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습 우려 크지만...우크라 오데사, 1년 반만에 해수욕장 개장
우크라이나 남부의 일부 해수욕장이 전쟁 약 1년 반만에 공식 개장했다. 다만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입수가 금지되고, 기뢰 방지 그물을 넘어가면 안 되는 등 여전히 러시아 위협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오데사 올레 키퍼 주지사는 12일(현지 시각) 텔레그램을 통해 오데사 해변 6곳이 공식적으로 개방됐다고 전했다. 키퍼 주지사는 “안전 점검을 통해 해변 개방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가 언제 공습을 가할지 모르는 상황이라 해변을 항시 이용할 수는 없다.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이용이 가능하고,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입수가 불가능해진다. 기뢰가 떠밀려 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다에 쳐 놓은 그물을 벗어나서도 안 된다. 또 구조 목적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선박도 띄울 수 없다.
실제로 오데사는 지난달 23일에도 러시아로부터 폭격받아 큰 피해를 봤을 정도로 공습 우려를 내려놓을 수 없는 지역 중 하나다. 당시 폭격으로 20여명이 죽거나 다쳤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오데사 축일성당도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러시아의 침공 18개월만에 해변에서 ‘휴가다운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모습이다. 데사 주민 스비틀라나는 “해변에 와서 짠 내 나는 공기를 들이마시는 걸 꿈꿔왔다”며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일”이라고 했다. 최근 학교가 폭격을 당해 강제 휴학 중인 학생 예우헨은 “수영을 하면서 정신을 딴 데로 돌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전쟁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가 않다”고 했다.
언론 카메라에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오데사의 해수욕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 포착됐다. 시민들은 튜브에 몸을 맡긴 채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담그고, 모래사장 위에 누워 일광욕을 즐겼다. 반려견과 함께 해변을 산책하는 이도 있었다.
오데사 당국은 기뢰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폭발물 처리반을 보내고, 해수욕장 인근에 방공호를 마련하는 등 시민들의 안전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우리 땅 모든 곳에서 싸우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해변에서의 휴가 활동은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필요한 모든 곳에 기반 시설을 갖추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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