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챙긴 TSMC...삼성, 글로벌 투자속도 과제 [美반도체법 시행 1년]

2023. 8. 14.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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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반도체 패권전쟁 한층 가속
TSMC, 獨·日에 반도체 공장 확장
삼성, 초격자·파운드리 사업 차별화
적극적인 글로벌 접근 강화 필요
일본 구마모토의 TSMC 공장 건설 현장 [교도통신]

9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산업육성법(CHIPS Act·반도체법)’ 시행 1년을 맞으며 미·중 반도체 패권전쟁이 한층 가속화한 가운데, 글로벌 파운드리(반도체 칩 위탁생산) 1위인 대만의 TSMC가 거침없는 해외 생산 거점 확대 행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TSMC는 미국 반도체 정책에 우호적이면서도 ‘알짜’ 고객사가 있는 독일과 일본으로 투자를 확장하고 2㎚(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자국에서 생산하기로 하는 등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삼성도 이에 맞서 TSMC를 뛰어넘는 막대한 투자를 집행 중이지만, 대내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상대적으로 글로벌 투자 속도는 TSMC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이 기존에 우위를 확보한 메모리 사업에서의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과 함께, 파운드리 사업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글로벌 접근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따르고 있다.

1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대만 TSMC는 대만 남부 가오슝에 건설하는 공장에서 최첨단 2나노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회사는 2나노 공정을 대만 신주과학단지와 가오슝 공장에서, 3나노와 5나노 공정을 남부 타이난의 남부과학단지에서, 7나노 공정을 중부과학단지에서 각각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TSMC의 자국 공장 건설 발표는 그동안 제기된 TSMC의 ‘탈대만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평가된다. 대만의 첨반 반도체 시설이 대만을 벗어날 경우 중국과의 지정학 긴장관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대응이란 설명이다.

앞서 미국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반도체법 시행 1년을 자축하며 기업들이 반도체·전자제품에 대한 1660억달러(약 219조원)의 투자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한층 격화됐지만, 기업들의 미국 투자는 가속화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의 중심 기업으로 TSMC가 자주 거론된다.

지난 1년간 TSMC에 대해 업계에선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패권에 부응하면서도, 실리를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 8월 초 이후 TSMC는 미국과의 공조 ‘시그널’을 분명히 하면서, 생산 공장을 공격적으로 확장 중이다. 앞에서는 모리스창 TSMC 창업 회장이 “미국에서 공장을 짓는 것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노골적으로 몇 차례 불만을 드러내긴 했으나, 뒤에서는 관련 투자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TSMC의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진행된 장비 반입식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이 참석하자 TSMC는 애리조나에 두번째 공장을 지으며 총 투자액을 400억달러(약 52조9000억원)로 늘릴 계획이라고 ‘깜짝 발표’를 하기도 했다.

독일과 일본으로 반도체 생산 공장을 확장하며 차량용 반도체와 이미지센서 고객사를 장악하려 한 모습도 ‘영리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양국에 대한 투자는 유럽연합(EU)과 일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절차이긴 하지만, 크게 보면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연합체’를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읽힌다.

최근 TSMC는 독일에 조인트벤처(JV)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데 최대 34억9900만유로(약 5조497억원)를 투자하는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독일 동부 작센주의 드레스덴에 들어서는 TSMC 공장은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 반도체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 반도체기업 NXP 등과 함께 합작 투자를 한다. 일본에선 이미지센서 세계 1위 소니가 이미 공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구마모토에 TSMC가 새로운 공장을 건설 중으로 두번째 공장 건설도 예정돼 있다.

반면 삼성의 해외 투자는 이에 비해 더딘 양상이다. 메모리 글로벌 리더 기업인 삼성의 경우 주요 시장인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통제 기조가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커진 모습이다. 첨단 D램과 낸드 관련 메모리 시장의 악화가 지속되며 회사 실적 부진까지 겹쳤다.

미국 테일러시 공장 완공을 앞두긴 했으나, 지난 1년간 글로벌 양산 공장 거점을 추가로 확보하진 못한 상태다. 삼성은 국내 여론에 의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신경 쓰면서도, 해외 고객사 유치를 위한 대규모 새 거점 시설 확보 압박을 받고 있다. 거시경제 악화에 따른 ‘조 단위’ 메모리 칩 시장 손실까지 덮쳤다.

이런 가운데서도 삼성은 올해 사상 최대 투자를 지속하면서 반등을 노리고 있다. 해외로 진출하지 못하고 국내 또는 기존의 투자 지역을 확장하는 수준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상반기 시설투자에만 25조3000억원을 쓰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1위 수준에 달하는 투자를 집행 중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TSMC의 해외 투자와 비교하면, 삼성과 간극이 있다”면서 “메모리 시장 악화로 인해 공격적 투자가 쉽진 않겠지만, 2나노 등 선단 공정 기술로 TSMC를 앞서면서 향후 글로벌 투자 확대 기회를 노린다면 시스템반도체 사업의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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