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16일부터 미래에셋·NH證 '채권 돌려막기' 검사

윤경환 기자 2023. 8. 1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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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전방위적으로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16일부터 미래에셋증권(006800)과 NH투자증권(005940)에 대해 현장 검사에 나선다.

14일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 휴지기'가 끝난 직후인 16일부터 곧바로 2주가량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와 여의도 NH투자증권에 나가 신탁·랩어카운트 운용 실태를 점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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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하나·키움·교보·한투·유진 이어 본격 착수
랩·신탁 계좌 통한 만기불일치 전략 현장 조사
일부 증권사, 고객 손실 메우려 수백억 손해도
메리츠證의 부실기업 자금조달 의혹도 조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서울경제]

증권사 간 ‘채권 돌려막기’ 관행을 전방위적으로 조사 중인 금융감독원이 16일부터 미래에셋증권(006800)NH투자증권(005940)에 대해 현장 검사에 나선다.

14일 당국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검사 휴지기’가 끝난 직후인 16일부터 곧바로 2주가량 서울 을지로 미래에셋증권 본사와 여의도 NH투자증권에 나가 신탁·랩어카운트 운용 실태를 점검한다. 채권시장에서 관행으로 여겨진 자전거래와 파킹거래 등 불건전 영업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자전거래는 금융회사가 자사 펀드나 계정으로 매매하는 것을, 파킹은 매수 채권을 장부에 곧바로 기록하지 않고 펀드매니저가 직접 매수하거나 다른 곳에 매도하는 거래를 뜻한다. 앞서 금감원은 2월 초 업무 계획을 공개하면서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계기로 증권사들의 채권 파킹·자전거래 등 불건전 영업 행위와 위험 요인을 검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5월 KB증권과 하나증권에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다. 키움증권(039490)교보증권(030610)에 대해서도 같은 달 차액결제거래(CFD) 현장검사를 진행하며 관련 문제를 함께 들여다봤다.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001200)은 6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조사 대상이 됐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들이 단기 투자상품인 신탁·랩 계좌에 유치한 자금으로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만기 불일치’ 전략을 활용해 이른바 ‘채권 돌려막기’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자금시장이 경색된 이후 채권형 랩·신탁 가입 고객들이 대규모 환매를 요청하자 일부 증권사들이 법을 어기고 투자 손실을 보전해 줬다는 의혹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달 3일 중간 점검 결과를 발표하고 일부 증권사가 거래량이 적은 장기 기업어음(CP) 등을 편입·운용하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쓰는 행태를 파악했다고 밝혔다. 단기 여유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채권형 랩·신탁에 가입한 고객의 의도와 배치되는 전략이라는 지적이었다. 금감원은 또 장기 CP 등은 가격 변동 위험이 높은데도 증권사들이 금리 상승에 대비한 위험 관리에 소홀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고객 자산에 평가 손실이 발생하자 자기가 보유한 고유 자산을 고가에 매도해 이를 보전해 줬다. 금감원은 나아가 일부 증권사들이 특별한 운용 전략도 없이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교체 거래)하는 방법으로 환매 자금을 마련했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이 같은 방식을 따르다가 최대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실까지 입었다. 대상 고객도 영세 법인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연기금·공제회와 같은 기관투자가가 대부분이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7개 국내외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갖고 “더 이상 고객자산 관리·운용과 관련한 위법 행위를 실무자의 일탈이나 불가피한 영업 관행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이는 결국 최종 책임자인 CEO의 관심과 책임의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후순위 검사 대상일수록 문제 소지가 적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와 별도로 16일부터 메리츠증권을 대상으로도 수시 검사에 착수해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운용 실태를 조사한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메리츠증권이 CB·BW를 활용해 부실기업의 자금 조달을 돕고 무자본 인수합병(M&A)과 주가조작에 조력자 역할을 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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