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최악의 운전자는 인간인가 로봇인가

2023. 8. 1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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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샌프란시스코 로봇택시 상업운행 첫 허용

 6시간의 격렬한 토론 끝에 결국 로봇자동차의 택시 영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이야기다. 결과가 발표되자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샌프란시스코 시내 택시운전자는 항의에 들어갔고 공무원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공공시설위원회는 구글과 GM의 로봇택시 운행을 허용하되 전제 조건을 달았다. 운행 중 안전이 확보되지 못하면 승인 자체가 즉시 취소될 것임을 명시했다. 

 승인에 앞선 토론회에서 샌프란시스코 공공 기관은 운행 허용을 강력 반대했다. 응급차와 소방차 등의 긴급 출동을 로봇택시가 막아선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샌프란시스코 소방 당국은 자율주행차가 시범 운행 기간 동안 긴급 출동을 40회 방해했고 올해는 70건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사이렌 소리가 울려도 로봇택시가 길을 비켜주지 않는 탓이다. 또한 샌프란시스코 교통 당국은 로봇택시가 버스 운행을 가로 막아 버스가 중앙차선을 넘어 추월하는 경우가 빈번했고 이때마다 마주 오는 차가 버스를 피할 수밖에 없어 교통 정체는 물론 운전자 간 시시비비가 일어났음을 지적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원인 제공자인 로봇은 그저 침묵할 따름이다.
출처: Criuse 홈페이지

 반면 일부 장애인 단체들은 사람 운전자의 장애인 승차 거부를 지목하며 로봇택시 상업운행에 찬성했다. 물론 장애인 단체 모두가 로봇택시에 찬성한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공공의 영역에선 ‘반대’, 이동 제약이 있는 쪽은 ‘허용’을 지지했던 셈이다. 이외 평범한 시민들 중에서도 자가 운전이 많은 사람은 ‘반대’, 대중 교통 이용자는 ‘찬성’에 지지를 보냈다. 로봇택시가 말 그대로 '인간택시'를 대체하는 대중 교통 역할이라는 점에서 각자의 시선에 따라 찬반도 극렬하게 나뉘었던 셈이다. 

 둘 사이에서 샌프란시스코가 포함된 캘리포니아주는 기술 발전을 막을 수 없다는 명분으로 '허용'을 결정했다. 하지만 후폭풍은 지금부터다. 찬성에 지지를 보낸 로봇택시 이용자, 로봇택시 운송 사업자와 달리 반대 목소리를 낸 인간 택시 운전자, 그리고 자가용 운전자, 공공 기관의 갈등이 점차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급기야 로봇택시를 반대하는 샌프란시스코 내 일부 시민단체는 라바콘으로 불리는 안전 고깔을 로봇택시(자율주행차) 보닛 위에 세워두는 시위를 벌였다. 이 경우 라이다가 전방을 인식하지 못해 로봇택시는 멈춤 상태에 돌입할 수밖에 없는데 운행이 재개되려면 관리자가 와서 라바콘을 치울 수밖에 없다. 소방 당국은 멈춰 선 자율주행차를 치우는 일에 행정력 일부가 분산돼 정작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단순히 기술과 이용자, 운송 사업자 관점이 아니라 공동체 시각에서 로봇은 제3자가 처한 위기를 외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로봇택시가 많아질수록 사이렌 소리에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주는 일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반면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는 로봇택시가 소소한 문제를 일으키지만 탑승자가 사망한 사고는 한 건도 없었고 모든 충돌은 인간 운전자의 규칙 위반과 위험한 행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크루즈는 지난해 미국 내 교통사고 사망자가 4만2,795명에 달한다며 '인간은 최악의 운전자(Humans are terrible drivers)'라는 광고를 내기도 했다. 그러자 반대 편에선 이를 비판하면서 '컴퓨터는 최악의 운전자(Computers are terrible drivers)'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허용 이후 로봇과 인간의 운전 전쟁은 점차 정치권으로 불이 옮겨 붙는 모양새다. 로봇택시를 지지하는 곳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투표에 반영할 태세다. 그리고 미국 내 정치권은 샌프란시스코 내 유권자들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로봇택시 상업운행 지역이 넓어질 수 있어서다. 정치권에선 찬성과 반대 어느 쪽 유권자가 더 많은지 계산이 한창인데 이들은 로봇에게 투표권이 없음을 주목한다. 하지만 찬성하는 이용자도 유권자라는 점에서 일단은 관망세다. 흔히 자율주행이 넘어야 할 거대한 산 가운데 가장 넘기 어려운 산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라고 말한다. 그리고 과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인간 상업 운전의 배제가 불러올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권용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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