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류현진, '지옥의 17연전' 5할 승률로 끝냈다... 25세 올스타 거른 TOR 선택 틀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14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23 메이저리그(ML)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0자책점)을 기록,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승리 후 444일 만에 나온 빅리그 승리. 시즌 평균자책점은 4.00에서 2.57까지 낮아졌다. 아군도 적군도 모두 감탄한 피칭이었다. 존 슈나이더(43) 토론토 감독은 "류현진은 정말 조금도 실수한 적이 없다. 그는 강한 타구를 억제했다. 다치기 전 했던 모든 것을 복귀 후 첫 3경기에서 보여줬다. 류현진의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 믿을 수가 없다.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쉬워 보이게 만든다"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류현진은 시카고 컵스 타선에 코디 벨린저, 스즈키 세이야 등 우타자들이 8명이나 있었음에도 이날 시속 95마일(약 152.9㎞) 이상의 정타를 단 두 차례 허용했다. 1회 댄스비 스완슨에게 허용한 시속 103.5마일(약 166.6㎞) 2루타와 3회 직선타로 돌려세운 크리스토퍼 모렐의 109.1마일(약 175.6㎞) 타구였다.
전성기 때처럼 위력적인 구위라 볼 순 없었다. 포심 패스트볼 40개, 체인지업 24개, 커터 12개, 커브 10개 등 총 86개의 공을 던져 유도해 낸 헛스윙은 5차례에 불과했다. 최고 직구 구속은 시속 91.1마일(약 146.6㎞). 평균 78.3마일(약 126㎞)에 불과한 체인지업은 여전히 타자들에게 효과적이었다. 2회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탄착군을 형성하며 헛스윙 삼진을 끌어낸 패트릭 위스덤의 타석은 류현진의 제구력과 체인지업의 진수를 볼 수 있는 맞대결이었다.
또한 1회 브랜든 벨트의 실책과 잘 맞은 2루타에 2실점 했음에도 2회 5득점 빅이닝으로 리드를 잡자, 3회부터는 안타와 볼넷 하나씩을 내줬을 뿐 다른 6타자 연속 범타로 5회를 마무리하며 베테랑 에이스다운 피칭을 선보였다. 이러한 류현진에게 '적장' 데이비드 로스(46) 시카고 컵스 감독은 "류현진이 원하는 만큼 구속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가 던지기에는 충분했다. 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꽤 파괴력이 있으며, 그는 약간의 리드가 주어진다면 많은 득점을 내기 어려운 선수다. 우리 입장에서는 1회 2득점 한 것처럼 그들의 실수가 필요했는데 류현진은 리드를 잡자마자 순항했다"고 혀를 내둘렀다.
4일 전 왜 토론토 구단이 마노아 대신 류현진을 5선발로 낙점했는지 알 수 있는 피칭의 연속이었다. 마노아는 지난해 31경기 16승 7패 평균자책점 2.24, 196⅔이닝 180탈삼진으로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 올스타에도 선정됐던 전도유망한 선수다. 류현진을 롤모델로 삼아 한국 야구팬들에게는 '류현진 바라기'로도 익히 알려진 선수다.
그러나 올 시즌은 19경기 3승 9패 평균자책점 5.87로 계속해서 부진했고 결국 지난 12일 재정비 차원에서 트리플A로 강등됐다.
마노아에게도 분명히 기회가 있었다. 토론토는 7월 29일 LA 에인절스전부터 시작된 17연전을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할 기회로 삼았고, 마노아와 류현진은 6선발로서 함께 로테이션을 돌았다.
하지만 해당 기간 마노아는 지난 5일 보스턴 레드삭스 원정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제외하고 5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고 3경기 평균자책점은 4.80에 달했다. 슈나이더 감독은 제구력을 문제 삼았지만, 위기 상황에서 경기 운영 역시 미덥지 못했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토론토로서는 치명적인 결점이다.
류현진의 호투 덕에 마지막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토론토는 17연전을 9승 8패, 5할 승률로 마무리했다. 시즌 66승 54패가 된 그들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8경기 차 3위,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1위 탬파베이 레이스에 5경기 뒤진 3위에 머물러 있어 살얼음 같은 포스트시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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