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조례에 '교육활동 방해 금지' 의무 담는다

유효송 기자 2023. 8. 14.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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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중등교사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교육청이 제정 11년만에 학생인권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 정부·여당과 교육계 일각에서 교육활동 침해의 원인으로 조례를 지적하자 이를 수용, 학생의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계 일부에선 교권보호를 포함한 조례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교육청 측은 이미 학생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조항은 기존 조례에 포함돼 있고 교권보호는 별도의 조례로 추진하고 있어 학생 책무성 강화 외에 조례 수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4일 학생의 권리에 수반되는 의무와 책임을 제고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서울시 학생인권 조례 일부개정 추진 계획(안)'을 확정하고 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종 조례 개정안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조례 제4조 '책무' 조항에 학생의 권리에 수반되는 의무와 책임을 제고하고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하는 방향을 담도록 관련 내용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조례에는 '학생은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와 '학생은 학교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해야 한다' 등 두 조항이 마련돼 있다.

여기에 학생의 책무성 부분을 △교직원에 대한 인권 존중 의무 강화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방해 금지 △다른 학생 및 교직원에 대한 신체적, 언어적 폭력의 금지 △흉기, 마약, 음란물 등 다른 학생 및 교직원의 안전을 해할 수 있는 소지품의 소지 금지 등으로 구체화할 예정이다.

교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해 조례 개정과는 별도로 '교육활동 보호 조례'를 제정해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9월 해당 조례를 입법 예고했으나 서울시의회에서 계류된 상태다. 민원이나 법적 분쟁으로부터 교원 보호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도발표한 바 있다. 이를 포함해 교원들의 교육활동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학생인권조례와 별도의 교육활동 보호 조례 제정 과정을 통해 담겠다는 것이다.

책무성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과 다르게 당정과 경기도교육청 등은 일부가 아닌 전면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학생인권조례를 교권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면서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한 학생인권조례는 현재 7개 시·도에서 시행 중이다. 지난 10일 진행된 교육부 주관 토론회에선 학생인권조례를 '교육공동체 권리·의무 조례'로 확대·개정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일부 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학생과 교원을 포함한 조례로 바꾸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학생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로 바꾼다. 제4조 책무 규정에 '학생 및 보호자는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해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포함하겠다는 것이다. 학습에 관한 권리 규정에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마련한다. 인천시교육청과 전북도교육청은 학생과 교원으로 보호 대상을 넓힌 '학교구성원 인권 증진 조례'와 '전북 교육 인권조례'를 각각 시행 중이다.

또 교육부는 8월 말 마련될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 교사가 학생의 휴대전화를 분리·보관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해당 고시가 마련되면, 학생이 교사의 지도에 불응해 수업 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다른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활동 침해할 경우 교사는 해당 학생의 휴대폰을 압수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조례에는 '사생활의 자유'에 학생과 교직원의 안전을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니면 학생의 동의 없이 소지품을 검사하거나 압수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초·중등교육법 관련 고시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효력을 발휘하는 조례보다 상위법이어서 해당 조례도 개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측의 설명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생활의 자유 조항에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생이 참여한 학교규칙으로 학생의 전자기기의 사용 및 소지의 시간과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이미 있다"며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는 것이지 무한한 자유를 허락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 책무성 부분은 보완하되 전면 개정은 현재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최근 사태에 편승해서 학생인권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며 "책무성을 보강하여 권리와 책임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교육활동이 조화롭게 존중되는 학교를 만들겠다"고 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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