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흑역사 전락한 '잼버리' 파행 속 '정원'의 재발견···리더십이 성패 갈랐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노관규 순천시장 '생태수도' 완벽한 기획
남다른 추진력·뚝심···세계 속 '순천' 각인
정치적 몸집 커져···공무원·시민도 신바람
지방자치 완결판 평가···곳곳 정원도시로
■2023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새만금 석자 사라진 코리아 잼버리 전락
책임 넘기기 급급···각종 지적·의혹 남발
정치력·행정력·시민의식 엇박자 아쉬움
2023년 호남권 지방도시에서는 두 개의 국제행사 소식이 들렸다. 그동안 소외지역으로 불렸던 호남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했다. 포문을 연 전남 순천시는 모처럼 찾아온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연일 흥행 몰이에 성공하며 침체된 전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에 이어 부산, 세종까지 정원도시를 표방하는 등 전국은 물론 세계 속에 ‘생태수도=순천’이라는 이름을 각인 시켰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박람회의 목표 관람객은 800만 명. 벌써 600만 명(8월 13일 기준)에 육박하는 등 목표 수치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번 박람회의 시너지 효과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15년 전 ‘생태수도’를 기획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정치적 몸집이 커진 것은 물론, 그의 정치 인생이 새롭게 재조명 되는 등 연일 이슈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어 바통을 이어 받은 전북 부안에서 열린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모습은···. 사실상 국제적 망신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대한민국 국제행사의 대표 흑역사로 전락해 버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6호 태풍 ‘카눈’이 한반도 방향으로 북상하면서 잼버리에 참가자들이 조기 철수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비아냥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이 두 지방도시에서 열린 국제행사의 성패는 무엇이 갈랐을까. 크게 결정적으로 세 가지 이유를 꼽을 수 있다. 리더십(정치력)·행정력·시민의식 ‘3합’의 완벽한 조화를 이룬 전남 순천과 달리 전북 부안은 그야말로 이 모든 것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며 파행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결정적 이유 1 ‘리더십=정치력’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성공 가도에서 ‘노관규’라는 이름 석 자를 빼 놓을 수 없다. 15년 전 노관규 순천시장이 총괄하고 기획한 생태수도는 순천의 핵심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노 시장의 ‘대한민국 생태수도’ 정책이 없었다면 지금 순천은 어떤 모습일까. 순천을 비롯한 전남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을 정도로 그만큼 전국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구성원을 믿고 임무를 부여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간다’ 민선 4기와 5기, 현재 민선 8기 노 시장이 보여준 리더십이 그랬다.
사실상 민주당 일당 체제인 전남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킨 그는 취임 후 9개월 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쉼 없이 달렸다. '경전선 도심 우회' 등 여러 현안들이 산적했지만, 최우선으로 그가 15년 전 밑그림을 그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 시장이 이처럼 강력한 리더십을 필두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시장으로 뽑아준 시민을 믿었고, 궁극적으로 자신의 정책을 뒷받침해 줄 직원들 능력도 신뢰했기에 가능했다.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만큼 전국에서는 ‘노관규 리더십=순천 배우기’ 열풍이다. 지방자치단체를 포함, 공식 방문만 세어도 300여 곳이 박람회장을 다녀갔다. 개장 이래 매일 두 개 기관 이상이 순천을 찾은 셈이다. 아직도 230개의 연구소·기관이 순천을 벤치마킹 중이다. 개막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것을 비롯해 수도 서울의 오세훈 시장, 김동연 경기지사, 박형준 부산시장, 최민호 세종시장 등 숱한 정치인이 순천을 찾았다. 공무원 시찰단 방문도 끊이지 않는다.
박람회와는 별개로 그의 남다른 뚝심과 추진력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여러 현안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경전선 도심 통과 노선 재조정을 끌어낸 것도 탁월한 리더십을 필두로 정치력이 빛을 발휘했다. 전남도지사도, 전임 순천시장도 여기에 당시 공무원도 모두 철도 노선 문제점을 알았지만 대응에는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10여년 만에 복귀한 노관규 순천시장은 달랐다. 확실한 시장 역할을 보여줬다. 정치적으로 몸값이 커진 노관규 순천시장은 현재 순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으로 발돋음 하면서 벌써부터 차기 정치행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 ‘네 탓 공방’이 심하게 벌어지는 새만금 잼버리와는 대조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전북도 등 지자체는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두 국제행사의 리더십이 다시 한번 재조명 되고 있는 부분이다.
#결정적 이유 2 ‘행정력’
이 같은 노관규 순천시장의 리더십에 행정력은 더욱 시너지를 발휘한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가도 배경에는 보이지 않은 순천시 공무원들의 행정력이 뒷받침 된 철저한 사전 준비에 있다.
박람회 개막 전인 지난 3월 초 굵직한 공정을 마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조직위원회는 3월 중 세 차례에 걸쳐 리허설을 실시한 바 있다. 최종 리허설에는 불특정 관람객 3만여 명을 초대해 개막 당일과 가장 유사한 환경에서 각종 상황 발생에 따른 대응·복구 능력을 점검하고 앞선 리허설에서 발견된 미비점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철저한 현장 행장으로 즐거운 정원 나들이에 불편함이 없도록 각종 편의시설도 확충했다. 무엇보다 반려인 1500만 시대에 걸맞은 반려동물 특화 편의 서비스도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휠체어나 유모차 운행도 불편함이 없도록 박람회장 곳곳의 턱을 제거하고 길을 정비하는 등 누구에게나 열린 무장애 정원으로 조성했다. 여기에 조직위는 실시간 교통관제 시스템을 운영하며 차량 집중을 방지하고, 전 시민 차량 2부제 운동을 펼쳐 교통 흐름을 원활히 관리했다.
특히 24시간 안전관리체계도 구축했다. 입장객 수를 자동으로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 피플카운팅 시스템과 안전 드론 운영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구역별 안전관리 책임제를 실시해 안전한 행사의 표준 모델을 제시했다. 600만 명이 육박한 관람객이 방문했지만, 이번 박람회에서 안전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러한 안전시스템은 안전한 국제행사 운영으로도 두각을 나타내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주목한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행안부가 순천이 시도한 스마트관제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을 찾아 노하우를 배워가는 등 국내외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기 위한 방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태풍 카눈 영향으로 관람객 안전 확보를 위해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한 가운데 노관규 순천시장을 필두로 공무원들은 벌써 가을맞이 준비에 들어갔다. 조직위원회는 관람객들이 정원박람회장에서 풍성한 가을정원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아무리 시장의 역량이 있어도 철학과 비전을 현실로 실현 시켜 주는 것은 공무원”이라는 노관규 순천시장의 발언이 허투로 들리지 않은 부분이다.
반면 새만금 잼버리는 일찌감치 문제점으로 부각됐던 더위와 벌레, 질병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했는데 관계자들의 대응은 너무나 안일했다. 공무원들은 그러면서 운영 경험을 배운다고 외유성 출장에 거액을 들여 다녀왔다. 그들이 방문한 국가는 잼버리 대회를 개최하지도 않은 곳도 있었고 개최국에 갔어도 견학 시늉만 내고는 축구 경기를 관람하거나 와인 시음을 하면서 혈세를 뿌리고 돌아왔다. 행정력부터 호남서 열린 ‘정원·잼버리’ 두 굵직한 국제행사가 극명하게 갈렸다.
#결정적 이유 3 ‘시민의식’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배경에는 리더십(정치력), 행정력과 함께 뛰어난 시민의식도 빼 놓을 수 없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시민의식은 더욱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전국적으로 유명 휴가지에서는 바가지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순천이 보여준 품격은 남다르다. 비교적 착한 가격에 상인들의 친절도는 기본이다. 주변 상권은 밀려드는 손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고, 인근 지자체인 여수·광양 등의 경제효과도 책임지고 있다. 이번 박람회가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될 웰니스와 힐링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만큼 노점상을 이용하는 행위, 노점상의 영업 행위도 찾아 볼 수 없다. 자연스럽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전국의 이슈를 몰고 다니자, 시민들이 오히려 자발적으로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순천을 찾는 관광객이 순천에서 머무르고 재방문할 수 있도록 상가번영회와도 협력해 친절·청결·착한가격 등 홍보캠페인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지역의 고유성을 살려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낸 순천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다른 도시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한편, 수도권 일극체제의 부작용을 해소할 남해안벨트 허브 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겠다는 전략이다.
박람회 이후 노관규 순천시장은 세계적인 생태수도 도약을 위한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벌써 그의 시선은 박람회 그 이후다. 해양국가정원 조성, 친환경적인 대자보 문화를 정착 시켜 도시 체질을 바꿔나갈 예정이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품격을 올린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와 씻을 수 없는 국제적 오명을 남긴 2023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의 큰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리더십-행정력-시민의식 ‘3합’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지방자치의 완결판을 보여준 순천의 모습에서 그 해법이 제시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지훈 기자 jhp9900@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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