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빠져죽은 바다서 관광객은 수영, 참담합니다” 하와이의 고통

2023. 8. 1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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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산불로 100여명 가까이 사망자가 생긴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주민들이 당분간 휴가를 위한 섬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은 "마우이섬 주민들은 참사 이후에도 일부 관광객이 평소처럼 휴가를 즐기는 모습에 참담해하는 중"이라며 "당분간 관광 목적의 방문은 자제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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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산불이 덮친 미국 하와이주 라하이나에서 11일(현지시간) 한 여성이 잿더미를 헤매던 고양이를 안고 있다. 이번 산불로 약 2천200채의 주택이 파손된 가운데 이재민들이 미처 데려가지 못한 반려동물 다수가 불길에 남겨졌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최악의 산불로 100여명 가까이 사망자가 생긴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의 주민들이 당분간 휴가를 위한 섬 방문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은 "마우이섬 주민들은 참사 이후에도 일부 관광객이 평소처럼 휴가를 즐기는 모습에 참담해하는 중"이라며 "당분간 관광 목적의 방문은 자제해주시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 마우이섬 주민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흘 전 우리 주민들이 (산불을 피하기 위해)바다에 빠졌다가 죽었는데, 바로 다음 날 관광객들이 같은 물속에서 수영을 했다"며 "여기 주민들은 수영, 스노클링, 서핑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비극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주민들이 살아가는 곳과 그들(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 등 두 개의 하와이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9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 카운티 키헤이에서 산불이 타오르고 있다. 허리케인 '도라'의 영향으로 산불이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마우이 카운티는 이번 화재로 최소 53명이 사망했다고 10일 밝혔다. [연합]

영화 '아쿠아맨' 주인공 연기를 한 하와이 출신 배우 제이슨 모모아도 인스타그램에서 "마우이는 지금 당신이 휴가를 보낼만한 장소가 아니다"라며 여행 자제를 요청하는 글과 영상을 게시했다.

모모아는 "하와이 공동체에는 치유하고, 슬퍼하고,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곳으로 여행을 가지 말라. 이렇게 깊이 고통받는 섬에 당신이 있어야 한다고 자신을 설득하지 말라"고 했다.

한편 12일(현지시간) 기준 하와이 산불 사망자는 93명으로 불어났다. 이로써 미국에서 100여년만에 최악의 인명피해를 낸 산불 참사로 기록됐다.

마우이섬에서는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해변까지 불길이 번지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이 총 2170에이커(8.78㎢)에 이른다. 주택 등 건물 2200여채도 부서졌다. 조시 그린 주지사는 재산피해 규모가 60억달러(약 7조9900억원)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웨스트 마우이에서만 2200개 구조물이 파괴·파손됐다. 그 중 86%가 주거용 건물이었다.

13일(현지시간) 산불이 휩쓴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에 '관광객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이날 외신은 이재민들이 피서를 즐기는 일부 관광객들을 보며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하이나 카운티 관리들에 따르면 임시 거처가 필요한 이재민이 4천500명에 달한다. [연합]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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