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랩·신탁 불건전 영업 현장 검사 재개…미래에셋·NH투자 차례

KB·하나 시작으로 복수 증권사 현장 검사

채권형 랩·신탁의 돌려막기를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이번 주 중으로 검사를 재개한다. 7월 말에서 8월 초인 검사 휴지기 이후 다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뉴스1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오는 16일부터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을 대상으로 현장검수에 착수한다.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 업무 실태와 관련해 불건전 영업 관행이 있었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금감원은 5월 KB증권과 하나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에 대해 현장검사를 진행했다. 교보증권과 키움증권은 차액결제거래(CFD) 현장 검사를 진행하면서 랩·신탁도 함께 살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랩·신탁 가입 고객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가 고객의 손실을 보전해줬다는 의혹에 현장 검사를 착수했다.

금감원 검사 결과 일부 증권사가 계약 만기가 도래한 고객 계좌에 편입된 기업어음(CP)을 타 증권사 등에 고가에 매도하고, 상대 증권사로부터 만기가 비슷한 다른 CP를 또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에 매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고객 계좌에 편입된 CP가 만기가 도래하면 위 방식을 반복해 목표 수익률을 보장했다.

연계·교체 거래로 고객 간 손실을 이전한 것이다. 연계·교체 거래란 자본시장법상 자전 거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른 증권사와 종목이 서로 다른 채권, CP 등을 주고받는 거래 방식이다.

금감원은 또 연계·교체 거래로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었던 증권사가 고유 자산을 활용해 고객 계좌에 있는 CP를 고가로 매입한 사실도 적발했다. 대상 고객은 영세법인이 아닌 대기업 또는 기관 투자자 등이었다. 당국은 이를 투자자의 자기 책임 원칙이라는 투자의 근간을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운용 실태를 들여다보기 위한 수시 검사도 16일 시작한다. 지난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불공정거래라든가 누가 봐도 부적절한 거래에 (CB 또는 BW가) 악용된다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 자리에서 “사모 CB 관련 여러 불법행위에 대해 지난해부터 중점 조사사항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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