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메이저 2승 포함 3승·세계 1위까지…부의 질주
(서울=연합뉴스) 최송아 기자 = 지난해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승도 없던 릴리아 부(25·미국)가 최근 6개월 사이 3승을 쓸어 담으며 최정상급 선수로 우뚝 섰다.
부는 13일(현지시간)까지 영국 잉글랜드 서리의 월턴 히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AIG 여자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에서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기록, 2위 찰리 헐(잉글랜드)을 6타 차로 크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2월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정규 투어 첫 승을 신고한 부는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을 제패하더니,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도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올 시즌에만 3승을 쓸어 담았다.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 1위(154점), CME 글로브 레이스(2천68.618점)와 상금(251만9천386달러)에선 각각 2위에 오른 그는 이번 주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5계단 상승해 1위에 등극할 예정이다.
6개월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다.
그가 정규 투어 첫 우승을 달성한 날은 지금으로부터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올해 2월 26일이었다.
2019년 LPGA 투어에 데뷔했으나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부는 첫해만 보낸 뒤 투어 카드를 잃었다.
2부 투어에서 2021년 3승을 거두며 상금 1위에 올라 지난해 정규 투어에 돌아온 그는 24개 대회 중 8차례 톱10에 들며 CME 글로브 포인트 20위에 올라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냈으나 우승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처음 출전한 LPGA 투어 대회인 혼다 타일랜드에서 첫 우승을 일궜고, 이후에도 상위권 성적을 연이어 내며 기세를 올리다가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메이저까지 정복했다.
첫 메이저 우승 이후엔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했다.
셰브론 챔피언십 우승 직후 2개 대회에서 연속 컷 탈락했고, 이후 열린 2개 메이저 대회(KPMG 여자 PGA 챔피언십·US여자오픈)에서도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최근 2개 대회에서는 컷을 통과했으나 30∼40위권에 그쳤던 그는 이번 대회에선 안정적인 경기력으로 반등을 일궈냈다.
LPGA 투어에서 단일 시즌 2개 메이저 대회 우승은 2019년 고진영 이후 4년 만이며, 미국 선수로는 1999년 줄리 잉크스터 이후 24년 만이다.
한 해 열린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도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AIG 여자오픈 우승 이후 부는 "시즌 초반 잘했으나 중반엔 소강상태에 들며 고전했다. US여자오픈 때는 너무 좋지 않은 경기를 해서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셰브론 챔피언십과 혼다 타일랜드의 우승이 커리어의 전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두 번의 우승이 우연이라는 생각에 자신감을 잃었었다"며 "최근 몇 달 힘든 시간을 보낸 터라 이번 주에는 그저 우승 경쟁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선 "우승은 생각하지 않고 한 번에 하나의 샷만 집중하려고 했다. 이 골프장에선 그렇게 해야만 한다. 선수들을 테스트하는 곳"이라며 "드라이버샷을 잘 치고, 버디 기회를 갖는 것만이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을 극복하고 다시 '메이저 퀸'에 오른 그는 "올해 겪은 어려움을 생각하면 세계 최고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라며 "제게는 정말 미친 한 해"라고 자평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부는 '보트 피플'의 자손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1982년 공산화된 베트남에서 보트를 타고 탈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고 전한 부는 "대회에 출전하기 전 병원에서 봤을 때 할아버지는 대회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편찮으시면서도 나와 내 경기에 대해 걱정하셨는데, 대회를 마치고 돌아갔을 땐 운명하셨다"며 "그게 할아버지의 마지막 말이 됐다"고 떠올렸다.
그는 "매일 그것을 생각한다. 코스에서 힘들 때도 할아버지가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며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song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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