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신흥국 '원죄'는 없다…시장육성·물가안정 국채시장 투자 늘어"

김혜지 기자 2023. 8.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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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신흥국 원죄' 가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 과장은 "이번 분석 결과는 자본시장을 육성해 유동성을 높이고 물가 안정을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확보하면 신흥국도 충분히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을 조달해 원죄 가설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신흥국도 자본시장을 키우고 물가를 잘 관리한다면 충분히 많은 양의 해외 자본을 자국 내 채권시장으로 끌어들이고 기축통화 채무 의존도를 줄여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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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로 대외자본 조달 불가하다는 '신흥국 원죄' 가설
채권·주식시장 파이 키우고 물가 관리하면 무력화 가능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을 조달하기 어렵다는 '신흥국 원죄' 가설을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흥국 정부가 자국의 채권·주식시장 파이를 키우는 등 자본시장을 육성하고,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잘 운영해 물가를 안정시킬 경우 신흥국 원죄를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행이 14일 펴낸 '신흥국 원죄의 소멸 원인에 대한 실증 연구' 제하의 BOK경제연구를 보면 한바다 한은 경제연구원 국제경제연구실 과장 등의 이 같은 분석을 확인할 수 있다.

신흥국 원죄란 기축통화를 갖지 못한 신흥국들이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을 충분히 조달하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를 가리키는 가설이자 용어다. 해외로부터 자본 조달이 어려운 신흥국들의 구조적 취약성을 설명하는 이론으로서 지난 1999년 주창된 이후 학계와 정책 당국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가설은 최근 힘을 잃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 신흥국의 자국 통화 표시 대외부채 비중이 높아지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거꾸로 선진국 투자자들이 신흥국 국채시장(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한 과장도 원죄 가설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예컨대 한 과장이 2005~2019년 기간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을 대상으로 패널 회귀분석을 실시한 결과, 이들 국가의 공공부문 채권시장 규모와 외국인이 보유한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 잔액은 강한 양의 관계를 갖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2000년대부터 국채를 중심으로 한 신흥국 채권시장이 발달하자 선진국들이 과거와 달리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를 늘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과장은 "신흥국 채권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유동성이 좋아지자 신흥국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데 기인한 결과"라면서 "채권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은 어려울지라도 신흥국이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고, 결국 신흥국의 자체 노력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신흥국 원죄 가설에 반하는 연구 결과"라고 지적했다.

신흥국들의 물가 안정도 원죄 가설을 뒤집는 데 한몫했다.

한 과장의 실증 분석 결과, 실제 물가가 물가 목표치에 가까울수록 해외 투자자들은 더 많은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2000년 이후 여러 신흥국이 물가안정 목표제를 도입하고 물가 안정성이 높아지자 대외 자본들은 신흥국 채권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렸다는 얘기다.

한 과장은 "신흥국 채권을 보유한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해당 국가의 통화 가치 변동에 민감해 중앙은행 신뢰성을 중시한다"면서 "이번 분석 결과는 해외 투자자들이 물가 안정을 통화 당국의 신뢰성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이 밖에 보고서는 JP모건이 2005년부터 발표한 정부 채권 신흥국 지수(GBI-EM) 역시 글로벌 자본이 신흥국 통화 표시 채권에 대한 투자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흥국 주식시장으로의 자본 유입을 대상으로 한 실증 분석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됐다고 밝혔다. 채권과 마찬가지로 주식시장 또한 성공적 물가안정목표 운영이 해외 자본 유입을 촉진한다는 취지다.

한 과장은 "이번 분석 결과는 자본시장을 육성해 유동성을 높이고 물가 안정을 통해 중앙은행의 신뢰성을 확보하면 신흥국도 충분히 자국 통화로 대외 자본을 조달해 원죄 가설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신흥국도 자본시장을 키우고 물가를 잘 관리한다면 충분히 많은 양의 해외 자본을 자국 내 채권시장으로 끌어들이고 기축통화 채무 의존도를 줄여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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