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도 AI가 한다..연예계에 스며든 '인공지능' [Oh!쎈 이슈]
[OSEN=김나연 기자] 인공지능(AI)의 보급화도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AI 기술의 발전 및 확산으로 어느새 일상 곳곳에 ‘AI’의 손길이 닿아 있다. 그리고 이는 가장 AI와 연관이 멀 것이라고 예상했던 문화 예술계 역시 마찬가지. 최근 연예계를 비롯해 문화, 예술계에는 일자리를 둔 AI와 인간 사이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할리우드에서는 작가조합(WGA)이 총 파업에 나섰다. 이들은 스트리밍 플랫폼 등장으로 인해 흔들린 고용안정성을 강화하고 AI의 대본 작성을 금지할 것을 주장했다. 뿐만아니라 지난달부터는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까지 영화·TV제작자연맹(AMPTP)와의 협상 결렬로 작가조합의 파업에 합류하면서 할리우드의 모든 제작 활동 및 출연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노사 협장에서 제작자 연맹은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 이후 AI로 작업해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배우조합은 스트리밍 시대 도래에 따른 재상영분배금과 기본급 인상 등을 요구했다. 특히 배우나 성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재창조하는 딥페이크 기술과 관련해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비단 할리우드 뿐아니라 일본 연예종사자협회도 AI로부터 예술가들의 권리와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조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으며, 영국 배우 조합 역시 “AI때문에 배우들 일자리가 없어진다”며 파업을 예고했다. 이에 더해 넷플릭스가 고액의 연봉을 내걸고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머신러닝플랫폼 팀 직원 구인 공고를 냈으며, 공고에는 넷플릭스가 AI를 콘텐츠 제작 자금 수요 평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할 것임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업중인 할리우드 배우 및 작가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AI와의 전쟁으로 전세계가 들썩이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이미 연예계 곳곳에 AI가 스며들어 있다. 올 초 AI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가상 아이돌 그룹 ‘메이브(MAVE:)’가 데뷔하는가 하면, 로지, 수아, 루시, 여리지 등 가상 인간이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Mnet ‘다시 한번’과 같이 세상을 떠난 아티스트들을 AI 기술로 복원해 완전체 무대를 재현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제작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MBC에서는 AI가 연출하는 예능프로그램 ‘PD가 사라졌다’의 론칭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PD가 사라졌다’는 MBC에 입사한 AI PD ‘엠파고’가 첫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과정을 다루는 예능으로, 올 하반기 촬영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 방송 예정이다. 프로그램 기획은 ‘피지컬: 100’’과 ‘먹고와 털보’를 연출한 윤권수 PD, ‘진짜 사나이’와 ‘백파더’의 최민근 PD, ‘러브 마피아’와 만찢남’의 조홍준 PD등이 참여하지만 캐스팅부터 연출, 편집 등은 모두 AI PD가 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AI 논란의 쟁점은 저작권 및 초상권에 대한 것이다. 현재의 인공지능 기술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있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학습해 그에 기반한 결과물을 도출해내는 것에 불과하다. 연예인을 비롯해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AI 프로필’은 사용자의 얼굴을, AI가 그렸다는 그림은 웹 상에 업로드된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그림을 무단으로 학습해 재편집한 것이다. ‘가상인간’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탄생한 AI 휴먼 역시 특정 연예인과 닮았다는 의혹을 꾸준히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팬덤 내에서는 특정 가수의 음성을 AI로 학습시켜 이를 이용한 커버곡 음원을 제작해 공유하는 모습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때문에 이 과정에 사용된 작품, 또는 인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고, 창작과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 갈등의 가장 큰 요지다.
더군다나 이 같은 AI 기술을 악용한 범죄에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실제 유명인과 같은 특정 인물의 얼굴을 음란물과 합성해 유포하는 딥페이크 범죄가 이미 사회에 만연한 상황. 이미 근거 없는 가짜뉴스로 수많은 스타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AI 기술까지 더해진다면 문제는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 이미 AI의 영향력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곳까지 퍼져있고, 앞으로 그 영역을 더욱 넓혀갈 것이다. 다만 기술의 발전 속도에 비해 그를 뒷바침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과 대책은 미비한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무작정 AI 기술을 도입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의 확산으로 침해되는 권리를 최소화하고, 이를 보호할만한 법률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조치가 하루빨리 취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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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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