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민호, '초고음'에 가려져 있던 것들[인터뷰]
진민호는 그간 ‘반만’, ‘발라드가 싫어졌어’ 등 초고음 하이라이트 구간에 힘을 실은 이별 주제 발라드곡들로 사랑받아왔다. 지나간 사랑과 사람을 아름답게 추억하겠다는 마음을 노래한 곡인 신곡 ‘마음을 두고 가요’는 진민호의 대표곡들과 결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진민호는 프리템포 피아노 선율과 오케스트라 사운드, 담담한 보컬이 어우러진 아련한 감성이 돋보이는 이번 신곡으로 자신의 또 다른 장기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인터뷰한 진민호는 “홀로서기 이후 처음 선보이는 곡인 만큼 가장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으로 인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곡 발표 이후 음악하는 동료들에게 ‘노래 좋다’는 연락을 많이 받아서 뿌듯했다”면서 “‘마음을 두고 가요’가 어느 계절이든, 아름다운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찾게 되는 곡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진민호는 작곡가 활동도 겸한다. 초고음 발라드도 잘 부르지만 그에 못지않게 작사, 작곡 능력도 뛰어나다. 케이윌의 ‘내 생에 아름다운’, 다비치의 ‘나의 첫사랑’, 포르테 디 콰트로의 ‘디어 웬디’(Dear Wendy), 려욱의 ‘오늘 만은’, 박창근의 ‘어린아이’ 등이 진민호가 쓴 곡들이다. 이번 신곡 또한 직접 작사, 작곡했으며 피아노 연주까지 맡아 연주곡 버전을 함께 발표했다.
진민호는 대학가요제 대상 출신이기도 하다. 2011년 그룹 플레인 노트 멤버로 참가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하면서 가요계에 첫발을 힘차게 내디뎠다. 하지만, 원했던 바대로 활동을 펼쳐나가지 못하면서 긴 무명 세월을 보냈다. 송라이팅 능력을 키우게 된 배경에도 아픈 사연이 있다.
“첫 소속사에서 활동 대신 작곡 일만 시켰어요. 저작권은 다 빼앗아 갔고요. 지금은 ‘그런 시절이 있었기에 작곡 기반을 다질 수 있었고, 겸손함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편인데, 솔직히 그땐 마음고생이 심했죠.”
“30대가 되니 오디션을 볼 기회조차 오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작곡 이외의 활동은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한 활동밖에 없었는데, 운 좋게도 작곡 일을 하면서 알게 되어 손잡게 된 제작자분과 함께 만든 곡인 ‘반만’이 터지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어요.”
2019년 11월에 발표한 곡인 ‘반만’은 이듬해 초겨울쯤 역주행 기세를 타고 주요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암초를 만나 ‘반만’을 앞세워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진 못했다. “속상했죠. 그래도 그 시기에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분들이 많이 생겼고, 그게 지금까지 열정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발표 곡들 중에는 빠른 템포의 곡도 있고 재지한 곡도 있어요. 실용음악학과 지망생들 사이에서 입시곡으로 입소문을 탄 곡인 ‘마음’이라는 노래는 포크 발라드 곡이고요. 앞으로 진민호가 시원시원한 고음을 더한 발라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소화할 수 있는 가수이자 작곡가라는 걸 많은 분께 알릴 수 있는 활동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 빼어낸 작사, 작곡 실력. ‘초고음’에 가려져 있던 저력이 더 널리 알려지길 바라고 있는 진민호는 인터뷰 말미에 “‘감성적이고 부드러우면서 한방까지 갖춘 곡’을 잘 만들어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작곡가로서 다시 한번 협업해보고 싶은 가수로는 케이윌을 꼽으면서 “‘내 생에 아름다운’은 드라마 OST였는데 기회가 된다면 케이윌 선배님의 앨범에 정식으로 이름을 올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늘 느끼는 거지만 노래는 결국 제 짝을 만나야 빛날 수 있는 것 같아요. 직접 부른 곡으로도, 다른 이와 협업한 곡으로도 모두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으로 성장할 테니 지켜봐 주세요.”
김현식 (ssi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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