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장 근거가 약세론 이유로…급격히 꺾인 투심, 왜?[이번주 美 증시는]
이번주 미국 증시는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에 주목하면서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할 전망이다.
이번주에는 15일에 지난 7월 소매판매가 공개되고 소매업체인 홈 디포(15일), 타겟(16일), 월마트(17일)의 실적 발표가 이어진다.
지난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4% 늘어 강세를 지속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월(6월)의 소매판매 증가율 0.2%를 뛰어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소매업체들의 콘퍼런스 콜에도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유가와 식품 가격이 상승하고 올 가을 학자금 대출 상환이 재개되면서 소비자들의 재량적 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소매업체들이 향후 소비 전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15일에는 매파적 성향을 드러내왔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연설이 예정돼 있다. 16일에는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이 결정됐던 지난 7월 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NB 프라이빗 웰스의 투자 수석인 섀넌 사코시아는 CNBC에 "이번주는 소비에 대해 알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 소비자들이 대대적인 재정 및 통화 부양책 없이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소비를 계속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주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주 16일에는 지난 7월 산업생산도 발표된다. 산업생산은 전월(6월)의 0.5% 감소에서 0.3% 증가로 턴어라운드하면서 경제 호조세를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나스덕지수는 지난주 1.9% 내려가며 2주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2주간 하락률은 4.7%에 달한다.
S&P500지수도 지난주 2주일째 약세를 이어가긴 했으나 지난주 하락률은 0.3%에 그쳤다. 특히 다우존스지수는 지난주 0.6% 올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들어 급격하게 올랐던 기술주들이 밸류에이션 부담이 가중되며 하락 압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발표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예상을 소폭 밑돌았지만 생산자 물가지수(PPI)는 예상을 웃돌며 연준(연방준비제도)의 긴축 사이클이 조만간 종료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높은 수준의 금리는 성장주인 기술주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통상 8~9월은 증시 수익률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뒤늦게 빅테크주 추격 매수에 들어간 투자자들이라면 급격한 주가 조정에 마음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강세장 기조가 유지된다면 최근 주가 조정을 인내할 수 있지만 혹시라도 조정이 깊어진다면 빨리 손절매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켓워치는 이 질문에 답하려면 올해 증시 랠리를 이끌었던 요인이 무엇이었는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네이션와이드의 투자 리서치 수석인 마크 해켓은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이번 랠리 대부분이 두려움이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촉발된 것이라며 "지난 10개월 동안 증시 랠리의 약 90%는 공포의 벼랑 끝에서 멀어져가는 과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S&P500지수의 바닥은 연준이 연속으로 금리를 0.75%포인트씩 큰 폭으로 인상하고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꺾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고조된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와 관련해 세븐스 리포트 리서치의 설립자인 톰 에세이는 이번 랠리가 연준의 금리 인상이 끝났거나 거의 끝났다는 판단, 경기 침체를 피할 것이란 전망,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인 하향 경로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 등 3가지 요인을 근거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긴축 사이클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국채수익률이 오르거나 경제지표가 흔들리면서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지거나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더 떨어지지 않고 정체되거나 오히려 반등한다면 증시의 강세 기조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 시나리오에서는 지난 6월 이후의 주가 상승분, (혹은 올해 전체 주가 상승분) 대부분에 대한 근거가 약화되며 10% 이상의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직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신호는 없고 미국 경제는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고 인플레이션도 완만한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이 시나리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셔널와이드의 해켓은 8월 들어 시장 분위기가 지난해 10월과 비슷하게 암울해졌다며 헤지펀드를 비롯한 대형 투자자들이 더 이상 증시 상승에 베팅하지 않고 있으며 다시 약세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는 시장에 반영된 공포가 현실화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말부터 랠리를 펼쳤지만 이제 그 역동성이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헤켓은 지난해 말 압도적인 비관론이 시장 랠리의 발판을 마련한 것처럼 인플레이션 하락, 온화해진 연준, 견조한 경제 성장이라는 '골디락스' 경제에 한 광범위한 낙관론이 강세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낙관론이 극단적으로 고조된 것은 아닌 만큼 계속 지켜볼 필요는 있다며 "증시가 상당 기간 동안의 약세에 취약한 상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이 조정이 매우 자연스럽고 건전하게 그간의 움직임을 다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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