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못 막는 은행 지배구조 혁파할 때[포럼]

2023. 8. 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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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본질인 금융기관에서 비리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원인은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문제로, 내부 통제가 안 되는 데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금융기관의 장을 못 맡게 하는 것이다.

금산분리와 소유 규제를 완화해 금융기관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잃을 게 많은 자본이 경영진을 통제하는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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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신뢰가 본질인 금융기관에서 비리 사건이 계속 터지고 있다. 은행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해 알게 된 내부정보를 이용해 돈을 벌었다. 부당이득 규모가 127억 원에 이른다. 또, 어느 은행에서는 고객의 신청서를 위조해 증권계좌를 개설하는 등 고객 문서를 1000건 이상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 한심한 은행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는 간부가 562억 원이나 횡령한 사실도 모르다가 경찰로부터 통보 받고 나서야 조사에 들어갔다고 한다. 문제는, 현재 밝혀진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비리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원인은 금융기관의 지배구조 문제로, 내부 통제가 안 되는 데 있다.

감독 당국은 금융기관의 내부 통제를 기초로 한 자율 규제 기반의 감독 체제를 구축해 왔다. 현실에서 이러한 접근 방법이 사상누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조직의 장이 조직 통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은행장 선임 때마다 낙하산 문제가 대두한다. 노동조합이 신임 은행장의 출근을 막는다. 이후 은행장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출근한다. 이면 합의 소문이 나돈다. 이런 조직에서 과연 은행장이 전적으로 은행을 통제할 수 있겠는가. 감독 당국이 내부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놔도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 서류상으로 완벽한 내부 통제 시스템을 보고하지만, 실제로 무엇이 잘못됐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둘째, 조직의 타락이다. 불완전 판매 사건에 연루돼도 은행의 책임을 맡는다. 뒷배가 누군지가 더 궁금한 조직이 된다. 이런 조직은 몇 개의 사조직들에 의해 통제되기 마련이다. 상위직과 하위직들이 사조직들에 의해 통제되고 서로 눈감아주는 풍토가 생길 수밖에 없다. 비리 발생은 일상화한다.

셋째, 주인 없는 조직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소유가 분산된 조직은 경영진에 의해 장악된다. 은행의 가치를 올리는 일보다는 경영자의 왕국을 구축하는 데 많은 자원이 투입된다. 후계자라는 말이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도 연출된다. 주인이 아닌 사람들의 왕국은 조직 내에 다른 사람들의 부패를 용인해주는 것으로 성립하기 마련이다. 이런 조직에서 내부 통제가 잘 될 수 없다.

감독 당국은 내부 통제가 정상화할 때까지 임장(臨場) 감사를 할 수밖에 없다. 내부 통제가 무너지면 결국 밝혀지게 된다는 의식이 조직에 파급돼 내부 통제가 시스템으로 정착돼야 한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지배구조를 개선해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금융기관의 장을 못 맡게 하는 것이다. 정치적 뒷배를 찾는 사람들이 금융기관의 장을 맡아서도 안 된다. 금융기관의 장은 전문성을 가지고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하면서 공정한 인사로 조직 내 사조직을 척결해야 한다. 자금도 많이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 주인 행세하거나, 펀드들이 다른 사람들의 돈으로 주인 행세를 하거나, 잃을 게 전혀 없는 사람이 주인 행세를 하게 해선 안 된다. 금산분리와 소유 규제를 완화해 금융기관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잃을 게 많은 자본이 경영진을 통제하는 유인부합적(incentive compatible)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 발전을 위해서는 자율 규제가 필요하다. 금융 발전과 비리 척결을 위해 관치를 버리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내부 통제의 기반을 만들기 바란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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