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첫 계약금 뜯긴 선수들이 "부당하다" 말하지 못했던 이유
한국체육대학 체조부가 적어도 10년 넘게 졸업생이 실업팀으로 입단하면서 받은 계약금 10%를 사실상 반강제로 받아왔다는 사실이 끝까지판다팀 취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단독] 금메달리스트도 피해자…배후에는 체조계 실세? (끝까지판다 풀영상)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291905&plink=LIST&cooper=PANDALIST ]
[단독] 선수인생 걸린 대회장 찾아온 스승, 슥 건넨 종이 (끝까지판다 풀영상)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d/?id=N1007293440&plink=LIST&cooper=PANDALIST ]
이런 일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되짚어봤습니다. 수십 명의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왜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는지, 저항할 수 없었는지 일일이 물어봤습니다.
"선배들이 다 내서 저희도 꼭 내야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어요."
"잘못된 걸 알고는 있는데 섣불리 누가 말을 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죠. 계속 운동을 앞으로 해야 되니까"
"교수 말은 법이었어요. 아무도 달려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Q. 조교들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낸 거다"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진짜 자발적이라 볼 수 있을까?
그런 요구를 받았을 때, 선수들이 거부하기는 어려운 환경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도자가 됐든 조교가 됐든 그런 것들을 요구했을 때 "이게 어디에 쓰이나요?"라고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안 되는 거죠. 그러면 지도자가 그냥 달라고 하니까 줘야만 되는 그런 상황이고, 후에 "용처가 어디에 쓰였습니까?"라고 묻기도 어려운 상황으로 보입니다. 일단 주고 나면은 기부자가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있는 길은 없는 거죠.
체육계는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안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같은 집단 안에서 막고 있다는 것이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직권조사를 통해서 밝혀낸 사실들이 그런 것들인데요. 예를 들어 문제가 있을 때 징계 양정을 굉장히 가볍게 한다든지 아니면 조사를 지연시켜서 시간을 계속 끄는 거죠. 그래서 최초 신고자들을 지치게 만든다든지. 징계를 받았던 사람이 다시 또 현장에 복귀해서 경기장에서 계속 얼굴을 마주 보게 되는 그런 상황들. 그런 것들 때문에 사실 어떤 부분이든 간에 문제 제기를 하기가 굉장히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 같은 경우들도 내부에서 묻히는 이유가,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밖으로 드러내기 어려운 부분들이 분명히 있었거든요. 피해를 드러냈을 때 본인이 오히려 집단에서 배제당하는 그런 결과로 대부분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을 드러내기가 어렵습니다.
문제를 일으키는 지도자들도 알고 있습니다. '어차피 잘 버티면 넘어갈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문제가 빠르게 개선이 안 됐던 부분이 있고. 피해자는 문제를 드러내기보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는, 그런 구조들. 그게 체육계에 팽배해 있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거죠.
Q. 문제가 드러나서 책임을 묻는 과정에서 체육계의 자정작용이 작동하지 않는 건가요?
Q. 엄격한 선후배 상하 관계, 수직적인 선후배 관계 등 수직적인 문화도 작용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Q. 지도자들의 영향력도 굉장히 강한 것 같다.
그렇습니다. 지도자들은 취업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본인이 아주 우수한 성적을 내서 많은 팀들이 서로 원하는 경우는 오히려 본인의 몸값을 좀 올려서 잘 진출할 수 있지만 그게 조금 애매한 경우들이 있거든요. 그런 경우는 지도자가 상대 지도자와의 관계를 통해서 취업을 시켜주고 이런 경우들이 굉장히 비일비재합니다.
경기가 열리는 대회장 안에서도 지도자의 영향력이 상당하거든요? 경기장에 가면 심판이라든지 다 동문이고 이런 경우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에 대해서 불이익을 준다든지.
Q.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Q. 스포츠 선수들이 국위선양을 목표로 운동하는 게 어떤 문제가 있나요?
과거 체육을 관장하는 모법인 국민체육진흥법의 제1조에 보면 우리나라가 체육을 진흥시키는 목적은 국위선양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위 선양을 하려고 하다 보면, 작은 저변 속에서 뭔가 성과를 내려면 선수들에 대한 혹사를 수반하지 않고서는 그런 성적을 낼 수 없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까 학습권들도 침해가 되고 또 운동을 더 시키기 위해서 폭력이나 이런 또 무리한 상황들이 계속 발생하고, 선수들에 대한 사생활 통제 그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계속 일어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최근에 철인 3종 경기 고 최숙현 선수의 안타까운 사건 이후에 국민체육진흥법상 체육의 목적이 개정됐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스포츠로 나가야 된다'라는 것이 (현재) 정부 정책의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국가대표 선수들한테 '즐기자'라고 이야기하는 거는 좀 안 맞는 말이거든요. 어차피 굉장히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가진 선수들은 고도의 전문성을 갖고 운동을 해야 하는 겁니다.
다만, 이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을 초등학교라든지 중학교, 우리가 의무교육이라고 하는 그 시기부터 요구하고 있다. 그런 것들은 너무 과잉된 것이거든요. 그런 것들을 다 감내하고 어린 나이에 스포츠를 하겠다고 쉽게 들어올 수 없는 거죠. 엘리트 스포츠 영역으로.
유니세프나 이런 기관들에서는 아동이 스포츠를 어떻게 접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지침들을 내려놓고 있는데요, 거기에도 스포츠가 나중에 '평생의 밥벌이'가 되기에는 위험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 그리고 '승리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것을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줘야 한다는 것들이 지침으로 다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엘리트 스포츠에 진입과 동시에 그런 것들을 요구하니까, 저변이 넓어지기 어려운 그런 구조라고 보입니다. 악순환이 되는 겁니다.
우리나라처럼 너무 엘리트에만 집중되는 스포츠를 하는 나라들은 상당히 드물고, 오히려 큰 저변 속에서 선별해서 더 좋은 선수들을 찾아내는 방식 그런 것들이 더 건강한 것이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도 그런 방향에서 인식 전환,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대통령께 권고했습니다.
화강윤 기자 hwak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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