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사기 비관해 두 딸 살해한 엄마…징역 12년 확정

전형민 기자(bromin@mk.co.kr) 2023. 8. 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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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큰딸 ‘승낙살인’으로 판단
사기 친 지인, 징역 10년 확정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법원 전경 [사진=매경DB]
지인으로부터 수억원의 투자사기 피해를 당하고 이를 비관해 두 딸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50대 여성에게 중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씨는 지난해 2월 20년간 알고 지낸 지인 박모씨로부터 4억원 상당의 투자금 사기를 당했다. 이에 비관적인 생각을 품고 3월9일 새벽 전남 담양군의 한 다리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당시 첫째 딸은 24세, 둘째 딸은 17세였다.

1심은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나갈 기회를 박탈한 채 생을 마감하도록 한 피고인 행동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고 죄책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다만 A씨가 범행 전부터 이씨와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약속했던 점, 이씨의 남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히면서 수차례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유리한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2심은 형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큰딸인 A씨에 대한 범행은 살인이 아닌 ‘승낙살인’으로 판단했다. 승낙살인죄는 사람의 승낙을 받아 그를 살해해 성립하는 범죄다. 이씨는 수사과정 일관되게 “큰딸에게 극단선택 결심을 나타냈을 때 큰딸도 저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죽음 직전까지도 살해를 거부하는 언동을 한 정황이 보이지 않았고 스스로 차를 운전해 살해가 용이한 곳으로 이동하는 등 이씨 범행에 협조적인 행동을 했다”며 “만 24세의 성인으로서 스스로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을 갖췄다”고 봤다.

대법원도 원심이 승낙살인죄 성립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형을 확정했다.

한편 이씨에게 사기 범행을 저지른 박씨는 지난 6월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박씨는 이씨를 비롯해 지인 10명에게 투자 사기를 저질러 총액 150억원 상당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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