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日주식 투자붐’ vs 일본 ‘韓주식 매도폭탄’
日투자자 韓증시 2790억 팔아 대조
한일 정상 간의 셔틀외교 복원과 4년 만의 수출 규제 해제 등으로 양국 관계가 빠르게 밀착하고 있지만, 상대국 증시를 바라보는 양국 투자자들의 시선만큼은 완전히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한국의 ‘일학개미(일본 증시 소액 개인투자자)’는 4000억원에 육박하는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는 반면, 일본 투자자들은 3000억원 상당의 한국 주식을 내다 팔고 있다.
한일 양국 투자자에게 기록적인 수준의 ‘엔저 현상’과 ‘잃어버린 30년’을 극복해 낸 일본 경제의 부흥, ‘주주 친화 정책’ 드라이브 등으로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점을 기록한 상황은 투자 매력도를 극대화하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반면, 한국 경제에 대한 성장률 전망치가 연이어 하향 조정되고 있는 데다, 무역수지 개선 속도마저 예상보다 더딘 점은 ‘잘나가는’ 일본 경제와 증시에 비해 투자 매력도를 떨어지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韓투자자 日증시 순매수액 3770억원 vs 日투자자 韓증시 순매도액 2790억원=1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7월 한국 투자자들의 일본 증시에 대한 순매수액은 37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232억원) 대비 16.25배나 증가한 것이다.
올해 1~7월에 기록한 일본 증시 순매수액은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련 통계를 제공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지난 2021년(4835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반면, 한국 증시에 대한 일본 투자자들의 반응은 한국 투자자들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본 국적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1~7월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에 대해 2790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같은 기간까지 641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불과 1년 사이에 투심이 ‘온탕’에서 ‘냉탕’으로 급속도로 옮겨간 셈이다.
일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국내 주식 시장에서 활동했던 다른 주요국 국적의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과도 대비된다. 작년 1~7월 국내 증시에 아일랜드가 3조1240억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그 뒤를 룩셈부르크(2조7940억원), 미국(2조4730억원), 영국(1조3860억원), 독일(3090억원) 순서로 따랐다. 서구권 투자자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순매수세가 형성된 반면, 일본과 더불어 중국 투자자들도 1220억원 규모로 국내 주식을 순매도했다.
▶日 ‘잃어버린 30년’ 탈피·역대급 엔저 vs 韓 성장률 전망치 ↓·불황형 흑자=한일 양국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증시에 대한 투자 태도가 엇갈리고 있는 데는 상반된 양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도쿄(東京)사무소는 ‘2023년 하반기 일본 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에서 일본 경제가 올해 민간 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가면서 1%대 성장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매 분기 0.3% 수준의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IMF는 지난달 25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1.4%로 내려잡았다. 지난해 7·10월, 올해 1·4·7월까지 5차례 연속 하향 조정한 것이다.
상반기 누적 경상수지도 24억4000만달러 흑자로 적자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불황형 흑자’인 데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기대치를 밑돌고 IT 경기 부진도 지속돼 하반기 불확실성이 여전하단 지적이 나온다.
역대급 엔저도 빼놓을 수 없는 일본 증시 강세 요인이다. 수출 기업이 많은 일본 상장사의 특징상 엔저는 ‘상장사 실적 개선→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블룸버그·윈드(WIND)·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2분기 일본엔 한국을 비롯한 외국인 자금이 660억달러(약 88조원)나 몰렸고, 닛케이 지수 2분기 상승률은 18.3%에 달한다.
이 밖에 최근 2차전지 관련주 중심의 변동장세가 펼쳐진 것도 한국 증시에 대한 일본 투자금 탈출에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단 분석도 있다. 일본 투자자들은 7월 한 달에만 국내 증시에 대해 2900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보였다. 신 센터장은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한 것과 더불어 극대화된 변동장세가 리스크로 작용하며 일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매수하는 대신 관망하는 자세를 취했을 가능성도 높다”고 짚었다.
신동윤 기자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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