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50개 윤활유제품 뚝딱...‘14년 흑자’ SK엔무브의 저력

2023. 8. 14.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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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콤플렉스 현장을 가다
다품종 생산 글로벌 점유율 ‘1위’
모회사 SK이노 실적방어 효자 역할
2분기 영업익 2599억 全부문 최다
8일 찾은 울산 남구 고사동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내 SK엔무브 공장의 모습 울산=김은희 기자

8일 찾은 울산 남구 고사동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여의도 세 배에 달하는 넓은 공장 부지에는 거대한 탱크와 파이프, 굴뚝으로 가득했다.

앞바다에 있는 8개의 자체 부두로 유조선이 들어오면 원유는 파이프라인을 따라 각 공장으로 이동해 휘발유·경유·등유와 각종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가 되는 나프타로 탄생한다.

그리고 남은 미전환 잔사유(찌꺼기 기름)는 SK엔무브가 기유와 윤활유를 만든다. 윤활유는 기계의 마찰면에 생기는 마찰력·마찰열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기름이며, 기유는 윤활유의 기본이 되는 유분을 말한다.

이날 둘러본 SK엔무브 공장은 언뜻 봐도 석유화학 부문의 다른 공장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울산CLX에 근무하는 구성원이 3100명이 조금 넘는데 SK엔무브의 공장 근무자는 120여 명에 불과하다.

먼저 기유 공장을 찾았다. 모든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조정실에 들어가야 기유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공장 곳곳의 모습은 물론 공정 작업 현황, 현장 환경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크린 수십 개가 눈에 보였다.

공장에서는 하루 평균 4만5000배럴 규모의 기유가 만들어진다. 공장이 24시간 끊임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그때그때 들어가는 원료의 성상에 따라 운전조건을 알맞게 설정해야 일정한 품질의 기유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유는 전 세계 60여 개국에 수출된다. SK엔무브가 생산하는 기유는 미국석유협회(API) 분류기준상 고급 기유에 해당하는 그룹Ⅲ 기유다. 40%의 높은 시장점유율로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품질을 더 개선한 그룹Ⅲ+(플러스) 제품도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뒤이어 찾은 윤활유 공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동행한 SK엔무브 관계자는 “쉽게 말해 음료수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고 표현했다.

윤활유 생산은 기유 공장에서 넘어온 기유와 첨가제를 배합조에 넣어 수분간 섞은 뒤 용기에 담아내 이뤄진다. 윤활유 제품 종류가 700여 가지에 달하고 1ℓ부터 탱크까지 충전 용기 용량까지 다양하다. 공장에선 하루 평균 21개 종류의 윤활유를 생산하는데,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40~50개 제품을 만들어낸다. 그야말로 다품종 생산의 ‘끝판왕’이다. 안장원 SK엔무브 울산공장장은 “기유와 윤활유는 만들어 저장되는 순간 바로 고객에게 판매되는 완제품이다 보니 품질에 더 신경써야 한다”며 “공정에 대한 데이터 모니터링은 물론 품질 시험도 꼼꼼하게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유·윤활유 부문은 그동안 정유사의 대표적인 비주류 사업이었지만 최근에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이 올해 2분기 적자로 전환된 상황에도 SK엔무브는 2599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석유·화학·석유개발·소재 등 전 사업 부문을 통틀어 가장 많은 영업이익이다. 2009년 10월 분사 이후 현재까지 14년 연속 영업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SK엔무브가 오랜 기간 좋은 실적을 기록해온 것은 기술 경쟁력에 기인한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SK엔무브는 1968년 국내 최초로 윤활유 사업을 시작한 이후 그룹Ⅲ 기유를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세계 최초로 상업 대량 생산에도 성공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윤활유는 수요가 꾸준한 편인데 최근 터보·하이브리드 엔진을 단 차량이 늘면서 고품질 윤활유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고 있다. 전기차용 윤활유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데 이 역시 그룹Ⅲ 기유로 생산된다.

한편 SK엔무브는 지난해 12월 기유·윤활유 사업을 넘어 전기차, 열관리, 폐윤활유 업사이클링 등 에너지 효율 개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포부를 담아 사명을 바꿨다. ‘에너지 효율 그 너머로 ’무브‘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SK엔무브 관계자는 “ ‘에너지 효율화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라며 “안정적인 기유·윤활유 사업을 기반으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사업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울산=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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