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 영업사원’ 尹 외교에 ‘잼버리 꼬리표’ 달릴라…與 수습책 골몰
‘부산엑스포’ 유치도 빨간불…“정부 수습책, 해외 표심 돌리긴 어려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정부가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로 국제적 비판에 직면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집중해온 '외교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정부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에도 빨간불이 들어온 상태다. 정부·여당도 엑스포 유치 기원대회에 참석하는 등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여론은 바꿀 순 있어도, 해외 표심까지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교 성과' 주력했는데…공든 탑 무너질까 우려
지난 12일 대장정을 마무리한 새만금 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국제대회인 만큼 158개국 4만5000명의 대원들이 참여해 대규모로 치러졌다. 하지만 시작부터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배수로·화장실·샤워실 등 시설물 미흡에 식수·식량 문제까지 겹치면서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가장 많은 인원을 보낸 영국을 비롯해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은 현장에서 조기 퇴영하기도 했다.
대회에 자녀를 보낸 세계 각국 학부모들은 열악한 캠핑 환경에 "대규모 행사를 '생존게임'으로 만들었다"며 공분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선 일부 학부모들이 손해배상 소송에 동참할 뜻도 드러냈다. 이 같은 학부모들의 항의 쇄도에, 영국을 비롯한 각국 외교당국에서도 우리 정부에 우려를 전달하며 '안전 문제 재발 방지'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잼버리 파행이 그간 윤 대통령이 주력해온 '외교 성과'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집권 후부터 '외교의 시간'에 집중해왔다. 집권 초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9번의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일본과의 '셔틀외교'를 복원시키고 한·미·일 공조관계를 굳건히 하는 등 일부 성과도 냈다.
1년 넘게 공들인 행보가 자칫 '잼버리 파행' 꼬리표로 퇴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잼버리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공공외교"라며 "우리나라의 문화강국 위상을 드러내는 자리인데 오히려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진행되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잼버리 이야기를 꺼내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대통령이 발언을 아끼다 (외교 현장에서) 경직된 분위기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치 물 건너가" "엑스포 특위 활동도 한계"
특히 지금 당장 비상이 걸린 것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전'이다. 앞서 한국은 정부와 재계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사우디아라비아 등 경쟁국들과의 외교전에서 예상과 달리 선방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잼버리를 기점으로 당장 외신의 기류부터 싸늘해졌다. 실제로 영국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각) "참가자들, 학부모들, 고위 스카우트 관계자들의 잼버리 대회 불만은 한국 정부가 부산엑스포 유치전에 열을 올리는 민감한 때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부산엑스포 유치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부산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작심발언하기도 했다. 국회 부산엑스포특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도 "당초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리는 분위기에서 다소 역전된 추세였는데, 최근 사태로 엑스포 유치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여당에선 뒤늦게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잼버리 파행 수습 직후인 12일, 각국 대사와의 통화내역을 공개하고 "세계 대사들이 한국의 문제해결 능력에 놀랐다"며 '국제여론이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도 13일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열린 '부산엑스포 유치 기원대회'에 참석하는 등 다시금 부산엑스포 유치를 챙기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여당의 '외교 수습전략'이 통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이준한 교수는 "원래도 엑스포 유치가 어려웠고 진행 과정도 순조롭지 못했는데, 잼버리 사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터졌다"며 "아무리 국내 여론을 바꾼 해도, 외국의 표심까지 설득하는 데는 굉장히 한계가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후 약방문' 대신 사전 준비를 잘 했어야 했다. 정부가 무능함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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