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수사단장 쪽 “사단장 제외, 정치적 외압 아니면 뭔가”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도중 숨진 채아무개 상병(이하 채 상병) 사건을 조사하다가 해병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되고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해병대 전 수사단장(대령)의 법률대리인이 “사단장·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라는 것은 정치적 외압일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박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14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가 이미 결과를 내고 있는데 담당 기관에서, 그 대상자를 빼라는 것은 수사하지 말라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 11일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으로부터 사단장과 여단장을 뺀 대대장 이하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또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로부터 수사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여러 차례 받고 거부했지만, 언론 브리핑 자료라도 보내달라는 요구에 응한 직후 국방부의 수사 외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애초 박 대령은 지난달 30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비롯한 간부 8명에게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한 조사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한 뒤 지난 2일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해병대 지휘부의 혐의 내용을 빼라는 상부 지시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변호사는 “(과실치사 혐의를) 직접적(인) 과실자로 제한하라는 얘기는 현장 지휘관들에 제한하라는 뜻이 아니겠냐”며 “결국 사단장이랄지 여단장은 이첩대상에서 제외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 외압 의혹’의 배후로 국방부 수뇌부를 지목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관리관은 국방부 장관의 법무 참모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독립적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국방부) 차관의 의사도 있던 거로 보면 국방부 수뇌부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애초 이 장관 공식 결재 뒤 갑자기 기류가 바뀐 점을 두고서는 “제일 의아스러운 부분”이라며 “전혀 문제없이 순리적으로 결재가 났고 심지어 고생했다는 격려도 받았는데 석연치 않은 이유로 번복되고, 그 이후 (이) 장관은 직접 나서서 명확한 지시를 (박 전) 수사단장한테 내린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의 개입설에 대해서는 “증거가 현재 전혀 없는데 그렇게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언론 브리핑 자료가 (국가안보실로) 들어갔다는 것 때문에 많은 의혹을 사고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전 수사)단장이 모종의 경로를 통해 그런 의사를 전달받고,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언론 브리핑 자료가 대통령실로 전달된 것 같다”며 국가안보실 요구에 언론 브리핑 자료를 넘겼다고 강조했다.
박 대령 쪽은 국방부 검찰단에 외부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김 변호사는 “이 죄(집단항명 수괴 혐의)가 성립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국방부 검찰단이 구조적으로 (이 사건을) 수사하기에 상당히 공정성이 없어 수사 보류 내지 불기소 결정을 해달라는 취지”라며 “외압 없이 전문적 지식을 가진 분들이 모여 결정한다면 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할 리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이 장관은 임 사단장을 혐의 대상에서 빼라고 지시한 바가 없다”며 “이 장관은 현장에서 수색에 동참했던 초급 간부들까지도 죄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한 바는 있으나 특정인을 언급한 바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 수뇌부의 외압설에 대해서도 “국방부 차관은 이 장관 지시에 따라 이 장관 출장 귀국 뒤 법적 쟁점을 충분히 검토해 경찰에 이첩할 것을 지시했다”며 “해당 주장과 관련된 보도에 대해서는 정정보도를 요청 중”이라고 밝혔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지난달 호우 피해 지역에서 실종자 수색 작업 도중 순직한 해병대 고 채아무개 상병의 유족이 언론에 채 상병의 이름을 보도하지 말 것을 해병대사령부를 통해 요청해왔습니다. 한겨레는 유족의 뜻을 존중하여 ‘채아무개 상병’으로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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