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지지율 90%’ 엘살바도르 대통령…중남미는 ‘부켈레’ 열풍

황경주 2023. 8. 14. 11: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스스로를 대놓고 '독재자'라고 칭하는데도 지지율은 무려 90%를 넘는 대통령이 있습니다.

중남미 엘살바도르의 나이브 부켈레인데요.

무법천지였던 엘살바도르에서 갱단을 무더기로 소탕하면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데, 이 인기, 계속될 수 있을까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이야기 나눠봅니다.

부켈레 대통령의 인기가 엘살바도르를 넘어 중남미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면서요?

[기자]

마흔 두 살의 젊은 대통령이죠.

무차별로 범죄를 소탕하며 국민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나이브 부켈레가 그 영향력을 나라 밖으로까지 뻗치고 있습니다.

이달 말 대선을 앞둔 중남미 국가들의 선거 후보들이 너도나도 '부켈레 따라잡기'를 할 정도인데요.

에콰도르에서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얀 토픽이 자신을 '에콰도르 부켈레'라고 부르면서, 부켈레처럼 턱수염을 기르고 가죽 재킷을 걸친 모습으로 유세를 펼치고 있죠.

에콰도르도 엘살바도르 못지 않게 치안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인데요.

지난 9일엔 대선 후보가 유세장에서 피살당하는 사건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또 다른 중남미 국가 과테말라의 대선 결선도 이달 말 열리는데, 현재 1위를 달리는 산드라 토레스 후보는 "부켈레식 정책을 실현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앵커]

중남미 국가들이 치안이 불안한 경우가 많다 보니, 무엇보다 안전한 곳에서 마음 놓고 살고 싶다는 민심이 큰 것 같네요.

[기자]

부켈레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본격적으로 치안 강화에 나섰으니, 벌써 1년 반 동안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범죄자로 보이면 일단 체포하고 보는 방식입니다.

대규모 수용 시설까지 새로 짓고 범죄 조직원을 잡아들이다보니, 인구 6백만 명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에서 7만 명이 교도소에 갇혀 있을 정도입니다.

그 사이 세계 최고 수준이던 엘살바도르 강력 범죄율은 급감했는데요.

살인은 인구 10만 명 당 백 건 정도에서 8건까지 떨어져, 90% 넘게 줄었습니다.

항상 불안한 치안 속에 떨던 엘살바도르 국민들은 환호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부켈레 대통령 지지율이 90%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런 지지율에 힘입어서 '부켈레식' 범죄 소탕은 점점 강도를 높이고 있죠?

[기자]

엘살바도르가 최근 범죄 조직 구성원은 최대 9백 명까지 한꺼번에 재판을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잡아들인 사람들을 한 명씩 재판정에 세우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거죠.

범죄 조직 지도자의 형량도 최대 징역 45년에서 60년으로 늘렸습니다.

또 이달 초에는 나라 북쪽 국경 부근에 인적 드문 시골에까지 군인과 경찰 8천 명을 배치했는데요.

이제 큰 도시에서는 범죄 조직을 거의 소탕했으니, 시골까지 숨어들어 간 범죄자 잡아들이겠다는 겁니다.

[르네 메리노/엘살바도르 국방부 장관 : "우리의 목표는 카바냐스 지역에 있는 'MS-13' 조직의 잔당들을 모두 구금하는 것입니다."]

[앵커]

치안이 워낙 안 좋다 보니 극단적인 방법도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인권침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기자]

무차별 체포가 벌어지다보니 실제로 인권 침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몸에 문신이 있다거나, 사소한 법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 경우가 있는 거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한 인권 단체는 구금된 사람들 중 범죄 조직과 명확히 관련된 사람은 30%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엘살바도르가 부켈레 독재의 길로 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는데요.

지난달 엘살바도르는 대통령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할 수 없었던 기존의 선거법 규정을 바꿔버렸습니다.

당연히 부켈레 대통령은 내년 2월 열리는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고요.

[앵커]

무려 90%라는 현재 지지율로 봐서는 부켈레 대통령의 독주를 멈추기 쉽지 않아 보이네요.

[기자]

그렇긴 하지만, 부켈레 대통령의 힘이 그 90%라는 지지율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엘살바도르의 한 싱크탱크가 최근 내놓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부터 엘살바도르에서는 치안을 최대 관심사로 꼽은 사람이 전보다 크게 줄었고, 경제 문제를 지적한 숫자는 두 배 넘게 늘어 68%나 됐습니다.

이 응답자들은 부켈레 대통령의 '암호화폐' 정책을 가장 큰 실책으로 꼽았는데요.

부켈레 대통령은 2021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하고, 대규모로 투자했죠.

현재 엘살바도르 정부의 비트코인 투자 손실액은 우리 돈 460억 원에 육박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카카오 '마이뷰', 유튜브에서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