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겪은 후 '이 질환' 진단받으면...사망위험 ↑
심근경색은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는 관상동맥이 갑자기 막혀 심장 근육이 괴사하는 상태를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병원입원의 원인 질환이자 심정지·돌연사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국내에서는 매년 2만 5,000여 명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근경색은 초기 대처가 중요한 질환이다. 만약 골든타임(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2시간 이내)을 놓친다면 사망 위험이 커지며, 치료를 받아도 심부전이나 부정맥 등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심근경색 환자는 회복 후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우울증을 겪는 환자가 많다.
심근경색 후 나타나는 우울증이 사망률 높여...사후 관리 필요해
미국심장협회(AHA)에 따르면 심근경색을 겪은 환자는 일반인과 비교해 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3배 이상 높다. 문제는 심근경색 발생 후 우울증을 진단받으면 다른 심혈관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하며,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 4월에는 이와 관련된 국내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오재훈 등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들이 참가한 연구진은 국제 학술지 '자마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을 통해 심근경색 등으로 심정지를 겪은 후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우울증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보다 높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를 활용해 2005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병원 밖 심정지(Out-of-Hospital Cardiac Arrest)'로 인해 병원에 입원한 후 1년 이상 생존한 환자 2,37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대상자의 78%(1,860명)가 남성이었으며, 평균 연령은 53세였다. 이 가운데 16.7%인 397명이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 연구진은 추적 기간 동안 우울증에 걸린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을 비교 및 분석했다.
그 결과,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진단받은 환자의 사망률(35.5%, 397명 중 141명)이 그렇지 않은 환자의 사망률(27%, 1,976명 중 534명)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병원 밖에서 심정지를 경험한 사람은 초기에 무산소증과 허헐-재관류 손상 등으로 신경학적 후유증에 시달릴 위험이 높다"라고 말하며, "이러한 후유증은 환자에게 신체·인지·사회심리적으로 영향을 미쳐, 환자가 저산소성 뇌 손상이나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겪거나 회복 후에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경험하게 만든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병원 밖 심정지 생존자들의 장기 생존율 개선을 위해서는 심리적, 신경학적 재활치료 등 후속적인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중증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해
기존에 발표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심정지를 경험한 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것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트리며, 각종 중증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킨다. 2022년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 찰스턴 지역 메디컬센터(Charleston Area Medical Center) 연구진은 미국심장병학회(ACC) 연례 학술회의를 통해 심근경색에서 회복된 후 우울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우울증을 진단받지 않은 환자와 비교해서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50% 가까이 높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이는 2015~2021년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입원한 미국 성인 49만 5,000여 명의 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심근경색을 경험한 후 우울증이 온 환자에게서 뇌졸중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부전, 관상동맥 질환, 만성 폐쇄성 폐 질환(COPD) 등의 다른 중증질환 발병 위험도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라고 밝히며, "우울증으로 인해 환자가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지 않고 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며, 이와 함께 잠을 제대로 못 자거나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않아 심장 건강이 악화되어 이러한 현상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심혈관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미 질환을 경험했다면 우울증이나 다른 정신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회복 후 정신건강의학과를 주기적으로 다니는 등 예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다음은 질병관리청과 의료계 10개 전문학회가 함께 개정한 '심뇌혈관질환 예방 및 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이다.
1. 담배 피우지 않기
2. 술은 가급적 마시지 않기
3. 음식은 적당량을 규칙적으로, 짜지 않게 먹기
4.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오래 앉아있는 시간 줄이기
5. 적정한 체중과 허리둘레 유지하기
6.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 즐거운 마음으로 생활하기
7. 정기적으로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하기
8. 이미 병이 생겼다면 생활습관 개선·약물치료해야
9. 응급증상을 미리 알아두고 응급상황엔 즉시 119 신고하기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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