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업 쥐어짤 궁리만”...식품회사까지 ‘횡재세’ 내라는 이 동네
에너지·금융 외 제약·식품에도 징세
모든 기업 대상으로 하는 국가도
기업 활동 위축 우려·시장 불확실성↑
다만 경제·정치적인 환경 변화와 큰 연관이 없는 부문의 기업들에게도 횡재세가 부과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이 정책 실패 책임을 민간에 돌려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고, 세금을 확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한다. 신규 기업 투자를 막고, 시장에 충격을 주는 부작용도 있다고 지적한다.
1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글로벌 회계·재무·자문 그룹 KPMG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유럽 전역에서 30번 이상의 횡재세 부과 혹은 횡재세 도입 논의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24개국이 지난해 초 에너지 기업에 대해 횡재세를 부과했거나 횡재세를 걷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기업이 지나친 수익을 올렸다는 판단에서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이 증대된 은행들도 횡재세 부과 표적이 됐다.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이탈리아가 은행들을 겨냥했다. 라트비아도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금리 상승으로 인한 반사 이익이 크지 않은 부문에 대해서도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헝가리는 제약사와 보험사에 횡재세를 걷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 이윤을 낸 식품 유통기업에 33%의 세금을 부과했다.
크로아티아는 부문을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을 횡재세 부과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해 3억쿠나(약 584억원) 이상의 수익을 낸 모든 크로아티아 기업은 잠재적으로 횡재세를 내야 하는 처지다. 불가리아 정부도 지난 3월 기업 모두를 대상으로 횡재세를 걷는 내용의 법안을 제안했다.
유럽 국가들은 예산 확충을 위해 점점 더 많은 기업들에게 횡재세를 걷고 있다. KPMG에서 글로벌 조세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그래트 워델-존슨은 “횡재세는 세수 부족에 대한 대응이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FT는 “금리 인상과 정부 지출 증가로 타격을 입은 정치인들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횡재세를 더 많은 부문에 부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무분별한 횡재세 부과에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조세 재단’ 소속 경제학자인 크리스티나 에나슈는 “횡재세 부과는 정부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처사”라며 “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FT에 말했다.
실제 시장도 충격을 받는다. 이탈이아가 지난 7일 밤 기습적으로 은행에 횡재세를 걷겠다고 밝인 다음날 이탈리아 주요 은행 주가는 최대 10.8% 빠졌다. 독일 도이체방크, 프랑스 BNP파리바 등 유럽의 주요 은행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의 지나친 초과 수익에 대해 세금을 징수하는 데 대해 찬성하면서도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횡재세를 걷는 사후적인 조치보다는 조세 시스템에 기준 등을 미리 명문화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횡재세가 아니라 법인세 자체를 늘리자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들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워델-존슨은 “코로나 팬데믹 등이 승자와 패자를 분명히 나눈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일회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게 세금 자체를 올리는 조치보다 낫다”며 “법인세 인상은 수많은 경제적 데미지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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