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읽고 싶었는데"…광주시립점자도서관 개관

이영주 기자 2023. 8. 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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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을 읽는 게 꿈이에요."

14일 오전 광주 남구 사동 광주시립점자도서관.

시립으로서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이날 정식 개관과 함께 지역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교육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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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초 시립…대체 자료 6000권 규모
개관 첫날, 점자 교육 시각장애인 '열공'
"시각장애인 지원 체계 마련 시도 결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최영호 광주시립점자도서관장이 14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시립점자도서관에서 점자로 번역된 대체자료를 읽고 있다. 이날 정식 개관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시립으로서 전국 최초다. 2023.08.14. leeyj2578@newsis.com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태백산맥을 읽는 게 꿈이에요."

14일 오전 광주 남구 사동 광주시립점자도서관.

이날 도서관에서 열린 점자 교육에 참여한 시각장애인 김원규(80)씨는 오른손에 든 6점 점자 암기 전용 송곳으로 두꺼운 종이를 세심하게 뚫어갔다.

점자로 이뤄진 초성과 종성, 모음을 익히는 첫 단계인 쓰기 단계에서 그는 암기가 잘 안되는 듯 수차례 같은 모양 점자 뚫기를 되풀이했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겹모음 'ㅢ'를 완성시킨 그는 이를 잊지 않기 위해 수차례 반복해 종이를 뚫었다.

김씨는 시립점자도서관 개관 첫 날인 이날 무료 점자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아내와 함께 도서관을 찾았다.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지 5년째인 그는 최근 다니던 교회에서 점자 성경책과 찬송가를 발견했으나 읽지 못한다는 점에 안타까워하며 점자 교육을 받기로 결심했다.

그는 "점자 책을 읽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교육까지 진행해준다는 이야기에 개관 첫날 일부러 찾아왔다"며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전용 도서관이 마련돼 기쁘다. 성경과 찬송가를 읽는데 그치지 않고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 같은 대하소설도 점자로서 읽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립으로서 전국 최초로 문을 연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이날 정식 개관과 함께 지역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교육 시간을 가졌다. 김씨와 비슷한 이유로 점자 교육을 받으러 온 수강생 수는 오전에만 초급반 4명, 중급반 9명 등 10명이 넘었다.

앞서 광주시시각장애인연합회가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점자 교육을 이어왔지만, 도서관이라는 전용 공간과 관련 전문 도구들이 마련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교육이 가능해졌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14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시립점자도서관에서 지역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정식 개관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시립으로서 전국 최초다. 2023.08.14. leeyj2578@newsis.com

도서관에는 이미 점자를 읽을 수 있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서는 6000여 권의 점자·음성 대체자료가 마련돼있어 대출 등이 가능하다. 마련된 자료는 시집과 인문학 도서를 비롯, 비문학도서 등 그 범주가 다양하다.

시각장애인들의 점자화 요구가 잇따르는 자료들도 만들 수 있다. 총 두 대 도입된 점자 인쇄기 덕에 정확한 글만 마련된다면 빠른 속도로 점자로 출력, 제본까지 할 수 있다.

지역 내 시각장애인들의 점자도서관 건립 요구는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평생교육과 정보습득을 위한 차원에서 전용 공간이 필요성이 강조되면서다. 이후 시각장애인연합회가 현재 도서관 부지를 광주시에 기부채납, 19억 원을 들여 신축에 이르게 됐다.

지역 시각장애인들은 도서관의 의미가 단순히 시각장애인들의 정보습득과 교육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간 없었던 복지 체계가 만들어져 점자도서관이라는 창구로 확산될 것이라는 기대다.

점자 쓰기 중급 교육을 받으러 온 김옥순(65·여)씨는 "새롭고 쾌적한 시설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점자 교육에 있어 다양한 준비가 된 것 같아 교육받는 입장에서 든든하다"며 "점자 교육뿐만 아니라 향후 다양한 시각장애인 전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는 데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최영호 시립점자도서관장은 "전국적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점자도서관 수는 40여 개에 이른다. 광주도 이번 점자도서관 건립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원·복지의 체계가 결실을 맺어 전국 수준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며 "도서관은 향후 시각장애인뿐만 아니라 난독증 등 다양한 부류의 독서 장애인들을 위한 대체자료 구비와 제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최영호 광주시립점자도서관장이 14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시립점자도서관에서 점자로 번역된 대체자료를 읽고 있다. 이날 정식 개관한 광주시립점자도서관은 시립으로서 전국 최초다. 2023.08.14. leeyj2578@newsis.com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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