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4일의 기다림, 길고 긴 재활 견딘 류현진…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통한다는 것 입증했다

남정훈 2023. 8. 1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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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외롭고 힘든 재활 기간을 견디고 14개월 만에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온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복귀 세 번째 경기에서 승리 투수가 됐다. 일자로는 444일 만이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미국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피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내주며 삼진 3개를 곁들여 2실점했다. 실점 모두 수비 실책이 동반된 비자책으로 처리되면서 평균자책점은 4.00에서 2.57로 떨어졌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1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 1회에 역투하고 있다. 류현진은 이날 5이닝을 소화하며 안타 2개와 볼넷 2개만 내주고 2실점(비자책) 하는 호투를 보이며 팀의 11-4 승리에 기여했다. AP연합뉴스
류현진의 호투로 토론토는 11-4로 대승을 거두며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났다. 토론토가 8-2로 앞선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온 류현진은 지난해 5월27일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전(5이닝 2실점) 이후 444일 만에 승리투수가 되며 메이저리그 통산 76승(46패 1세이브)을 기록했다. KBO리그(98승)을 합친 한·미 통산 승리는 174승이다.

14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던 지난 2일 볼티모어전에서 5이닝 9피안타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던 류현진은 두 번째 등판인 8일 클리블랜드전에선 4회까지 노히트 피칭을 이어나갔지만, 4회 2사 1루에서 오스카 곤살레스의 강한 타구에 오른쪽 무릎 안쪽을 맞고 5회에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X레이 결과 무릎에 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온 류현진은 6일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섰다.

이날 출발은 그리 순탄치 못했다. 1회 상대 선두 타자 크리스토퍼 모렐을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냈지만, 니코 호너에게 볼넷을 내줬다. 1사 1루에서 이안 햅을 평범한 1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1루수 브랜던 벨트가 이를 빠뜨리면서 1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과거 LA다저스에서 함께 뛰었던 코디 벨린저를 좌익수 라인드라이브로 처리하며 위기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댄스비 스완슨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3루수 옆을 뚫는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브랜든 벨트의 실책이 없었다면 벨린저를 처리하면서 이닝이 끝나는 것이었기에 허용한 두 점은 비자책 처리됐다. 이어진 2사 2루에서 스즈키 세이야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면서 길었던 1회를 마쳤다.

1회에만 피안타 2개, 볼넷 1개를 허용하며 31구를 던진 류현진은 2회부터는 안정을 되찾았다.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 동안 55구만 던졌고, 피안타 1개(호너), 볼넷 1개(벨린저)만 허용하며 특별한 위기 없이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5회까지 86구를 던진 류현진은 6회 제네시스 카브레라에게 마운드를 넘기며 이날 경기를 마쳤다.

사실 이날 류현진의 제구 자체는 볼넷을 2개 내줄 정도로 썩 좋지 못했다. 86구 중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공이 42구, 존을 벗어난 공이 44구로 더 많았다. 헛스윙도 단 6번만 유도했다. 다만 이날 스트라이크로 집계된 공 53구 중 파울이 15개였다. 존을 벗어난 공으로도 파울 유도를 통해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볼카운트 싸움을 잘 가져갔다는 얘기다. 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커터, 커브를 활용해 상대 타자와의 수 싸움을 잘 가져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토론토 타선도 류현진에게 힘을 줬다. 0-2로 뒤진 2회말 무사 1,2루에서 돌턴 바쇼가 역전 3점 홈런을 터뜨렸고, 2사 1, 2루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조지 스프링어의 적시타가 연거푸 터지며 5-2로 달아났다. 4회에도 토론토는 안타 3개로 만든 무사 만루에서 스프링어가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고, 캐번 비지오와 대니 잰슨이 삼진으로 물러난 상황에서 바쇼가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8-2까지 달아났다. 바쇼는 이날 5타점을 올리며 류현진의 ‘특급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선발투수 류현진이 1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에서 코리안 빅리거 최고령 선발승의 주인공이 됐다. 류현진은 수술과 재활 등으로 444일 만에 승리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경기전 류현진의 모습.로이터·USA TODAY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또 하나의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1987년 3월 25일생인 류현진은 36세 4개월 20일에 빅리그 선발승을 거두며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보유한 코리안 메이저리거 최고령 선발승 기록을 경신했다. 종전 기록은 박찬호가 필라델피아 소속으로 2009년 5월13일 LA다저스를 상대로 거둔 선발승(6이닝 2실점)으로, 당시 박찬호는 35세 10개월 13일이었다.

류현진도 오랜만에 승리 투수가 된 것에 흡족해했다. 그는 “수술 후 첫 불펜 피칭을 할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한 번도 재활 훈련을 멈춘 적이 없다. 모든 과정이 순조로웠고, 지금 나는 결과에 만족한다”고 밝혔다.

토론토의 존 슈나이더 감독은 물론 적장인 컵스의 데이비드 로스 감독도 류현진의 투구에 찬사를 보냈다. 슈나이더 감독은 경기 후 “정말 놀랍다. 흐름을 놓치지 않는 선수”라며 “류현진은 강한 타구를 억제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어 “(팔꿈치를 다치기 전에) 보여줬던 모습을 복귀 후 3경기에서 재현했다. 그 나이에 그렇게 하는 건 쉽지 않은데, 류현진에게는 쉬운 일처럼 보인다”고 칭찬을 이어갔다. 로스 감독도 “구속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류현진은 던질 줄 아는 선수다. 체인지업이 정말 굉장하다”고 치켜세웠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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