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주천하]① "나만 아니면 돼"…불나방된 개미들
국내 한 연구진이 초전도체를 만들었다고 발표하면서 전세계가 들끓고 있다. 'LK-99'로 알려진 이 물질이 진짜 초전도체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엔 초전도체 관련주 열풍이 불고 있다. 해당 물질의 진위 여부나 실제 사업 관련성과는 무관하게 관련주로 지목된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증시에서 반복되는 테마주의 실체와 문제점 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아이뉴스24 김지영 기자] 최근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초전도체 관련 이슈가 엔딩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다. 상온전도체로 추정되던 LK-99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작정 뛰어들기만 했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초전도체 테마주로 꼽히던 서남은 코스닥 시장에서 지난달 25일부터 8월 7일까지 285.62%가 증가했다. 주가의 이상 급등으로 거래가 정지됐던 하루를 빼면 9거래일 만에 이룬 상승폭이다.
이는 국내 연구소 퀀텀에너지연구소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LK-99 관련 논문을 게재하면서 상온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샀다.
이에 주식 투자자들은 빠르게 관련주 찾기에 나섰다. 앞서 언급한 서남을 비롯해 덕성, 덕성우, 파워로직스, 서원, 신성델타테크 등이 테마주로 묶이며 같은 기간 놀라운 주가 상승폭을 시현했다. 같은 기간 덕성은 223.39%, 덕성우는 124.91%, 서원은 94.46% 등이 폭등했다.
산업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부는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이 없다고 공지를 했음에도 '묻지마 투자'로 주가가 비이상적으로 올랐다.
서남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당사는 현재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다"며 최근 주식시장에서 초전도체 관련주로 여겨지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저희 회사의 2세대 고온초전도선재는 전기응용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신 소재로 이미 실용화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퀀텀에너지연구소에 대한 제기되고 초전도체 테마주 열기가 한 풀 꺾이자 대부분 주가도 크게 빠졌다.
서남은 지난 11일 6천200원으로 장을 마감해 고점을 찍었던 7일과 비교하면 주가가 50.83% 하락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기간 덕성우는 38.11%, 덕성우는 36.27% 폭락했다. 반면 신성델타테크와 파워로직스는 비이상적인 주가 급등으로 각각 7일 종가 대비 61.29%, 33.50% 상승했다.
◆ 실체 없는 테마주 등장 빈번
사실상 테마주에 묶여 주가가 요동을 쳤던 적은 과거에도 수차례 발생했다.
수년마다 돌아오는 선거철엔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다. 당선에 유력한 후보자의 중·고·대학교 동문이라서, 성이 같아서, 고향이 같아서 친인척이 어떤 사업을 해서 테마주로 묶인다. 기업의 펀더멘탈이 아닌 연관성만으로 주가가 오르내리고 후보자가 내놓은 공약에 따라서 형성된 정책 테마주는 후보자의 당선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했을 때는 키트 테마주, 백신 테마주, 치료제 테마주 등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몇 종목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당시 1년 반 동안 4천%가 넘는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임상 결과, 동물 실험 효과와는 상관 없이 코로나 확진자 수 증가 등 팬데믹 재확산 소식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주가가 과하게 급등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올해 국내 증시를 뒤흔든 2차전지 테마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POSCO홀딩스와 같이 2차전지 사업을 하지 않는 기업도 주가가 폭등했다. 증시에 2차전지 열풍이 불자 너도나도 2차전지 관련 신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회사의 본업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도 투자를 하겠다고 뛰어들었다.
◆ "치고 빠지면 된다" 단타 노리는 개미들
수없이 반복돼 왔던 테마주의 피해에 개인 투자자들 역시 테마주의 위험성을 모르지 않는다. 이번 LK-99에 관심이 쏟아지고 테마주가 형성되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일제히 "실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아직 정확하게 실체가 나온 것이 없으니 섣부른 투자는 금물"이라고 목소리를 냈지만, 테마주는 계속해서 올랐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테마주에 뛰어드는 이유는 모두 돈 버는 상황에서 나만 소외된다는 불안(Fears Of Missing Out·FOMO)과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 초단타 매매에 성공할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FOMO가 오는 이유에 "스마트머니가 적정수준까지 가격을 끌어올리면 쉽게 돈을 벌고 싶어하는 무리들이 들어와 가격이 이상적인 수준을 넘어서고 기회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는 군중들이 뒤늦게 참여하면서 높은 가격을 유지시킨다"고 설명했다. 하락 또한 같은 순서를 따른다고 말했다.
올해 코스피의 등락 비율을 보면 1월에만 오른 종목이 내린 종목보다 많았을 뿐 2월부턴 하락 종목 수가 계속 많았다. 그럼에도 주가지수가 상승한 것은 시가총액 이 큰 반도체, 2차전지 등으로 수급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박 연구원은 "쏠림이 계속되면 등락 비율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매가 계속될수록 돈을 벌 확률보다 잃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라며 "이런 환경이 계속되면 주가지수는 결국 하락세를 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지영 기자(jy1008@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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