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애국혼, 창작 발레로 되살아나…이동훈·이은원이 그린 환상적 춤 [리뷰]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8. 14.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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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발레단 창작 발레 3년 연속 무대에
국립발레단 수석 출신 이동훈·이은원
환상적 2인무로 안중근 부부 애절함 표현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안중근 의사(이동훈)와 11명의 동지들이 왼손 약지 첫 관절을 잘라 ‘단지 동맹’을 맺는 장면. 무대 배경엔 태극기와 함께 한자로 ‘대한 독립’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M발레단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만주 하얼빈에서 일제의 초대 조선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한 뒤 사형 선고를 받고 이듬해 3월 순국했다. 그가 남긴 이 유언 속에 담긴 애국혼이 발레리노의 높고도 가뿐한 비상으로 재현됐다. 12일, 광복절을 앞두고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 무대에 오른 창작 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다.

이 작품은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 출신 문병남 M발레단 대표가 안무를, 양영은 단장이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지난 2015년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제작지원으로 초연된 후 2021년 예술의전당과 함께 재제작됐다. 지난해엔 대한민국발레축제 개막작으로, 올해는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유통협력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무대에 오른다. 이미 서울 마포구뿐 아니라 충북 충주·경기 광명 등 지역 공연장을 돌았고, 25~26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이번 시즌 총 8회차 공연의 막을 내린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16세에 혼인 서약을 한 안중근(이동훈)과 김아려(이은원)가 사랑의 기쁨을 표현한 파드되. 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M발레단
올해 공연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발레리노 이동훈과 발레리나 이은원이 5년 만에 함께 전막 무대에 올랐다는 점에서도 뜻깊다. 지금은 각각 미국 툴사발레단, 워싱턴발레단에서 활약 중인데, 오랜만에 가진 국내 무대인지라 커튼콜에서 플래카드를 들어 보이는 팬도 있었다.

둘은 각각 안중근과 아내 김아려를 맡았다. 16세에 치른 혼례식, 의병 활동 중 사경을 헤맨 안 의사의 꿈속, 뤼순감옥에서의 마지막 등을 배경으로 황홀한 2인무(파드되)를 선보인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 속에서도 존중과 희열, 고난과 치유, 슬픔과 그리움 등 다채로운 표현이 돋보였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안중근 의사(이동훈)와 아내 김아려 (이은원)의 마지막 파드되. 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M발레단
‘침략 야욕’ 日 장교 독무, ‘독립 의지’ 의병단 군무 등 강렬 대비
특히 2년 연속으로 주인공 안중근 역을 소화한 무용수 이동훈의 역동적인 기교와 서정적인 연기는 몰입도를 높였다. 또 야욕 넘치는 일본군 장교 이시다(무용수 윤별)의 격렬한 독무와 독립을 향한 의지를 다지는 남성 의병단의 힘 있는 군무는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순수한 축제 분위기를 내는 과거의 혼례식과 퇴폐미 가득한 현재의 일본풍 술집, 의병들이 훈련하는 연해주 숲속과 안 의사가 사형 집행을 기다리는 쓸쓸한 감옥, 거사가 치러진 하얼빈 기차역 등 다양한 장소성도 눈에 띈다. 무대에선 미디어 아트와 조명으로 알기 쉽게 연출했다.

음악은 김은지·나실인의 자작곡과 함께 차이콥스키의 이탈리아 기상곡 45번, 말러 교향곡 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등 귀에 익숙한 클래식을 활용했다.

극 전반적으로 무용수들의 몸짓이 서사를 이끌지만, 대사 형식의 배경음도 활용했다. 안 의사가 하얼빈 역에서 총격 직후 외친 러시아말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 안 의사의 모친 조마리아 여사가 옥중의 아들에게 ‘일제에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며 쓴 자필 편지 등이다. 민족의 독립 투지 등 주제 서사를 명확히 전달하려는 의도다.

양 단장은 “영웅이자 한 인간이었던 안중근 의사의 삶을 그려내고자 했다”며 “대부분 일회성 공연으로 끝나는 무용 창작지원 사업의 단점을 극복하고 우리나라 대표 발레 레퍼토리로의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극중 연해주에서 전투 활동을 벌이는 안중근 의사(이동훈)와 항일 의병들. 사진제공=마포아트센터·M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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