성이다. 부상이 너무나도 많다.
전성기 네이마르라고 해도 800억이 넘는 연봉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점점 실력과 내구성이 퇴보하고 있는 네이마르에게 연봉 800억을 흔쾌히 내밀어주는 구단은 현재로선 유럽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네이마르가 PSG에 이적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에 사우디와 미국행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 이유다. 네이마르가 연봉을 스스로 낮추지 않는다면 천문한적인 연봉으로 인해 유럽 구단들은 네이마르 영입을 꺼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이마르가 다시 한번 최고의 선수로 도약하길 원했다면 연봉을 스스로 낮추고 이적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네이마르는 사우디의 제안을 수락하면서 커리어보다는 돈을 선택했다.
사실 이적은 선수 본인의 선택이다. 이적을 결정하는 건 본인의 자유다. 현대축구에서는 선수의 동의없이 이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구단끼리 합의해도 선수가 이적을 거부하면 불가능하다. 하지만 네이마르는 사우디의 제안을 수락했다.
네이마르 개인의 결정이라 비난할 수 없다. 그러나 한때 신계를 노크했던 슈퍼스타가 전성기를 구사할 만한 나이에 유럽이 아닌 사우디로 향한다는 사실에 팬들은 아쉬움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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