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산불 93명 사망…"美정부 어딨냐" 주민들 '분통'

CBS노컷뉴스 임미현 기자 2023. 8. 1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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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93명, 실종 1천명…100년만 최악 산불
수색 3% 초기 단계…피해 규모 8조원 육박
산불 피해 주민들, 마정부 늦장 지원에 '분통'
경보기 작동 안해…초기 대응, 사후 조치 논란
연합뉴스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산불의 사망자 수가 12일 밤(현지시간) 현재 93명까지 늘어나면서 미국에서 '100년만의 최악의 산불' 참사로 남게 됐다

특히 현지에서는 경보 사이렌이 제대로 울리지 않는 등 당국의 미흡한 재난 대비와 대응으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CNN와 AP 등 외신에 따르면, 피해가 극심했던 마우이섬 북서쪽 라하이나 지역에 대한 수색 작업이 이날 진행되면서 사망자 수는 최소 93명으로 늘었다. 조지 그린 하와이 주지사는 "사망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대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웨스트 마우이 등에서 파손된 주택은 2200채에 달하며, 피해 규모는 60억 달러(약 7조 99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라하이나 지역에서 불에 탄 면적은 총 2170에이커(8.78㎢)에 달한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약 2.9㎢)의 3배 수준이다.

하와이주 당국은 연락이 끊기거나 소재 파악이 안 된 실종자가 1천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현재 수색 대상 지역의 3% 정도만 수색이 완료된 상태여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수도 있다.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섬 라하이나 주민들이 11일(현지시간)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된 집을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산불이 지난 1918년 미네소타주 북부 칼턴 카운티 등을 덮친 산불로 수백 명이 숨진 이후 100여년 만에 최악의 참사라고 전했다.

최악의 산불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난 대응이 미숙함을 드러내고 구호 활동 조차 더디면서 주민들의 불만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산불 피해 지역 주민들은 잿더미가 된 삶의 터전에서 서로에게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면서 가장 먼저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이재민들은 오히려 지역 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있어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화마를 피해 주택이 온전하더라도 전력과 인터넷 통신 차단으로 수일간 고립된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주민들은 발전기와 차량에 필요한 휘발유, 식수, 식료품 등이 필요한 상태다. 현지 당국은 산불로 상수도관이 오염돼 끓인 수돗물조차 섭취를 삼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주민들은 라하이나 북쪽 나필리 공원에 설치된 임시 배급소에서 자원봉사자들로부터 통조림과 생수, 기저귀, 기타 생필품 등이 담긴 긴급 구호 물품 등을 받아 갔다.

구호품 수송에 참여한 마우이 중부 키헤이 주민인 폴 로메로 씨는 "지역사회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 '오하나'(하와이 원주민어로 '가족')를 지원하기 위해 발로 뛰며 개인 재산을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반면 세금을 받는 정부의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한심하기 짝이 없다"라며 "그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라하이나의 북쪽에 있는 호노코와이 마을에서 휘발유를 나눠주던 애슐리 얍씨도 "이 휘발유는 우리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으로 마련했다"며 "정부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일 하와이를 연방 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신속한 복구 지원을 약속했지만 현지에선 지원의 손길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초기 경보 사이렌이 울리지 않은 것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마우이섬에는 재난 및 재해를 대비해 80개 가량의 경보용 사이렌이 있지만 화재 첫날인 지난 8일 경보 사이렌이 울린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이렌을 듣지 못한 주민들은 화염을 목격하거나 연기를 보고서야 산불이 난 사실을 알아챈 것으로 전해졌다. 라하이나 지역에 40년 가량 거주한 로빈 리치씨는 NYT에 "경보가 울리지 않은 것이 (피해자들의) 죽음으로 이어졌기에 매우 화가 난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산불의 정확한 원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린 주지사는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산불을 경험해 왔지만 지구 온난화와 허리케인 상황에서 산불을 경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피해를 본 지역을 재건하는 데에는 최소 5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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