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 포기 못해" 골글 2루수도 안심 못한다, 한화에 부는 새바람 "대체 불가 아니면…다 경쟁이다"

이상학 2023. 8.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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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지형준 기자] 한화 문현빈. 2023.05.04 /jpnews@osen.co.kr
[OSEN=이대선 기자] 한화 정은원 2023.07.26 /sunday@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에 드디어 경쟁 구도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불과 2년 전 골든글러브 2루수도 안심할 수 없다. 

한화 주전 2루수 정은원은 지난 12일 대전 두산전에서 8회 대수비로 교체돼 경기에 빠졌다. 이어 13일 두산전에는 선발에서 제외됐다. 5월말부터 중견수로 고정된 신인 문현빈이 79일 만에 시즌 4번째 2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문현빈이 (주 포지션인) 2루수로 경기는 안 나가고 계속 연습만 했다. 최근 중견수 수비에서 실수도 많아졌다. 코너 외야가 약한데 센터까지 그러니 외야 수비가 너무 약해졌다. 수비 리스크를 계속 안고 갈 수는 없다”며 “문현빈이 2루로 가면 자연스럽게 경쟁도 된다”는 말로 정은원과 문현빈의 경쟁 구도를 암시했다. 

최원호 감독은 “수비가 약하면 타격을 대체 불가급 정도로 쳐야 하는데 둘 다 (중견수, 2루수 자리에서) 현재 상태로는 그렇지 않다. 이제 시즌이 3분의 1 정도 남았는데 조금 더 다양한 시도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비를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대체 불가급이 아니면 다 경쟁이다. 침 발라 놓은 자리가 어디 있나. 그게 싫으면 대체 불가급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8년 데뷔 첫 해 ‘레전드 2루수’ 정근우를 밀어내면서 1군에 안착한 정은원은 2019년부터 풀타임 주전으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에는 139경기 타율 2할8푼3리(495타수 140안타) 6홈런 39타점 19도루 105볼넷 출루율 4할7리로 맹활약하며 순수 한화 소속으로 뛴 선수 중 최초로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지난해에도 개인 최다 8홈런과 49타점을 올렸지만 수비에서 개인 최다 17개의 실책으로 흔들렸다. 올해는 94경기 타율 2할2푼8리(324타수 74안타)로 규정타석 타자 48명 중 46위에 그치고 있다. 선구안은 죽지 않아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56개의 볼넷을 골라내 출루율은 31위(.346). 하지만 이마저 타율이 워낙 낮아 리그 평균에 못 미친다. 

[OSEN=최규한 기자] 한화 정은원. 2023.07.21 / dreamer@osen.co.kr
[OSEN=이석우 기자] 한화 정은원. 2023.07.01 / foto0307@osen.co.kr

최 감독은 정은원의 부진에 대해 “본인도 생각이 많을 것이다. 올해 시즌을 시작할 때는 아시안게임도 있고, 야심차게 시작하지 않았겠나. 그런데 타격이 뜻대로 잘 안 풀리니 수비에도 영향이 간다. 스트레스가 가중되니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로 복합적인 이유가 겹쳤다”며 “본인이 잘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은원이 주춤한 사이 신인 문현빈이 강력한 견제 세력으로 떠올랐다. 올해 2라운드 전체 11순위로 한화에 상위 지명된 문현빈은 개막전부터 지금까지 1군에서 뛰고 있다. 91경기 타율 2할5푼1리(287타수 72안타) 3홈런 28타점으로 타격 솜씨를 뽐내고 있다. 19살답지 않게 자신만의 타격 존이 확실하고 공 보는 자세가 좋다는 평가. 

고교 시절 주 포지션이 2루수였던 문현빈은 한화에 와서 부동의 주전 정은원이 있어 지금까지 중견수 출장 비율이 훨씬 높았다. 중견수로 가장 많은 70경기(64선발) 519이닝을 뛴 반면 2루수로는 12경기(4선발) 56이닝밖에 뛰지 않았다. 유격수로 9경기(5선발) 48이닝, 3루수로 1경기 1이닝을 수비했지만 팀 사정상 5월말부터 붙박이 중견수가 됐다.

[OSEN=박준형 기자] 한화 문현빈 2023.07.28 / soul1014@osen.co.kr
[OSEN=김성락 기자] 한화 문현빈, 최원호 감독. 2023.07.12 /ksl0919@osen.co.kr

주전 중견수로 자리가 굳어지는 상황에서도 경기 전 내야 수비 연습을 꾸준하게 소화하며 2루를 포기하지 않았다. 79일 만에 2루수로 나온 13일 두산전을 마친 뒤 문현빈은 “항상 내야에 대한 욕심이 있다. 내야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동안 계속 내야수를 해왔고, 이 자리에서 제 장점을 더 많이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외야 선배님들에 비해 저는 장타가 강점이 아니다. 강한 타구를 치면서 빠른 주루 플레이를 하는 스타일이다. 수비적으로도 내야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이 더 많다고 자신한다. 외야로 뛰어도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에서 내야수로 자리잡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가을야구 경쟁에서 점차 멀어짐에 따라 한화는 이제 내년을 생각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강팀의 기본은 늘 수비이고, 최 감독도 남은 기간 전반적인 수비 강화를 위해 다양한 선수 기용과 경쟁 구도를 그리고 있다. 그동안 한화는 주전들을 긴장시킬 수 있는 백업 전력이 부족했고, 내부 경쟁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자극받지 못한 주전 선수들의 기량이 정체됐고, 이는 고스란히 팀 전력 약화로 이어졌다. 한화의 오랜 암흑기를 부른 결정적 이유였지만 이제 분위기가 바뀌었다. 만년 백업이었던 이도윤이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찬 것처럼 최원호 감독의 내부 경쟁 유도 속에 2루에도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하주석(가운데)와 이도윤-노시환(오른쪽)이 수비 훈련을 펼치고 있다. 2023.07.21 / dreamer@osen.co.kr
[OSEN=대전, 최규한 기자] 한화 최원호 감독. 2023.07.21 / dreamer@osen.co.kr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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