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 최악의 화마...“세금받는 정부 뭘 하고 있나”
미연방정부 재난지역 선포 불구
느린 구호조치로 지원 체감 못해
미국 하와이주에서 발생한 산불 사망자가 12일(현지시간) 기준 최소 93명으로 늘면서 미국에서 100년 만에 최대 인명피해를 낸 산불 참사로 남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0일 하와이를 연방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지에선 아직 정부지원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AP통신은 사망자 수가 12일 현재 93명까지 증가하면서 이번 하와이 산불은 미국에서 이전 피해 사례(453명이 사망한 1918년 미네소타주 산불)를 뛰어넘는 100년 만에 최악의 산불 참사로 기록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정부의 미숙한 재난 대비는 물론 느린 구호 조치에 불만을 제기하는 주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화마가 휩쓸고 간 라하이나 등 마우이섬 서부 일대엔 남아 있는 수백 명의 주민들은 정부 기관이 아닌 다른 마우이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에 의지하고 있다.
주민들은 비록 집이 온전하더라도 전력과 인터넷 통신 차단으로 수일간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현재는 발전기와 차량에 필요한 휘발유, 식수, 식료품 등을 긴급히 필요로 하는 상태다.
현지 수도 당국은 산불로 상수도관이 오염돼 끓인 수돗물조차 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은 라하이나 북쪽 나필리 공원에 설치된 임시 배급소에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통조림과 생수, 기저귀, 기타 생필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 물품 등을 받아 갔다.
구호품 수송에 참여한 마우이 중부 키헤이 주민인 폴 로메로 씨는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 ‘오하나’(하와이 원주민어로 ‘가족’)를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며 개인 재산을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반면 세금을 받는 정부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며 “그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라하이나의 북쪽에 있는 호노코와이 마을에서 휘발유를 나눠주던 애슐리 얍씨도 “이 휘발유는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마련했다. 정부는 대체 어딨는지 모르겠다”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물론 주(州) 정부와 연방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일 산불 발생 이후 지역 공무원과 주·연방 정부 공무원들은 피해 지역에 상주하며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마우이섬 일대에 6곳의 대피소를 설치해 이재민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규모 긴급 구호 물품이 도착하기까지 시일이 걸리다 보니 구호품 및 구호 인력 부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리처드 비센 마우이 카운티 시장은 정부가 도움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정부는 상점으로 달려간 뒤 물건을 사 가져다 놓는 일반 시민들보다 아마도 느리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히로노 상원의원(민주·하와이)도 CNN 인터뷰에서 연방정부의 느린 대응 비판에 대해 “내가 아는 바로는 연방정부 기관들은 그곳(재난지역)에 있다”라며 여론을 달랬다.
그는 “우리는 충격과 상실의 시기에 있다”며 “주민들이 왜 좌절감을 느끼는지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우이 현지에서는 관계 당국이 산불 대응 과정에서 경보 사이렌을 울리지 않으면서 당국의 대응 미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하와이주는 쓰나미 등 갑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대비해 마우이섬 내 80개를 포함해 주 전역에 약 400개의 옥외 사이렌 경보기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 산불에서는 한 곳도 경보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앤 로페즈 하와이주 법무장관실은 전날 성명을 내고 마우이섬 산불 전후의 주요 의사결정과 대응 과정을 규명하기 위해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하와이 당국자들이 산불 위험을 과소평가해왔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CNN 방송은 주 당국 및 지역 당국의 재난계획 문건을 분석한 결과, 하와이 당국자들이 산불 대응에 대한 자원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산불 위험은 과소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마우이섬에서는 지난 8일 시작된 산불로 해변까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하와이주 라하이나 카운티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사망자가 최소 9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수색이 진행되면서 사망자 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존 펠레티에 마우이 카운티 경찰국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희생자들을 찾아내기 위해 투입된 탐지견들이 대상 지역의 3% 정도에서만 수색을 진행한 상태라고 밝혔다.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이 여의도(2.9㎢)의 약 3배인 총 2170에이커(8.78㎢)에 이르며, 주택 등 건물 2200여채가 전소되거나 무너졌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해진, 이혼 가정사 고백…"17년 만에 母와 함께 살아"
- 굴 따러간 김혜수, ‘이 시계’ 건지러 풍덩? 1등 밀수품 롤렉스의 비밀 [김유진의 브랜드피디아]
- “죽은게 맞아?”…확인차 숨진 교사 장례식까지 찾아간 학부모
- “배꼽까지 가짜 스티커로?” 中여성들 화제, ‘올해 최고 발명품’ 찬사까지
- 동물농장서 탈출한 암사자 사살…경찰 특공대도 투입
- “이러다 다 죽어” 처참한 여름 영화관…비싼 티켓 탓? 넷플릭스 탓?
- “女손님 속옷 비쳐 3초 쳐다봤는데”…성희롱 신고당한 사장 “어떡하죠”
- ‘하트4’ 김지영 선택, 신민규일까 한겨레일까…명확하게 푸는 방법[서병기 연예톡톡]
- 우주소녀 성소, 36살 연상 양조위 아이를?…"터무니없는 소리"
-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르세라핌, ‘내면의 목소리’ 따라 온 성장 서사 [고승희의 리와인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