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사태보다 위험”… 中 비구이위안發 부동산 ‘퍼펙트 스톰’ 조짐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중국 부동산업계의 도미노 디폴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의 크리스티 헝 선임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인용한 야후 파이낸스의 12일(현지 시각) 보도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비구이위안보다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민영 부동산 개발업체들에 대한 우려가 터져나오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현금 수입으로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을 보면, 비구이위안은 지난해 말 기준 93%로 매출 기준 지난해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중 1위였고 올해 상반기에도 5위를 기록했다.
비구이위안은 최근 유동성 악화 속에 지난 7일 만기인 달러채권 2건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296억원)를 갚지 못했다. 30일간의 유예기간에도 채무 의무를 다하지 못하면 디폴트에 빠지게 된다.
여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4일 비구이위안이 이날부터 역내 채권 가운데 10종 이상에 대해 거래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과 2022년 발행한 위안화 표시 채권 6종은 선전 증권거래소에서, 3종은 상하이 증권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게 되며, 비구이위안의 계열사 광둥텅웨건설공사의 회사채 1종과 비구이위안 사모채권 1종도 거래가 중단된다.
BI에 따르면 비구이위안보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이 낮은 위안양(시노오션·12%)은 지난 2일 20억 위안(약 3650억원) 규모 채권에 대한 채무를 다하지 못했고, 허징타이푸그룹(KWG)그룹(15%)은 지난 4월 말 디폴트를 선언했다. 헝 애널리스트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각각 35%와 63%에 그친 야쥐러(애자일)와 신청(시젠) 등의 건설사의 채무 상환능력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주력해왔던 지방 소도시에서의 건설사업이 타격을 입은 데다 비구이위안의 디폴트 우려가 부각되면서 주택구매 심리가 얼어붙고 유동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건설 사업이 제대로 마무리될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것도 악재다.
헝 애널리스트는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경우 중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보상비율이 261%로 상대적으로 높은 룽후(롱포) 등 다른 부동산업체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 외에도 지난달에는 대형 개발사 다롄완다그룹에 대한 디폴트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제로 코로나’ 해제와 중국 당국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지난 2021년 말 헝다(에버그란데)의 경영난으로 촉발됐던 부동산 업계 디폴트 도미노가 또 한 번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헝 애널리스트는 “(비구이위안의) 어떠한 디폴트도 헝다 때보다 중국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전역에 있는 비구이위안의 건설 프로젝트가 3000여건으로 헝다의 약 700건보다 4배 이상이다. 다만 지난해 말 기준 부채 규모를 놓고 보면 헝다는 3330억달러로 비구이위안의 2000억달러보다 많다.
코로나19 봉쇄 등으로 인해 그때보다 중국의 전반적인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당국이 부동산 통제에서 부양으로 돌아섰지만 경제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 등도 악재로 꼽힌다.
헝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당국의 부동산 부양책이 개발업체들의 유동성 문제에 대한 직접적 지원보다는 주택 매수 제한을 풀어주는 등 수요 측면에 집중됐다”며 “신규주택 판매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중국 상황이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진 후의 일본 상황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있다”며 “기업·가계가 모두 빚 갚기에만 몰두하느라 경제 성장이 하향 곡선을 그리는 일본식 ‘대차대조표 불황’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도 중국의 경제적 취약성을 ‘거리는 시한폭탄’에 비유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인용하며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40%를 담당해온 중국 경제의 침체는 세계 경제에 우려스러운 위험요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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