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BI, 에콰도르 대선후보 암살사건 수사 합류…‘뒤늦은’ 치안강화
에콰도르 대통령선거를 열흘 앞두고 암살된 페르난도 비야비센시오 후보(59) 사건과 관련해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수사에 합류하기로 했다.
1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안 사파타 에콰도르 내무부 장관은 이날 FBI 요원들이 자국 경찰 지도자들과 회동했고, 수사를 지휘하는 검사들과도 곧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이 비야비센시오 후보 피살 사건 수사와 관련해 FBI에 도움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야당 ‘건설운동’ 소속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지난 9일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서 선거 유세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붙잡힌 6명의 용의자들은 모두 콜롬비아인으로, 마약 카르텔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비야비센시오 후보의 사망으로 공석이 된 대선 후보 자리에 ‘건설운동’은 에콰도르의 저명한 언론인 출신 크리스티안 수리타(53)를 13일 지명했다.
수리타 후보는 비야비센시오 후보와 함께 에콰도르 탐사 저널리즘 분야에서 한 획을 그은 언론인으로 꼽힌다. 특히 라파엘 코레아 전 대통령(2007~2017년 재임)의 각종 부패 행위를 파헤쳐 명성을 얻었다.
‘건설운동’은 성명을 통해 “비야비센시오 공약을 계승하고 부패 및 마피아와의 싸움에 있어 최전선에 설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 당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수리타 후보는 비야비센시오 후보 피격 당시에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에콰도르 정부는 주요 교도소를 대상으로 작전을 수행해 총기 및 탄약류, 마약, 방탄조끼 등을 대거 압수하는 등 뒤늦은 치안 강화 조처에 나섰다. 검찰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금지 물품을 반입한 수감자들 사진도 공개했다.
에콰도르 당국은 또 에콰도르 마약 밀매 카르텔인 ‘로스 초네로스’의 수장이자 일명 ‘피토’로 불리는 아돌포 마시아스를 전날 새벽 과야킬 제8교도소에서 이 나라 최대 보안 교도소인 ‘라 로카’로 이감했다.
그는 비야비센시오 후보 생전에 살해 위협 메시지를 보낸 인물로 지목되고 있다. 비야비센시오 후보는 권력의 부정부패를 비롯해 카르텔과 정부 요원 간 밀착 의혹 등에 대해 강한 비판을 이어온 바 있다.
라소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시민과 수감자 안전을 위한 조처”라며 “이와 관련해 누구든 폭력적인 양상으로 반발한다면, 우리는 총력을 다해 대응해 평화를 회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야비센시오의 부인 베로니카 사라우스는 “남편이 숨진 뒤에야 국가가 갑자기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남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비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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