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침해 하루 8.3건꼴…학생 인권·교권 사이 균형 맞춘다
서초구 초등교사 사망 약 한달만에 교육부 종합대책 마련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교육부가 14일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방안' 시안을 마련한 것은 최근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 침해 사안이 연이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교사들의 교육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가 분출됐기 때문이다.
교권을 보호하는 것은 공교육 살리기의 핵심 대책이자, 다른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도 고려됐다.
논란의 여지가 있던 학생인권조례 개정, 중대한 교권 침해 조치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를 시안에 담은 점은 교권 침해를 바로잡겠다는 교육부의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해 말 발표된 대책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안에 담긴 내용이 대부분 법안 개정이 있어야 하는 것이어서 당장 교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숨겨진 사안까지 고려하면 교실은 교권 침해 만연"
교육부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를 심의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는 2019년 2천662건에서 코로나19가 확산으로 대부분 학교가 원격 수업을 하던 2020년 1천197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 2천269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3천35건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도 늘었다.
현장에서는 숨겨진 교권 침해가 더욱 많아 만연한 지경이라고 지적한다.
대부분 교사나 학교가 문제를 키우기 싫어 교권 침해에 대해서는 교권보호위원회까지 끌고 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2022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때 교사의 51.7%는 '모르는 체하거나 참고 넘기고, 혼자 해결한다'고 답했다. '교권보호위원회를 개최했다'는 응답은 2.2%에 그쳤다.
지난달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에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은 교권 침해에 대한 교원들의 분노가 쏟아져 나오는 도화선이 됐다.
해당 교사가 학부모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교사들은 '남 일 같지 않다'며 매주 토요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교사들은 교육할 권리를 넘어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다며 대책 마련에 대한 목소리를 연일 높여왔다.
학생·학부모 의무도 강조…학교 소통체계 개선
교육부는 최근 교권 침해 증가의 배경으로 학생 권리와 교권 간 불균형이 심한 것을 원인으로 본다.
또 학교 구성원 중 하나인 일부 학부모가 권리만을 강하게 주장하고 교사의 개인 전화로 거리낌 없이 전화하는 관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날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은 크게 ▲ 교권-학생 인권의 균형 ▲ 교권 및 교육활동 보호 강화 ▲ 교원-학부모 소통 관계 개선을 골자로 한다.
교권-학생 인권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교육부는 우선 학생 생활지도 방안을 담은 고시를 조만간 마련한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문제 행동을 한 학생을 지도할 방안이 규정되지 않아 '손발이 묶인 것 같다'는 호소를 고려한 조치다.
또 학생의 권리에 수반되는 책임과 의무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학생 인권 조례를 개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교권·교육활동 보호 강화 차원에서는 정당한 교원의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지방자치단체나 수사기관에서 교원의 생활지도에 대한 아동학대를 조사·수사할 경우 사전에 교육청 의견을 청취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성범죄나 지속적·반복적인 상해·폭행 등을 저지른 학생들이 받을 수 있는 전학·퇴학 등의 조치는 학생부에 기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모든 조치 사항을 학생부에 기재하는 학교폭력(학폭)과 균형을 맞추고, 학생의 잘못을 기재하는 것 역시 교육적인 조치라는 판단에서다.
학교 소통 체계 개선을 위해서는 모든 민원은 교원 개인이 아닌 학교장 직속의 '민원 대응팀'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작년 대책과 유사…교육부 "입법 상황, 이번엔 다를 것"
지난달 18일 발생한 서초구 교사 사망사건의 여파가 워낙 컸던 만큼 교육부는 교권 회복 강화 종합대책 시안을 부랴부랴 내놨다.
전국적으로 유례없이 분출한 교사들의 분노와 여론을 달래고, 교육당국도 교권 추락 실태를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지만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발표된 방안은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교육활동 침해 예방 및 대응 강화 방안'과 거의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에도 교육부는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한 학생부 기재, 피해 교원과 가해 학생 즉시 분리, 출석 정지 이상 조치 받은 학생은 학부모와 함께 특별 교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부분이 입법 과제여서 당장 시행하기 어렵고, 야당이 반대하는 요소도 있어 실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아동학대 신고 때 조사·수사 전 교육청 의견 청취 의무화 등은 초·중등교육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교육활동 침해 학생을 즉시 분리하는 조치나 학생·학부모에게 특별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 역시 교원지위법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역시 동법을 고쳐야 한다. 지난해 교육부가 추진하려다가 실패한 원인도 야당의 반대가 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는 여야 구별 없이 교원의 교육활동이 어려워져 대책이 시급하다는 시각이 있다"며 "(여·야·정·교육감) 4자 협의체가 같은 마음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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