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차 대만봉쇄 군사훈련' 할까…무력시위 득실 고심중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중국이 라이칭더 대만 부총통의 파라과이 방문 도중 미국 경유를 빌미로 삼아 또다시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 당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지난 4월 차이잉원 대만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의 회동을 이유로 사실상 대만 침공을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두 차례 한 바 있는 중국이 이를 반복할지 국제사회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이 부총통은 차이 총통의 특사 자격으로 남미 수교국 파라과이의 산티아고 페냐 신임 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위해 12일 대만에서 출발했다.
경유지인 미국 뉴욕에서 1박 2일을 보낸 뒤 14일 파라과이로 향하며, 귀국 때 샌프란시스코를 들르는 6박7일 일정이다.
군사훈련 가타부타 언급 안 한 中…한다면 16일 이후 가능성
현재로선 중국 당국은 대만 군사훈련 여부와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11일 중국해사국은 항행 안전 정보를 통해 12일 정오부터 14일 오후 4시까지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시점으로 볼 때 중국 당국은 라이 부총통의 출국 전에 대만 정부를 압박할 목적으로 이 같은 공지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전 사례를 보면, 작년 8월의 경우 2∼3일 방문을 마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떠난 다음 날인 4일 중국은 무력시위를 개시했다.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를 동원해 대만 상공을 지나는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했는가 하면 군함과 항공기를 동원해 대만해협 중간선을 수시로 넘었고, 해상·공중에서 대만을 봉쇄했다.
지난 4월에는 차이 총통이 미 캘리포니아주 레이건도서관에서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한 지 사흘만인 같은 달 8일부터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4월 5∼7일)과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의 사상 첫 중국 방문(3월 27∼4월 7일)이 종료된 직후다.
중국은 대만해협과 대만 섬 북부, 남부, 대만 섬 동쪽 해·공역에서 강도 높은 무력시위를 벌였다.
다만 차이잉원·매카시 회동에 대한 중국의 초반 군사적 대응은 펠로시 대만 방문 때보다는 강도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라이 부총통이 방미 기간에 누구를 만날지 주목하고 있으며, 귀국길 샌프란시스코 방문 일정까지 확인한 뒤 대만 봉쇄 군사훈련 돌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美 겨냥 라이칭더 방미 책임론 꺼낸 中…대응 강도 숙고
현재로선 라이 부총통이 방미 때 접견할 미국 고위급 인사는 로라 로젠버그 미국재대만협회(AIT) 회장만 공개됐다. AIT는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이다.
톰 티파니(공화·위스콘신주) 등 미 하원의원 6명이 지난달 26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에게 라이 부총통과 만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회동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이 라이 부총통을 만날 경우 미국이 내년 1월 13일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의 후보인 그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또 중국이 크게 반발할 수 있기 때문에 미 행정부가 이를 선택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외교부는 13일 성명을 통해 라이 부총통의 뉴욕 도착 직후 "라이칭더는 완고하게 '대만 독립'의 분열적 입장을 견지하는 철두철미한 '골칫거리 제조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만해협 정세의 긴장이 이어지는 근본적 원인은 대만 당국이 미국에 기대 독립을 도모하고, 미국은 고집스레 대만을 통해 중국을 통제하려는 것에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결국 대만 문제의 배후가 미국이라는 논리다.
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에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 이익 중에서도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는 입장을 수시로 반복해왔다. 여기에 이번 중국 외교부 성명은 미국 책임론까지 덧씌웠다.
미국은 일단 중국과의 불필요한 갈등과 대립을 피할 목적으로 차이 부총통의 방미에 '로 키'(low-key)로 대응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라이 부총통이 미국 경유 때 정치 중심지인 워싱턴DC 방문을 희망했으나, 미 행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미 행정부는 올해 상반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의 방중을 계기로 겨우 해빙된 미·중 관계가 다시 경색되는 걸 원치 않아 보인다.
특히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참석을 기대하고 있다.
반도체·양자컴퓨팅·인공지능(AI) 등 중국의 첨단 기술 발전을 차단하기 위해 이른바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압박을 가하는 미 행정부가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다소 유연한 대응을 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반중 정서 우려한 中, 저강도 무력시위 가능성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의 디리스킹 압박과 경기침체 장기화에 따른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위험, 폭우 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 중국 입장에서도 역시 미국과의 갈등 확산이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중국이 '강공'을 펼치기 쉽지 않은 사정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만 총통선거를 불과 5개월 남긴 시점에서 3차 대만 봉쇄 군사훈련이 대만 내에 안보 위기를 조성하면 선거에 득이 될 게 없다는 점도 중국으로선 고민이다.
2016년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 당선 이후 8년간 당국 차원의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중단해온 중국은 대만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으나, 안보 위기는 집권당 후보인 라이 부총통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갈수록 여론조사에서 2·3위인 민중당의 커원저,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와 격차를 벌려가는 라이 부총통의 입지가 중국과의 갈등으로 오히려 더 탄탄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대만여론재단이 지난달 17∼18일 20세 이상 대만인 1천8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라이 후보가 36.4%로 1위였고, 커 후보(27.8%)와 허우 후보(20.2%)가 뒤를 이었다.
외교가에선 라이 부총통의 이번 방미는 중국의 도발을 유도해 대만 유권자들에게 '반중 정서'를 유도하려는 의도로 본다.
그럼에도 대만을 '특별행정구'로 규정해온 중국으로선 라이 부총통의 이번 방미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떤 형식으로든 '도발'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중국은 일단 라이 부총통의 귀국 길까지 지켜본 뒤 무력시위의 수준을 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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