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사기 비관해 두 딸 살해한 친모…대법 "큰 딸은 '승낙살인'"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투자 사기로 인해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자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 후 두 딸을 살해한 친모가 중형을 확정받았다.

1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투자 사기로 인해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자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 후 두 딸을 살해한 친모가 중형을 확정받았다. 본 기사와 무관한 이미지. [사진=뉴시스]

A씨는 지난해 3월 9일 새벽 전남 담양군의 한 도로 인근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두 딸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망 당시 첫째 딸은 24세, 둘째 딸은 17세였다. A씨는 두 딸을 살해한 뒤 자해했지만, 목숨을 건졌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한 달여 전 20년지기 지인으로부터 4억원 상당의 투자금 사기를 당한 뒤 신변을 비관해 딸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당시 A씨는 작은딸을 먼저 살해한 후 큰 딸에게 "너도 세상 미련 없지?"라고 물었고, 큰딸이 "없다"고 대답하자 그마저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은 두 딸에 대한 범행을 모두 살인으로 보고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은 "비록 피고인(A씨)이 극심한 상실감과 우울증으로 인해 딸들을 더 이상 책임지기 어렵다는 절망감에 이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성인이거나 성인에 가까운 딸들이 스스로 인생을 살아 나갈 기회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큰딸은 범행 전부터 피고인과 함께 생을 마감하기로 했고, 딸들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었다"며 "남편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의사를 밝히는 등 사정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투자 사기로 인해 경제적인 상황이 악화되자 신변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하기로 결심한 후 두 딸을 살해한 친모가 중형을 확정받았다. 본 기사와 무관한 사진. [사진=뉴시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은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도 큰딸에 대한 범행은 '승낙살인죄'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승낙살인은 피해자의 동의를 받고 살해하는 것이다.

첫째 딸이 범행 장소까지 직접 운전하는 등 범행에 협조했고 '세상에 미련이 없다'고 언급한 점, 죽음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였던 점에 비춰 승낙살인죄의 요건인 '자유의사에 따른 진지하고 종국적인 승낙'이 충족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둘째 딸에 대한 범행은 1심과 동일하게 살인죄가 인정됐다. 미성년자로서 A씨와 언니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던 딸이 저항을 포기했을 뿐 살해당하는 것을 승낙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한편, A씨에게 4억 원을 가로챘던 사기범은, 피해자 10명에게서 고수익을 빌미로 투자금 150억 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올해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