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해 ‘한은 마통’ 100조원 써…이자만 1141억원

전경운 기자(jeon@mk.co.kr) 2023. 8. 1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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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세수 부족에 한국은행서 단기대출
2010년 이후 13년만에 최대 규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월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올해 세수가 예상을 크게 밑돌면서 정부가 올해 한국은행에서 100조원 넘는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한은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에 따르면 올해 1~7월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받은 누적 금액은 10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해당 통계 비교가 가능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7월까지의 누적 일시 대출금은 이미 지난해 전체 누적 일시 대출금인 32조2000억원의 3배에 달했으며 코로나19로 재정 소요가 많았던 2020년 1~7월(90조5000억원) 대출금 규모도 훌쩍 넘어섰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의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메우기 위해 활용되는 수단이다. 개인이 시중은행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놓고 필요할 때 부족 자금을 충당해 사용하고, 자금 사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대출금을 갚는 것과 비슷하다.

올해 정부가 ‘한은 마통’을 13년 만에 가장 많이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 지출에 비해 세수가 부족한 상황이 많이 발생해 임시로 재원을 끌어 쓰는 일이 잦았다는 의미다. 올해 6월 말 기준 정부의 총수입은 296조2000억원, 총지출은 351조7000억원으로, 총지출 대비 총수입이 55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한도가 있다. 올해 정부의 한은 일시 대출 한도는 50조원이다. 정부는 7월까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해왔다. 현재는 100조8000억원을 모두 상환한 상태로 대출 잔액은 0원이다.

정부가 한은에서 돈을 빌려 쓰는 것인 만큼 정부는 대출액에 대한 이자를 한은에 지급해야 한다. 올해 들어 6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41억원에 이른다. 이 역시 2010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부족한 자금을 필요할 때마다 한은으로부터 빌려 쓰는 것은 재정 운용이나 물가 관리 측면에서 적절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도 일시 대출의 부대조건으로 ‘정부는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양 의원은 “코로나19와 같은 시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100조원 넘게 한은으로부터 차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며 “정부가 대규모 세수 펑크에 대한 대책 없이 감세 기조를 이어갈 경우 더 큰 재정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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