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광복의 그날, 그 감격을 느끼다

2023. 8. 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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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하늘 아래서 만나기도 어려웠는데
옥중에서 하는 이별 또한 기이하기도 하구
옛 맹세는 아직도 식지 않고 있건만
국화꽃 피어오르면 다시 만날 기약 잊지 말게나

만해 한용운이 먼저 출소하는 동료에게 써준 시 ‘이별’이다. 이 시에 나오는 옥중은 어디일까?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이었던 한용운이 갇혀 있었던 서대문형무소를 가리킨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일제강점기 근대식 감옥이었던 곳이다.

서대문형무소는 우리의 근현대 암울했던 역사가 그대로 보존된 현장이다. 1908년 10월에 문을 열어 1987년 11월에 폐쇄될 때까지 80년 동안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에는 식민 지배에 맞섰던 많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갇혔으며, 해방 후에는 독재 정권과 군사 정권에 저항했던 민주화 운동가들이 갇혔던 곳이다. 

1945년 8월 16일 서대문형무소에서 쏟아져 나온 독립운동가들이 해방의 기쁨에 환호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정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일왕의 항복 선언에도 대부분의 사람은 평소와 다름없이 일상을 이어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당시 라디오 보급률이 높지 않았다. 여운형 선생이 조선총독부와의 비밀회담에서 정치범의 즉시 석방을 요구했고, 그는 서대문형무소를 찾아와서 독립운동가들을 해방시켰다. 그날이 8월 16일 오전 11시였다. 굳게 닫혀 있었던 서대문형무소의 문이 열리고 석방된 독립운동가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그러자 사람들은 비로소 우리나라가 해방됐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독립운동가가 되어 서대문형무소를 탈출하기 위한 실감형 콘텐츠 ‘1937’을 스마트폰에서 실행해봤다.

일제강점기 서대문형무소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독립운동을 하다 하얼빈에서 체포되어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던 독립운동가 맹호는 암호화된 밀서를 갖고 서대문형무소를 탈출하기로 했다. 그가 삼엄한 일제의 감시망을 뚫고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마치 영화 속 이야기 같은 독립운동가의 서대문형무소 탈출 작전이다. 누구나 이 작전에 도전할 수 있다. 실감형 콘텐츠 ‘1937’을 통해 가능하다.

8월 15일은 광복절이다. 광복절은 우리나라가 일제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그날이 1945년 8월 15일이었으니 올해로 광복 78주년을 맞이한다. 실감형 콘텐츠 ‘1937’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배경으로 참여자가 이동통신(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주어진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독립운동가 맹호를 구출할 수 있는 게임이다. 

스마트폰, 암호부를 들고, 임무에 나와 있는 대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둘러보면서 실감형 콘텐츠 ‘1937’을 체험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체험이 꽤 흥미로워 보인다. 내가 사는 서대문구에는 서대문독립공원이 있다. 독립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공원 내에 있고,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공원에 인접해 있다. 이번에 광복절도 있고 해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1937’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시작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정문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전시관(보안과청사)에서 출발한다. QR코드를 인식하거나 플레이스토어에서 ‘리얼월드’를 검색해서 설치했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전시관(보안과청사) 출입구에는 실제 감옥과 같은 철창이 있다.

게임이 그러하듯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스마트폰과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제공하는 암호부를 들고 전시관(보안과청사)에 전시된 패널을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첫 번째 임무는 암호부에 있는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이다. 암호를 해독하니 그다음 단계의 작전 설명이 나온다. 서대문형무소의 현재의 확장도를 완성하라는 임무다. 그러려면 전시관에서 확장도를 찾아서 봐야 한다. 눈앞의 패널에 나와 있는 서대문형무소 확장도를 보고 있건만, 퍼즐 조각을 맞추기 쉽지 않았다. 

여러 번 시도하다가 주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가까스로 퍼즐을 맞추니 서대문형무소 탈출의 최종 목적지가 나타났다. 일제의 삼엄한 감시망을 피해서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험난하다.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게임을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봐야 한다.   

서대문형무소 현재의 확장도를 눈앞에 보면서도 퍼즐을 완성하기 어려웠다.

평소 전시관을 둘러볼 때면 패널을 일일이 읽어보지 않는다. 그런데 ‘1937’을 실행해 전시관을 둘러보니 임무의 정답을 찾기 위해서 해당 패널을 찾아서 유심히 읽어보게 되었다. 자연스레 일제강점기 우리의 역사를 알아나갈 수 있다. 

또한 게임을 하면서 전시관을 구경하니 지루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다. 평소 게임을 하지 않는 나로선 임무를 수행하는 게 어려웠다. 혼자가 아닌 일행과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면 정답을 찾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2023 서대문독립축제’가 열리는 서대문독립공원은 비가 와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른 참여자들은 어땠을까? “정말 즐거웠고 역사 공부에 도움이 되었어요. 다음에 친구를 데려와서 또 참여할 의향이 있어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경험이었어요. 구석구석 새로운 장소도 경험할 기회가 되었던 것 같아요”,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어요”라고 소감을 말한다. 물론 나처럼 어렵다는 반응도 있었다.

태극기 공기알 만들기를 체험하는 학생들이 한창 색칠에 열중하고 있다.

광복절 행사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서대문독립공원에서 ‘2023 서대문독립축제’가 열린다. ‘국민이 함께하는 광복의 기쁨’이라는 구호로 연일 공연, 참여, 체험 등이 마련되어 있다. 8월 12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도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아주고 있었다. 태극기 공기알 만들기 체험존에서 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공기알에 색칠하고 있다. 

독립문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가는 길목에 독립운동가들의 패널이 전시되어 있다.

독립문에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가는 길목에 독립운동가들의 패널이 전시되어 있다. 유관순 열사처럼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도 있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도 많았다.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한 박하람(24), 박예람(23) 자매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이 과거의 형무소를 재현했기 때문에 당시의 삼엄했던 분위기 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그동안 역사책에서 자세히 다루지 않았던 우리의 역사, 인물에 대해서 알게 되었어요”라고 말한다. 

오는 9월 30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광복 78주년 특별기획전 ‘광복의 그날, 서대문형무소’가 열린다.

8월 12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10옥사에서 광복 78주년 기념 특별기획전 ‘광복의 그날, 서대문형무소’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여명작전’으로 광복 직전 각 형무소의 상황을 담고 있다. 2부는 ‘광복실감’으로 광복을 맞아 출옥한 독립운동지사들과 그들이 느꼈던 환희의 순간을 조명하고 있다. 3부는 ‘해방정국’으로 식민지 치하 일제의 감옥이 대한민국의 감옥으로 바뀌는 과정을 담고 있다.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도 특별기획전을 관람하고 있다.

1945년 8월 16일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찍은 만세 사진 한 장이 있다. 광복을 맞아서 출옥한 독립운동가들과 그들이 느꼈던 환희의 순간을 포착한 흑백 사진이다. 두 팔을 하늘로 뻗고 환호하는 모습에서 독립과 자유를 갈망했던 그들의 기쁨이 드러난다. 전시실 정면에 형상화한 그들의 모습을 대하면서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가치를 위해 애쓰신 분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감사하다.  

특별기획전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거기엔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대원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해설사가 여러 대원들을 인솔해서 외국어로 전시를 해설하거나 대원들 각자 자유롭게 전시를 구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대한민국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광복절 행사를 즐기고 있었다. K-콘텐츠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언어, 문화에 이어 역사도 알아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광복 78주년을 기념해서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의 정문이 활짝 열려 있다.

우리 선조들이 그러했듯 우리도 광복절을 맞아 독립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있는 서대문독립공원을 방문해 독립의 기쁨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따듯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저만의 감성으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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