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보조금 138억 자유총연맹, 하는 일은 ‘태극기 달기’···회계관리·감독도 ‘부실’
3대 관변단체 대표는 모두 여권 인사
‘양평지회, 제3회 나라사랑 태극기 그리기 대회 등 9건, 1억5585만원.’
올해 한국자유총연맹 경기 양평지회가 지급 받은 보조금과 사업내용이다. 양평지회 외에도 서울 강남지회, 성동지회가 국경일 태극기 달기 캠페인 등 사업으로 각각 9727만원, 534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자유총연맹이 이렇게 받은 보조금 총액은 올해 138억9461만원에 이른다.
경향신문이 14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한국자유총연맹, 새마을운동중앙회,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 등 세 단체의 ‘2022~2023년 보조금 총액 및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 세 단체의 올해 보조금 총액은 231억8210만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지만 보조금에 대한 자체 관리·행정안전부의 감독은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세 단체의 회장이 모두 여권 인사로 교체되는 등 정치 중립성 위반도 우려된다.
이들 세 단체가 받는 올해 보조금 규모는 역대급이다. 윤석열 정부는 올해 새마을운동중앙회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9억9700만원 늘려 세 단체 총 국고보조금이 55억2800만원이 됐다. 세 단체 국고보조금은 김대중 정부에서 연평균 12억원, 노무현 정부에서 연평균 3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연평균 44억원, 박근혜 정부에서 연평균 49억원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해 자유총연맹 2억8500만원, 새마을운동중앙회 39억7600만원, 바르게살기협의회 3억원 등 45억61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급했다.
세 단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이승만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 맏형격인 자유총연맹은 이승만 정부 당시 ‘아시아민족 반공연맹’,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는 신군부 산하 ‘사회정화위원회’를 모체로 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박정희 정부의 새마을운동을 체제 유지와 지역 관변조직 활성화에 이용하고자 한 전두환 정부에서 창립됐다. 1987년 민주화 이후에는 반공연맹이 해체 후 자유총연맹으로 재탄생했고, 법에 규정된 목적도 ‘자유민주주의 수호와 발전’ ‘새마을운동의 지속적인 추진과 향상을 도모’ ‘밝고 건강한 국가·사회 건설’ 등 공익적 취지로 순화됐다.
그러나 세부사업 내용은 여전히 과거 단체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유총연맹이 지부·지회별로 1가지씩 제출한 보조금 사업 내역에는 ‘안보’ 관련 활동 47건, ‘민주시민교육’ 23건, ‘태극기 달기 운동’ 18건, ‘6·25전쟁음식 재현 시식회’ 13건 등으로 나타났다. 서초지회 ‘마약예방캠페인’ 정선지회 ‘4대악 근절 캠페인’ 등 윤석열 정부 들어 강조하는 정책 관련 사업에도 보조금이 지원됐다.
보조금의 운영비 비중도 높았다. 지난해 바르게살기협의회 17개 지부가 받은 보조금 중 운영비 비중을 확인한 결과 평균 52.71%에 달했다. 올해는 46.62%(대전 제외)였다. 운영비 외 사업비 용처도 공익적 활동보다는 회원 간 교류와 간담회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 예로 경남지부는 운영비 7100만원 외에도 핵심회원 연수 3600만원, 도덕성회복 강연회 및 회원 간담회에 2250만원, 경남회원대회 1900만원, 전국회원대회 참가비 1800만원, 회원 영호남 교류활동 1000만원, 바르게살기 여성지도자 대회 참가비 900만원 등에 총 1억1450만원을 썼다.
세 단체는 별도 조직법에 따라 운영비 지급 등이 보장되지만 다른 민간단체들이 보조금법의 적용을 받아 보조금을 운영비로 교부 받지 못하는 것과 비교된다. 보조금 관리를 강화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서는 이들 관변단체들의 보조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자유총연맹에 따르면 2019~2023년 동안 세입·세출 관련 행정안전부의 지적 또는 점검 관련 사항은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2018년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의 횡령·배임 의혹,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예산 증가 관련 최순실씨(개명 후 최서원씨) 연루 의혹 등을 계기로 세 단체에 대한 특별회계검사감독을 실시했다.
바르게살기협의회는 보조금 회계도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실제 각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예산안과 비교한 결과 1억4100만원이어야 할 보조금을 1410만원으로 오기하는 것부터, 지부에서는 지급된 보조금을 9850만원으로 기재해놓고 중앙에서는 4억5552만원으로 보고하는 사례 등이 발견됐다. 협의회 측은 지부에서 취합된 금액은 예산액 기준, 중앙에서는 결산액 기준으로 산정해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예산액보다 결산액이 더 크게 나타나는 등 해명으로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했다.
대전시가 지원하는 바르게살기 회관 건립 보조금 14억원은 여당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지난해 11월28일 대전광역시의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대전시 행정자치국장은 회관 부지에 대해 “바르게살기협의회에서 대충 눈여겨본 부분은 있는 것 같더라”라며 “아직 정확하게 확정은 안 됐고 20억원 정도면 매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민의힘 시의원조차 “대충 눈여겨봐서 예산을 세우면 안 되지 않나”라며 “20억원이면 엄청 큰돈인데 장소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대략적으로 잡나”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여당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이들 단체가 내년 총선에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3대 관변단체 회장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않고 바뀌었는데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국민의힘 소속 강석호 전 의원과 곽대훈 전 의원이 각각 총재와 회장을 각각 맡았고, 바르게살기협의회장에는 임준택 전 수협중앙회장이 취임했다. 임 회장은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부산 서·동구 출마할 것이라는 설이 지역 정가에서 나온다. 세 회장 모두 여권 인사가 임명된 것이다.
특히 자유총연맹은 지난달 경향신문 보도를 통해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한 사실이 알려졌다. 강석호 총재는 윤 대통령을 지지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막말 시위를 벌인 극우 유튜버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거기서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를 해야만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세 단체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선거운동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금지된다.
정부·여당이 이들 단체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여지도 있다.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목표로 하는 정부·여당과 문재인 정부 동안 삭감된 보조금과 잃어버린 보수성을 회복하려는 관변단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자유총연맹 등 단체들은 지역 조직이 탄탄해 선거를 할 때 챙겨야 하는 순위 다섯 손가락에 든다”며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7131700001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7181134001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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