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회의 의식하는 북중러…하반기 중일 정상회담 추진·한중 관계는

2023. 8. 1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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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판 ‘쿼트’ 예고하는 한미일 정상회의
한미일vs북중러 대결구도 뚜렷…긴장 고조
北김정은, ‘전쟁 준비’ 강조…중 엄호·러 밀착
日, 하반기 다자회의 계기 中과 양자회담 추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갖게 되는 3국 정상회의의 의제에 국내외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한미일 정상이 모여 회담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오는 18일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중러의 움직임도 긴밀해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린 이른바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계기로 북중러가 더욱 밀착한 상황이라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는 동북아판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와 같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소다자 안보협력체로 자리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북핵 미사일 위협 대응이 주요 의제이지만, 이보다 확장된 인태 지역 역내 안보 위협 대응과 협력이 의제로 다뤄지면서 중국과 러시아 등 권위주의 진영에 대한 견제의 성격이 강하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자유주의 진영과 권위주의 진영 간 대결구도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하반기 주요 다자일정을 계기로 중일 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관리 외교에 나서고 있어, 윤석열 대통령의 대중(對中) 외교 전략에 주목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주요 군수공장들을 시찰하고 무기 생산능력의 제고를 독려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과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장, 전투장갑차 생산공장, 대구경 조종방사포탄 생산공장 등을 현지지도했다고 14일 보도했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9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서울과 수도권을 가리키며 ‘공세적 전쟁 준비’를 지시한 전후로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하며 대남·대미 압박 행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3~5일에 이어 엿새만인 11~12일 주요 군수공장을 시찰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전술미사일 생산능력 제고, 전술미사일 발사대차 생산공정 현대화, 포탄생산 총궐기 등 세세하게 지시하며 “임의의 시각에 그 어떤 전쟁에도 대처할 수 있는 압도적인 군사력과 확고한 준비태세를 철저히 갖춤으로써 적들이 감히 무력을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만들며 만약 접어든다면 반드시 괴멸시켜버려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연습과 연계한 ‘을지 자유의 방패’(Ulchi Freedom Shield·을지 프리덤실드)를 앞두고 위협 수위를 높이면서, 외교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에 연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한 관영 매체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노골적으로 중국 편에 서는 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9일 대만을 방문한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에 대해 “중국의 신성한 내정에 대한 노골적인 간섭으로 대만 분열 세력들을 ‘독립’으로 사촉(사주)하고 있는 일본의 행태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달 초 북한 외무성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의 대만 무기지원과 관련해 “미국이 공약한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인 동시에 중국의 내정에 대한 간섭이자 중국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AP]

미중 양국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특히 대중(對中) 견제의 발언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한미일을 더욱 노골적으로 비난하면서 중국을 엄호하고, 러시아와는 군사협력 강화를 과시하고 있다.

중러 역시 한반도 문제에 대해 바짝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서울과 평양에 주재하는 중국과 러시아 대사가 각각 회동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다만 중국은 한미일 정상회의를 예의주시하면서도 ‘상황관리’도 신경쓰고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웃인 한국과의 관계도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더욱 아쉬운 상황이다.

중국은 지난 10일 자국민 해외 단체관광 허용 대상국 78개국을 발표하고 한국과 일본, 미국을 그 대상에 포함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 경제 문제를 ‘시한폭탄’(time bomb)이라고 지칭할 만큼 중국 내 경기부양 필요성과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앞두고 있는 등 내부적 요인도 해석되지만, 급작스러운 발표가 한미일 정상회의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된다.

[헤럴드DB]

외교가에서는 이번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이 3국 공조의 새 전기를 맞이할 것을 기대하면서도 그 이후의 우리 정부의 대중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하반기 예정된 다자회의를 계기로 중국과 정상회담을 추진, 양자 관계를 관리하는 수순이다. 명분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5주년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내달 9~10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개국(G20) 정상회의나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앞서 내달 4~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 회담도 추진되고 있다.

한중 정상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한 것이 마지막이다. 지난 4월 외신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중국의 반발, 이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지난달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한중 외교장관 간 회담이 열렸고, 중국 측이 한중일 3국 협력을 강조하며 한중일 정상회의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는 만큼 성사 가능성에 주목된다. 관례상 한중일 정상회의에는 중국 측에서는 총리가 참석해왔다.

silverpap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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