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바가지 운임으로 원유 가격 상한제 회피”…11억달러 이상 추가 이득
인도 업체 “운임 관련 협상은 불가능”
일부 유조선은 직접 운영하며 운임 챙겨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서방 세계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쟁 수행능력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는 인도 등에 판매하는 원유에 시장 가격보다 높은 운임을 붙여 교묘히 제재를 우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정교한 제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 석유기업들이 인도로 판매하는 운임을 과도하게 올려 받는 방법으로 예상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지난 5~7월 동안에만 이러한 수법으로 11억달러(1조4650억원) 이상의 추가 수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세관 기록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6월 말까지 러시아 발트해 각 항구에서 인도로 향한 유조선에 실린 원유는 평균 배럴당 약 50달러에 거래 됐다. 이 가격은 이른바 ‘수출항본선인도조건(FOB)’으로 무역 상품이 매수자에게 인도될 때의 가격으로 운임은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 2월부터 러시아산 원유에 대해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격 상한제를 도입했다. 이 가격을 넘는 러시아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에 대해서는 선박 해상보험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까지 제재 요건을 준수하는 가격으로 인도에 원유를 판매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운임이 포함돼 인도 항구에서 거래되는 러시아 산 원유 가격을 살펴보면 상황이 반전된다. 인도 세관 기록에 따르면 인도에서 인도 후 실제로 지불되는 가격 즉 ‘운임보험료부담조건(CIF)’ 가격은 같은 기간 배럴당 68달러로 이 기간 국제 유가 평균(배럴당 79달러)보다는 낮았지만 FOB 가격보다 18달러 가량 높았다.
시장조사기관 아르거스는 발트해와 인도 간 실제 운임을 배럴당 약 9달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한 인도 수입업체들은 배럴당 9달러 가량의 바가지를 쓴 셈이다. 러시아산 석유 일부를 구매한 인도 국영 석유 회사의 한 관계자는 FT에 “인도의 구매자들은 러시아 석유를 구매할 때 운임을 포함해 구매해야 하며 운송계약이나 비용에 대한 협상은 가능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데이터 분석 업체 Kpler에 따르면 러시아는 5~7월 134척의 선박을 통해 발트해에서 인도로 1억800만배럴의 원유를 선적했다. 출발과 인도 시점의 시차를 고려해 초과 운임을 평균 17달러로 추산하면 약 8억달러 가량의 운임이 과다 청구된 셈이다.
러시아의 원유 가격 상한제 회피 수법을 연구해온 벤자민 힐겐스톡 키이우경제대학 교수는 “러시아 석유회사와 인도의 수입 업체가 이러한 계약 조건에 동의한다면 러시아가 유조선을 직접 소유하고 있든 아니든 초과 운임의 일부는 러시아가 챙기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러시아는 유조선 선단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산 원유를 인도로 운송한 것으로 확인된 134척의 유조선 중 23척은 보험이나 소유권, 관련 서류를 확인한 결과 러시아의 거대 국영 유조선 선단인 소브콤플로트와 연결된 선십매니지먼트가 운영하고 있었다. 또한 26척의 유조선은 마셜제도와 라이베리아의 유령회사가 매입한 뒤 러시아-인도 항로에 투입됐다.
러시아와 연결된 49척의 유조선이 운반한 원유의 운임은 약 3억 5000만달러로 추산된다. 여기에 다른 유조선에서 과다 청구된 운임를 더하면 러시아는 이 기간에만 11억 5000만달러의 초과 수익을 거둬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방법으로 발트해 항구의 가격을 상한선 이하로 유지한 덕분에 러시아는 서방 보험에 가입한 선박도 사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해당 항로에 투입한 선박의 절반 이상은 G7국가의 보험에 가입했다.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격 상한제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점점 더 필사적이라는 점은 놀라운 점이 아니다”며 “영국과 파트너 국가들은 이 불법적인 전쟁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막기 위해 계속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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