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직접언급 안해도…애매한 협박글로 공포감 조성했다면 처벌

장덕고 흉기 예고글 게시자 "진학 못한 학교 안타깝단 뜻" 해명
'내가'·'흉기' 등 주어 빠진 예고글에도 '경찰력 낭비' 죄 묻기로

(광주=뉴스1) 최성국 이수민 기자 = 잇따른 흉기난동 사건으로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경찰이 협박 예고글에 '흉기'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14일 광주·전남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광주 수완지구 8월7일 장덕고등학교 3시에 갈거야'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모든 건 운명이 정해져 있나봐. 거길 걸어가며 기억의 저편 너머로 어쩔 수 없지만 신이 명령한 대로 따르는거야. 만약 반대면 그때의 나는 어땠을까" 등의 내용으로 흉기난동을 암시했다.

이 글이 신고 접수되자 해당 고등학교는 즉각 등교금지 조치했다. 경찰 역시 현장에 경찰력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안전관리에 나섰다.

수사 착수 후 A씨는 "칼부림이라고 말한 적 없다. 중학생 때 다른 고등학교 지정받아서 가고 싶은 고등학교 못 가고 한탄하는 글을 올린 것 뿐이다. 논란이 될 줄은(몰랐다). 그냥 당황스럽다"고 뒤늦게 해명글을 추가로 올렸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 경찰은 해당 글 작성자를 추적해 처벌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협박 예고글을 올린 게시자들이 '흉기란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내가 한다고 하지 않았다' 등 주장하더라도 범죄 예방을 위해 경찰력이 심각하게 낭비된 만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교 광주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장은 "아직 검거 전이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잇따른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단순한 글이어도 좌시할 수 없다"며 "글을 올리게 된 동기와 배경 등을 정확히 조사한 뒤 처벌여부 강도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평소 다른 때라면 몰라도 요즘 상황에서 이런 글을 올린다는 것은 분명히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협박 혐의를 적용하고 수사에 경찰력이 많이 소비되는 점을 고려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난으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흉기난동 범행 예고글을 올렸다가 긴급 체포된 20대 남성의 사례도 이와 맞닿아 있다.

최근 전남경찰청이 협박 혐의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해 체포한 B씨는 지난 9일 오전 1시쯤 SNS에 살인 예고글을 올렸다. "내일 나주역에서 칼부림한다니까 조심하십시오. 나주역에서 강간도 한다니까 진짜 조심하십시오"라는 내용이다.

해당 글에는 누가 범죄를 하겠다는 주어가 포함돼 있지 않지만 경찰은 주민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나주역을 중심으로 경찰특공대와 강력팀 형사, 경찰기동대, 지역경찰 등을 대대적으로 투입했다.

전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곧바로 IP 추적 등을 통해 B씨의 신원을 특정, 나주 자택에서 긴급체포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찰들이 출동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장난삼아 글을 작성했다"고 진술했지만 결국 처벌을 피하지 못할 전망이다.

경찰은 최근 묻지마, 무차별식 '이상동기범죄' 발생 이후 모방범죄의 차단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다중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특별치안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4일부터 시작한 이번 특별치안활동은 역·터미널, 관광지, 행사장 등 다중밀집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이충호 전남경찰청장은 "앞으로도 살인예고 글 게시자는 살인예비죄를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협박죄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까지 적극 검토해 구속수사할 방침"이라며 "사회적 불안감을 일으키는 살인예고 글에 대해서는 모든 수사력을 집중해 검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breat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